개정된 시공자선정기준 따라 단독만 입찰케 하려면 인·허가권자 허가 받아야

[일간 리웍스리포트 | 이창민 기자] 앞으로는 전국의 200세대 초과 재건축·재개발사업장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때 단독입찰만 가능하게 하는 제한조항을 넣을 수 없다.

이는 지난 3월 8일 개정된 국토해양부 고시 ‘정비사업 시공자선정기준’에 따른 사항으로 재건축·재개발 조합에서는 조합원이 200명을 초과하는 사업장에서는 일반경쟁방식으로만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기 됐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컨소시엄 입찰 제한에 대해 “시공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려할 경우 이를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컨소시엄 제한을 둘 경우 일반경쟁방식이 아닌 제한경쟁방식이다. 개정된 시공자선정기준은 조합원 200명이 초과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일반경쟁만 가능토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합이 만약 컨소시엄 입찰에 대해 제한을 두려면, 인·허가권자에게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 볼 때, 조합에서 시공사의 컨소시엄 입찰을 금지시키려면, 인·허가권자의 허가를 구해야 하며, 이 때 반드시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반면, 시·군·구청장이 이를 받아주지 않을 경우 사실상 컨소시엄 입찰에 대해 제한을 둘 근거가 없다.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컨소시엄으로 시공사가 입찰에 참여할 경우 우려되는 것으로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아파트 브랜드의 모호성이며, 다른 하나는 시공사간의 담합의 우려성이다.

재건축사업이나 재개발구역에서는 아파트 브랜드를 단일로 할 경우 향후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과천주공6단지와 같이 몇몇 조합에서는 컨소시엄입찰을 금지하는 조항을 마련하여 실시한 바 있다.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아파트 브랜드는 ‘자이’나 ‘푸르지오’, ‘더샵’, ‘센트레빌’, ‘힐스테이트’, ‘아이파크’ 등 단일브랜드로 아파트 네이밍을 정하지 않는다. 참여 업체의 브랜드에 따라 ‘푸르지오하늘채(경기 광명 철산주공재건축)’, ‘이편한세상센트레빌(경기 광명 하안주공재건축)’, ‘이편한세상하늘채(인천 서구 신현주공재건축)’ 등 특정 브랜드를 잇달아 붙이거나, ‘도곡렉슬(강남구 도곡주공아파트, GS건설 외 2개사)’, 갤러리아팰리스(잠실주공4단지재건축, 삼성물산 외 1개사), 잠실리센츠(잠실주공2단지, 대우건설 외 3개사) 등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 문제로 자칫 랜드 마크라는 지위를 놓칠 수 있다.

2개 업체 컨소시엄의 경우 선정된 건설사의 브랜드를 아파트 명으로 정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3개사 이상 컨소시엄은 앞에서도 예를 들었듯 익숙지 않은 새로운 아파트 명을 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수요자들이 아파트 명이 생소하다는 이유로 분양 또는 매입을 꺼려하는 경우도 발생될 수 있어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시공사를 컨소시엄으로 참여케 한다는 것은 조합원으로서 다소 불리한 입장이 아닐 수 없다.

실제 랜드마크라 부를 수 있는 아파트 중 컨소시엄으로 선정된 아파트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최근 서초구 아파트 값이 강남구를 앞질렀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반포래미안과 반포자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 아파트들은 분양가 대비 8억~9억 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3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이면서 단일브랜드로 수요자들이 인지하기 쉬운 유명 아파트 브랜드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과거 강남지역의 랜드 마크 아파트는 ‘타워팰리스’였다. 또 대치동의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동부센트레빌’이 랜드 마크로써 명맥을 유지한 바 있다. 컨소시엄 아파트 중 겨우 고가 아파트로 이름을 남기고 있는 곳은 도곡동 ‘렉슬’아파트가 유일하다. 이렇듯 시공사를 컨소시엄으로 선정한 아파트 브랜드는 수요자에게 상대적으로 찬밥신세다.

하지만 앞으로는 컨소시엄아파트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2000세대 이하에는 건설사들이 컨소시엄 입찰을 자제했으나 최근과 같이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이 짙은 시대에는 700세대 규모도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예: 안선 선부3구역, 현대건설·롯데건설)

이로 볼 때, 건설사들의 컨소시엄 입찰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며, 향후 단일 브랜드 아파트는 보기 힘들 전망이다.

또한, 국토부가 고시한 시공자선정기준으로 인해 컨소시엄 입찰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이며, 아울러 기획입찰이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시공자선정 기준마련 취지에 대해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여 우수 건설업체의 참여를 촉진하고, 부조리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등 그간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것이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비단 조합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현장을 수주하려는 시공사의 일명 ‘작업’에 의한 경우가 많다.

사업성이 좋을수록 수주 전에 뛰어들려는 업체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조합설립인가 이전 단계부터 시공사는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자사 홍보를 하며, 이 때 추진위원회 집행부와 밀접한 친분을 쌓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업체가 여럿이기 때문에 단독입찰만을 허용하면 타 업체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해서 컨소시엄 입찰을 허용케 해 ‘ㄱ’사와 ‘ㄴ’사가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다. 1개사만 참여하면 표면상 경쟁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일명 ‘들러리’를 입찰에 참여케 하고 경쟁 없는, 그래서 상당부분의 조건이 시공사 입맛에 맞춰 참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각 있는 조합들은 조합원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컨소시엄 입찰을 금지시키고, 참여사들로 하여금 경쟁을 붙여 좀 더 나은 조건으로 입찰을 하게 하는 방법으로 ‘제한경쟁입찰’방식을 지금까지 선택한 바 있다.

이제는 그런 방식을 못하게 된 점이 이번 국토부 고시 ‘정비사업 시공자선정기준’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라는 것이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건축 전문변호사 ‘ㅎ’씨는 “조합의 대의원회에서 기존 3개사 총회상정을 6개사 이상 상정으로 개정한 것은 고무적인 정책이다”면서도 “비리의 문제를 조합에 한정하여 일반경쟁방식만을 채택하게 하는 것은 향후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수 있는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에 대해 변호사는 “조합원 부담금 상승, 조합 사업비 상승 등을 꼽을 수 있다”며 “경쟁 없이 참여하는 수주 전에 어느 시공사가 조합원에게 최대의 이익을 보장하겠느냐”고 전했다.

실제 최근 과천주공6단지 아파트의 재건축 수주 전은 제한경쟁으로 단독입찰만 허용했으며, 그 결과 대우건설과 GS건설이 극한의 경쟁을 치르고 있다. 이들은 자사가 내놓을 수 있는 최대의 이익을 조합원들에게 제시했으면서도 ‘표’를 받지 못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결국 컨소시엄 입찰은 향후 아파트 브랜드의 모호함과 수요자의 인지를 받지 못하는 문제뿐 아니라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가 누려야 할 이익까지 국토부가 갈취해 가는 셈이어서 국토부의 취지는 인정하지만 그 방법에는 문제점이 많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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