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법인세가 ‘뜨거운 감자’로 도마에 올랐다. 미국이 법인세를 내리는 결정한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증세정책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법인세란 주식회사와 같이 법인 형태로 사업을 하는 경우 그 사업에서 생긴 소득에 대하여 부과하는 세금이다. 그래서 ‘기업소득세’라고도 불린다.

개인이 소득세를 납부하는 것과 같이 법인은 소득세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법인세법에 의하여 법인세를 부담하게 된다. 여기서 법인이란 주식회사, 합자회사, 합명회사, 유한회사 등의 영리법인과 사립학교 등의 비영리법인을 말한다.

미국 상원은 2일(현지 시간) 법인세를 현재 35%에서 20%로 낮추는 파격적인 ‘트럼프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향후 10년 동안 1조5000억 달러(약 1635조 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으로 31년 만에 가장 큰 감세조치다.

▲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법인세를 내려 기업투자를 살리고 외국기업을 유치해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반면 우리나라 여야당은 4일 법인세 과표기준을 당초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올리고 최고세율 25%로 3%포인트 적용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에 잠정 합의했다.

법인세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되면 미국 법인세가 한국보다 5%포인트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국내 공장은 한국을 떠나고, 이에 따라 일자리 감소와 투자 축소 등을 감내해야 한다.

법인세를 올리면 단기적으로는 세수가 늘지만 중장기로 보면 기업투자가 위축돼 성장률이 떨어지고 소비가 감소하면서 결국 세수가 감소한다. 지금 같은 경기 침체기엔 법인세를 내려야 투자가 늘어 일자리도 생길 수 있다.

미국은 물론 일본·영국·중국 등 경쟁국이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선 판국에 우리나라만 ‘거꾸로’가는 행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2000년 30.2%에서 지금은 22.5%로 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 35개국 중 법인세를 내리거나 동결한 나라가 29개국에 이른다.

일자리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기업투자를 늘리려고 각 나라는 법인세 인하에 안간힘을 쓰는 형국이다.

한국 기업들은 법인세 부담 외에 정부의 각종 정책사업을 지원하고 각종 기부 등 다양한 준조세 성격의 부담까지 지고 있다. 한국에 들어와서 사업하는 외국기업에 비하면 역차별을 받는 셈이다.

정부안대로라면 2016년 기준 129개 기업에 대해 2조 6000억 원 가량의 증세가 이뤄질 것으로 분석됐지만, 적용 대상이 축소되면서 증세 기업은 40% 가량 줄어든 77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럴 경우 이들 기업에서 연간 2조 3000억 원 정도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500억 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를 3%포인트 인상하면 기업투자는 6조 3000억∼7조7000억 원 줄고, 일자리도 5만2000∼6만4000개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계는 법인세 인상으로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경제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 향후 기업들이 큰 재정적 부담이 짊어지게 되면서 해외 투자 등으로 국내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한 경제계 인사는 “향후 기업들에게만 세수 부담이 증대될 경우,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투자를 선호하게 되면서 국내에서의 일자리 창출 등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 각국이 자국기업 경쟁력 제고와 자국 내 기업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법인세를 내리고 있는 상황과 배치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법인세 인하는 나름대로 절박한 필요성이 있겠지만 기업의 감당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한꺼번에 추진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정부와 여당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세율 인상만이 경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묘책’인지를 지금이라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굳이 ‘거꾸로’ 가며 약화일로(弱化一路)를 걸어가야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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