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타임>(Time)지는 미국의 시사 주간지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미국과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사문제에 대해 체계적이고 간결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신문기자 헨리 R.루스와 브리턴 해든이 설립한 타임사에 의해 1923년 3월 3일 초간 9000부를 발행함으로써 창간되었다.

편집형식은 중요한 사건이나 일반인의 관심을 끄는 화제에 관해 간결하게 요약한 수십 개의 짧은 기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기사들은 내신·외신·경제·교육·과학·법률·의학·종교·스포츠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섹션으로 체계화 됐다.

1926년에는 발행부수 10만 부를 넘었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사지이다. 성공 원인은 광대한 지역을 커버할 중앙지가 없는 미국에서, 해설과 뉴스 읽을거리를 중심으로 한 편집이 전국 미디어의 역할을 한 것과 뉴스 주간지로서의 탁월한 편집능력이었다. 1922년에 발행된 <뉴스위크>는 물론, 독일의 <슈피겔>, 프랑스의 <렉스프레스> 등도 이 잡지의 영향을 받았다.

▲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1929년에 해든이 사망한 후부터는 루스가 단독으로 경영하였는데, <타임>의 경이적인 성공에 이어 1930년 <포춘>(Fortune) 1936년 <라이프>(Life) 등을 잇달아 발행하였다. <타임>은 오랫동안 온건보수적인 정치적 견해를 반영해 왔지만,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다소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400여 명의 특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외국어판으로도 발행되어 950만 독자들이 구독하고 있다.

<타임>의 가장 유명한 기사는 80년간 매년 발표된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 : 예전에는 Man of the Year) 커버스토리이다. 한해 뉴스 중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에 대한 선정이다. 제목에도 불구하고, 1982년에는 올해의 기계(Machine of the Year)로 가정용 컴퓨터가 선정되기도 했다.

1999년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박사가 세기의 인물로 선정되었다. 올해의 인물 인터넷 투표에서는, 1998년에 미국의 프로레슬러 믹 폴리(Mick Forey), 2001년에 일본의 배우 다시로 마사시(Masashi Tashiro)가 각각 조작표로 1위가 된 적이 있다. 타임은 그 후 투표 결과를 무효로 했다.

그 외에도 1938년에 아돌프 히틀러, 1979년에는 루홀라 호메이니를 선정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017년 5월엔 ‘협상가’라는 부제와 함께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표지 모델로 선정했다.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리고 있는 대통령의 메시지로 보는 문재인정부 214일 ‘나라답게 정의롭게’ 기획전시에 문 대통령의 커버스토리에 실린 <타임>이 전시되고 있다.

<타임>은 2017년 ‘올해의 인물’에 성희롱·추행·폭행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 선정됐다. 타임은 이들 여성을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로 명명했다.

<타임>은 지난 6일(현지시간) NBC 방송의 ‘투데이’ 프로그램과 트위터,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의 인물 선정 사실과 이번 주 발행본 표지 사진을 공개했다. 표지 사진에는 영화배우 애슐리 주드, 우버 엔지니어였던 수전 파울러,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등이 포함됐다.

타임지는 이들 외에도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성폭력 피해를 당한 멕시코에서 기업 로비스트로 활동 중인 아다마 이우, 멕시코 딸기 농장에서 일하는 이자벨 파스쿨 등을 표지 사진에 포함했다.

<타임>의 에드워드 펠센털 편집장은 NBC방송 프로그램 ‘투데이 쇼’에서 올해의 인물 선정 배경에 대해 “표지를 장식한 여성들을 비롯해 다른 수백 명의 여성과 많은 남성들의 행동(미투 캠페인)은 1960년대 이래 가장 빠른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이어 “소셜 미디어가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 해시태그 ‘#미투’는 지금까지 최소 85개국에서 수백만 번이나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공공연한 비밀을 밖으로 표현하고 속삭이는 네트워크를 사회적 네트워크로 이동시키고 우리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것을 멈추도록 독려한 이유로 침묵을 깬 사람들이 2017년 올해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침묵을 깬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등을 제치고 2017 올해의 인물 자리에 올랐다. 한편 지난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트럼프 대통령은 2위에 올랐다.

한편 미투는 지난 10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메가톤급 성 추문이 터진 미국 연예계를 시작으로 정가, 언론계 등으로 빠르게 퍼져나간 데 이어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확산됐다.

미국 정가의 경우 알 프랑켄 상원의원(미네소타)과 존 코니어스 하원의원(미시간)은 여러 건의 성희롱과 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 현역 최다선인 코니어스는 이미 정계 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연예계와 언론계에서도 할리우드 스타 케빈 스페이시, 공중파 방송의 유명 앵커였던 찰리 로즈와 맷 라워 등이 성추행과 희롱 또는 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본 네티즌은 “최초 고발자들 덕에 더 많은 이들이 용기 내어 싸울 수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어땠을까”, “우리도 저런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올해의 인물로 ‘침묵을 깬 사람들’을 선정한 <타임>의 편집진에 경이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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