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한인 1세대’ 최희문 사장…월가에서 힘든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경험 쌓아

[뉴스워커_김지훈 기자]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은 중학교 1학년 때인 1978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을 갔다. 미국 파운턴밸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뉴욕 월스트리트에 입성했다.

1980년과 1990년대 전 세계 파생상품 시장을 잡고 있던 뱅커스트러스트(도이치뱅크가 1999년 인수)에 입사하여, 기업금융 애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최 사장은 매일 새벽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퇴근한 고된 생활을 반복했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었다. 잠은 하루 2~3시간 자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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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월가에서의 첫 사회생활 경험은 단단한 밑거름이 되어. 한국 자본시장에서 ‘구조화 금융의 달인’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월가에서 쌓은 경험이 기반이 되었다.

이후, CSFB(Credit Suisse First Boston),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15년을 근무한 그는 한국을 떠난 지 25년 만에 귀국해 2002년 삼성증권에서 캐피탈마켓사업본부장을 맡으며 한국 자본시장에 복귀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는 선진 금융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금융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은 한인 월가 1호로 손꼽히고 있다. 그가 메리츠증권의 수장을 맡은 이후 큰 성장을 이룩해 왔는데 여기에는 월가 스타일 중 하나인 성과우선주의를 채택한 이유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계약직 방식의 성과주의가 지금의 정부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어 이런 방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래픽_진우현 기자>

◆ 2010년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사장 첫 취임

메리츠증권은 2010년 2월 26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메리츠종금과의 합병과 신임 이사 선임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2010년 4월 1일 메리츠종합금융증권으로 출범하게 되었으며, 신임이사로 선임된 최희문 당시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통합법인을 이끌게 됐다.

당시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금과의 합병으로 새로 출범하게 된 메리츠종금증권은 여수신 및 복합기능을 가진 자기자본 약 6,361억 원, 업계순위 20위권 밖에서 업계 13위권의 금융회사로 재탄생 했다.

▲ 정리_김지훈 기자

◆ 최희문 사장 취임 이후, 실적 고공행진…업계 10위권 안까지 단숨에 안착

최희문 사장은 2010년 2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금이 합병한 메리츠종금증권을 맡아 본격적인 성장을 이끌어왔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영업이익은 최 사장 취임 첫 해인 2010년 314억 원에서 2011년 700억 원, 2012년 821억 원, 2013년 682억 원, 2014년 1,443억 원, 2015년 4,051억 원, 2016년 3,268억 원으로 오르고 내림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가파른 성장을 이어왔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0년 206억 원, 2011년 531억 원, 2012년 629억 원, 2013년 516억 원, 2014년 1,447억 원, 2015년 2,873억 원, 2016년 2,538억 원으로 늘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높아져, 2015년에는 메리츠종금증권의 ROE가 23.2%로, 업계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9.0%), 하나금융투자(8.7%), 한국투자증권(7.9%), 삼성증권(7.4%) 등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정리_김지훈 기자

같은 기간 동안 메리츠종금증권의 규모는 더 커졌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2010년 5252억 원에 머물렀으나 2014년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합병(M&A)하면서 자기자본 1조원을 넘기며 업계 10위에 올라섰다.

이어 2016년 8월에는 414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연말 기준 자기자본 1조8783억 원까지 늘어나 업계 8위가 됐다. 2016년 연말에는 모기업인 메리츠금융지주가 보유하던 메리츠캐피탈을 100% 인수하기로 결의했고, 이 작업이 완료되면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2000억 원 대까지 늘어나게 된다.

◆ 실적 고공행진의 비결은 ‘성과주의’…버는 만큼 가져가는 인센티브제 도입

최희문 사장은 ‘성과주의’ 경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의 경영스타일 중 하나로 최 사장이 들여온 이런 방식은 증권업계에서 계약직 비율이 가장 높은 메리츠증권에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영업직 사원 중 70%가 기본 연봉이 낮은 계약직이다.

최희문 사장은 이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이들의 성과가 특정된 고정비를 넘어설 경우 총 수익의 5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정리_김지훈 기자

최 사장의 공격적인 운용에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경쟁사 대비 성과보상시스템이 잘 구축됐다는 평가가 많다. 직원들이 수긍하는 수준으로 운용해 실적 기준치에 따르는 압박을 줄이면서 ‘하는 만큼’ 가져가는 시스템이라 우수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메리츠증권이 업계 상위권의 영업실적을 유지하는 비결도 최희문 사장의 이러한 공격적인 경영방식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경영방식으로, 남자 기준 영업직 연봉 평균이 2억 원으로 단연 업계 최고수준이다. 계약직 과장급 영업직은 기본 연봉이 6000만원인데 그보다 8배 많은 성과급을 받아 총 5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아간 경우도 있을 정도다.

직원들의 성과가 좋다 보니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최희문 사장의 연봉도 22억321만원(2014년), 27억 6,300만원(2015년), 26억 8,095만원(2016년)을 수령해, 금융권 CEO 연봉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 미국식 ‘실용주의’가 몸에 밴 최희문 사장의 업무 스타일

2010년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최희문 사장이 정착시킨 기업문화는 ‘프로·수평·소통·실질’이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일하면서 ‘한국 특유의 격식을 따지는 문화가 많은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조직원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의전과 격식 등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게 그가 강조하는 문화다. 메리츠종금증권에선 실무자들이 보고하기 위해 임원실을 찾아갈 필요가 없다.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으로 하면 된다.

▲ 자료: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 정리_김지훈 기자

◆ 최 사장의 성과주의, 새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지 않는 부분도 존재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책의 일환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금융권도 들썩이고 있으며, 농협중앙회는 NH농협은행과 하나로마트 등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역시 일반사무 전담직원과 전담텔러(창구직원) 등 무기계약직 직원 3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히며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은 2017년 2분기 기준 계약직 직원 수가 전체 직원 수의 69.3%에 달해 주목을 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2017년 2분기 기준 계약직 수는 959명으로 정규직 수인 424명보다 2배 많다. 메리츠종금증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규직은 전체 인원의 30.7%에 불과한 셈이다.

실제로 신영증권의 경우 계약직 수가 2017년 2분기 기준 6명으로, 전체 직원 가운데 1%에 불과하며, 메리츠종금증권에 이어 계약직 수가 많은 KB증권(748명)보다 211명이나 많고 계약직의 비중이 큰 하나금융투자(32.8%)보다 36.5%나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최희문 대표는 철저한 성과주의로, 그 동안 여의도 증권가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내었지만, 그로 인해 계약직의 비율이 타 증권사에 비해 눈에 띄게 높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세우는 ‘비정규직 제로화’ 기조와 상충하는 부분도 존재하고 있어 앞으로, 대형 IB증권사를 꿈꾸는 최희문 사장이, 앞으로 정부의 기조를 맞춰가며 어떻게 메리츠종금증권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의 호랑이’ 다음 편에는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의 경영 스토리와 최근 핫 이슈가 되고 있는 나재철 대표의 연임 가능여부에 대해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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