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바람타고 창고형 매장 앞세운 이케아(IKEA) 등장에
영세 기업 지원책으로 가구산업 독과점 경향을 저지해야”

[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세계 가구 산업의 강자 ‘이케아(IKEA)’가 2014년 12월 한국 광명에 상륙한지 만 3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이케아 광명점은 지하 3층, 지상 매장 2층에 연면적 13만 1550제곱미터의 창고형 매장으로 2014년 12월 18일 개점하여 가구, 침구, 생활·주방용품, 아동용 소품 등 8,000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총 6개의 점포를 출점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케아이지만, 이케아 광명점 점포 하나만으로도 연간 매출액이 3000억 원을 돌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이케아의 한국 상륙 초반 성적은 돌풍을 일으켰다고 평가를 내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 시사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이런 돌풍적인 이케아의 성공 요인으로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업계에서는 대략 2가지 정도를 이케아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먼저 DIY(Do It Yourself), 즉 소비자가 가구를 직접 조립하는 제품을 출시한 것을 들 수 있다. 전통적으로 가구 회사는 완제품 형태로 생산, 배달하는데 반해 이케아는 주요 부품을 생산하고 소비자에게 조립을 맡기는 형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DIY 제품의 출시는 이케아에게 있어서는 물류비용과 저장비용을 줄이는 이점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DIY 반(Semi)제품은 네모 판이나 부품의 형태이기 때문에 완제품보다 저장 공간을 덜 차지하였고, 이 점은 제품을 트럭과 같은 운송수단을 통해 운송할 때에도 동일하게 작용되어 이케아는 물류비용과 저장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이케아는 대형 창고형 매장을 운영하는데 소비자가 직접 매장을 찾아 가구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여 직접 집으로 운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가구 배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케아는 DIY 제품의 출시와 대형 창고형 매장의 운영으로 물류비용과 저장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가능했고, 이 절감분을 제품의 가격 하락에 적용하여 경쟁자들과 비교하여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 메기 효과?

업계에서는 이케아의 광명점 출점으로 한샘, 현대 리바트 등의 토종 가구 업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었다. DIY 제품과 창고형 매장을 앞세운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할 경우, 한국 토종 기업들은 이케아의 가공할만한 가격 경쟁력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던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12월의 이케아 광명점의 출점 전후에 집계된 한샘과 현대 리바트의 매출액을 보면 타격을 받기는커녕 매출액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결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 2014년 12월 이케아 광명점 출점 전후의 한샘, 현대리바트 매출액, 출처: 금융감독원

한샘의 매출액은 이케아의 출점 전 2014년에는 1조 2655억 원을 기록했고, 출점 직후 2015년에는 1조 6310억 원을 기록하여 약 29%의 성장을 이루었다. 또한 현대 리바트의 매출액도 2014년에는 6311억 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이케아 출점 직후 2015년에는 6957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여 약 10%에 달하는 성장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한샘과 현대 리바트는 이케아의 출점에 대해서 출혈경쟁을 하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에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 2014년 12월 이케아 광명점 출점 전후의 한샘, 현대리바트 영업이익, 출처: 금융감독원

한국 토종 기업들이 이케아를 고사시키기 위해서 적자를 무릅쓰고 과도한 매출 올리기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각 기업들이 기록한 영업 이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샘의 영업이익은 이케아 출점 전 2014년에는 1020억 원을 기록한 것에 반해 출점 직후 2015년에는 1391억 원을 기록하여 약 36% 성장을 보였고, 현대 리바트도 2014년에는 343억 원을 기록하였지만 2015년에는 408억 원을 기록하여 약 19%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런 결과로 이케아의 출점으로 인해 한국 토종 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현상을 두고 “메기 효과”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메기 효과는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말하는데 노르웨이 어부가 정어리를 잡아놓은 공간에 메기를 풀어 넣은 것에 그 기원이 있다.

원래 정어리는 어부들에게 잡히면 오래 살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정어리를 잡아놓은 공간에 정어리의 천적인 메기를 풀어 넣으면, 정어리는 천적의 존재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 이리저리 도망치기 때문에 살아있는 상태로 항구에 운송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정어리가 최선을 다해 메기를 피해 다니는 것처럼, 한국 토종 기업들이 막강한 이케아의 등장에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기 때문에 한국 가구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었다는 것이 메기 효과를 주장하는 측의 논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으로 볼 수 있다. 한샘, 리바트와 같이 영업망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고 이케아의 공세에 버틸 자본력이 있는 브랜드 기업들은 놀랄만한 실적 개선을 이루고 있지만, 영세 가구 업체들은 이케아의 등장과 브랜드 기업들의 공격적 경영으로 인해 고사 직전에 있기 때문이다.

◆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져

이케아는 2014년 광명점 출점에 이어 2017년 10월 19일 고양점 출점을 단행하였다. 이에 광명, 고양 근처의 영세 가구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광명점 근처에 위치한 광명 가구거리에는 광명점 출점 직후에는 34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에는 7개의 점포가 폐점하여 27개 점포만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3년 만에 약 20%의 폐점율을 보이고 있는 현재 상황을 정상적인 상황으로 인식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폐점율이 높다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영업점의 경우에도 매출이 30% 이상 떨어졌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폐점하는 곳은 늘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이케아 고양점이 개점한 고양, 파주 인근의 가구 단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일산, 파주 등지에는 1970년대부터 자리를 잡은 260여개의 영세 가구 기업들이 가구 단지를 형성하고 있는데, 최근 이케아 고양점 개점 직후에만 18개 업체가 폐점을 결정하였다는 것이 가구 단지 내 기업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이케아 고양점 출점 직후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일간 매출액이 평상시의 50% 수준까지 떨어졌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현재 상황은 이케아 광명, 고양점의 출점으로 인해 인근 영세 가구 산업 종사자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에 더해서, 이케아의 공세에 반격을 하고 있는 한국 토종 기업들의 공세에도 타격을 입고 있는 형국으로 볼 수 있다.

◆ 생존의 문제로 전환

영세 가구 기업 종사자들은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매출액 신장의 문제가 아니라 폐점을 위협받는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케아에 더해서 한샘, 현대 리바트 등의 한국 가구 기업의 거센 공세를 이겨내기 위해서 영세 가구 기업 종사자들은 서로 연합하는 전략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영세 기업의 규모로서는 도저히 이케아, 한샘, 현대 리바트 등의 브랜드 기업이 가진 가격 경쟁력과 같은 역량을 당해낼 수 없기 때문에, 영세 기업 종사자들은 공동으로 제품을 저장할 장소를 찾아 물류비용을 줄이고 합동 영업을 개시하여 영업력을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연합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의 이익이나 갈등을 조정할 방법을 강구하는 등의 쉽지 않은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세 기업 종사자들은 정부를 포함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영세 기업들이 협회와 같은 연합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률적 지원과 같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한시적으로라도 낮은 이자율을 적용해 주는 등의 금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영세 기업 종사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경쟁력이 없다면 도태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본질이지만,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면 대기업 독식 구조를 만드는 것보다 중소기업들을 지원하여 산업 구조의 건실성을 높이는 것이 국가 경영에 올바른 방향으로 보이므로 영세 가구 업자들의 지원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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