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또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도 시사했다. 이곳은 유대교·기독교인 이스라엘과 이슬람교인 팔레스타인이 오랫동안 분쟁을 해왔던 곳이라 팔레스타인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랍·이슬람권 국가들과 영국, 프랑스 등 국제 사회에서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루살렘’이 어떤 곳이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로 국제사회 모두가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것일까.

◆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토분쟁

현재 진행형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유권 분쟁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에서부터 시작됐다.

AD77년 유대인은 로마에 의해 마사다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지도상에서 사라졌고 이 민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수도로 ‘예루살렘’을 공식 선언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과의 국제 정세가 더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이-팔 간의 영토전쟁은 종교적 갈등에서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한 배경에 대해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다. 친이스라엘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과 또 다른 일각에서는 지지세력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의지지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시사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그런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이스라엘 민족지도자들은 영국과 협상을 시도하면서 전쟁비용을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종전 후 옛 유대땅에 이스라엘 건국을 약속 받게 됐다. 그리고 영국은 1917년 오스만투르크로부터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으면서 유대 국가 건설을 약속하는 밸푸어선언을 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자 당시 영국 정부는 이스라엘에게도 국가 건설을 승낙하게 되었고 팔레스타인에게도 반대도 승낙도 아닌 어중간한 입장을 취했다. 그 사이에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은 영국의 약속대로 팔레스타인 땅에 이주하고 동시에 건국을 선포했으며 유엔에 승인을 받는 절차까지 진행했다. 또한 아랍인들과의 전쟁으로 예루살렘 서쪽을 점령하고 요르단은 동예루살렘을 차지했다.

이 땅에 2천년을 살았던 팔레스타인 민족은 졸지에 땅을 빼앗기게 됐고 난민으로 전락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그치지 않고 1967년 아랍국들과의 ‘6일 전쟁’으로 동예루살렘까지 차지했고, 1980년에는 이곳을 “이스라엘의 완전하고 통합된 수도”로 규정한 법을 제정하게 된다. 그리고는 대부분의 정부기관을 예루살렘에 설치했고, 실질적으로도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로서의 기능을 하게 됐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강제로 점령했다는 이유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다. 유엔은 1947년 예루살렘의 특수한 성격을 고려해 이-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 특별관리지역으로 삼는다는 내용의 결의를 내놓았고 이는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은 제2대 도시인 텔아비브에 대사관을 두게 됐다.

◆ 영토분쟁은 종교 갈등에서 시작

팔레스타인은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으로 자치 정부를 수립하고, 동예루살렘을 자신들의 미래에 세울 정식 국가의 수도로 삼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1967년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제사회도 이를 지지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절대로 내줄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그들의 선조땅이라는 것이며 구약성서가 그 근거라고 주장한다. 이는 팔레스타인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사실 이스라엘이 믿는 유대교와 기독교, 팔레스타인이 믿는 이슬람교는 본류가 같다. 다같이 하나님을 믿는데다 아브라함을 선조로 두고 있다. 그러나 그의 본처에서 낳은 아들인 이삭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뿌리이고, 배다른 형제인 이스마엘이 이슬람의 뿌리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예수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기독교는 예수를 하나님과 함께 삼위일체의 신으로 보고,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예수를 단순한 선지자로만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슬람교에서 참 선지자는 무함마드라고 여긴다.

이러한 각자의 종교적인 이유로 예루살렘에는 유대교의 성지로 이스라엘 왕국의 솔로몬왕이 만든 성전 터에 세운 통곡의 벽이 있고, 이슬람 선지자 마호메트가 승천했다는 곳에 바위돔사원과 알아크사 사원도 있다. 또 기독교 입장에서는 예수가 묻히고 부활했다는 곳에 건립한 성묘교회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혔던 장소인 골고다 언덕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예루살렘 가운데서도 동예루살렘 내 올드시티에 있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동예루살렘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고 영토 분쟁은 계속 되고 있다.

◆ 트럼프는 왜 이스라엘 편인가

미국은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하다. 미국이 기독교에 기반하여 건국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995년 미국 의회에서는 ‘예루살렘 대사관법’을 결정하고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도록 했다. 즉 미국 자체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간 미국 대통령들은 이-팔 간에 끝나지 않는 영토 분쟁으로 인해 이를 보류하는 서명을 6개월마다 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보류하지 않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선언하고 조만간 주이스라엘 대사관도 옮길 것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미국의 외교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친이스라엘 매파이자 뉴욕포스트 칼럼니스트 베니 아브니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미국 대중이 원하고 있는 것, 22년 전 미국 의회가 결정한 것을 선보였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많은 대통령들이 선거 기간에는 대사관을 옮기겠다고 약속해놓고, 당선 뒤엔 결정을 미뤄왔던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선언한 것은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을 겨냥한 행동이라고 본다. 가장 강력한 트럼프 지지세력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53%가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을 지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트럼프 성향 자체가 평화 협상에는 큰 관심이 없고 단순한 이스라엘 편향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가설도 있다.

일각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압박해 성과를 얻으려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기술이라는 가설도 있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중동이라는 화약고에 기름이 부은 격이 된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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