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차 생산량 710만대 하락 전망, 차 값 오르나

-인텔, 車 반도체 구원투수 나서…“회복 2023년까지 갈 수도”

그래픽_뉴스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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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경제의 시선] 차량용 반도체 수급 난항에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가운데 가장 타격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량 생산과 출고가 미뤄지면서 고객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의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동력전달체계)이나 계기판 등 자동차 전자장치나 인포테인먼트를 위해 탑재되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이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코로나19로 늘어난 반도체 수요로 전자제품 산업체와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공급망 악화로 수급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 외부 활동의 제약으로 가전제품 판매가 늘면서 가전제품의 반도체 수요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의 생산이 뒤로 밀리게 된 것.

또 다른 이유는 수익이 낮다. 삼성의 경우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매출액에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 비중은 약 5% 정도이며, TSMC는 약 3% 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자의 요구조건은 높은데 비해 이익이 낮다는 점에서 제조업체에서 공격적으로 생산량 증대를 투자의 매력이 약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라이벌 관계인 인텔이 최근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는 공장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인텔이 반도체 시장의 가장 시급하고도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겠다고 나섰다. 최근 펫 겔싱어 인텔 대표(CEO)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회 ‘IAA 2021’에 참석해 최대 800억 유로(1103000억원)을 투입해 유럽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특히 아일랜드 공장 제조역량을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겠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업체들의 잇따른 차량용 반도체 투자 계획발표에도 조용한 모습이다. 최근 2023년까지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며 그 가운데 150조원을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대부분이 D, 낸드플레시 등 메모리반도체에 집중됐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진입장벽은 높고, AI나 스마트폰용 반도체보다 수익성은 떨어진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글로벌 완성자동차 생산업체의 손실이 당초 올 1월에 각각 220만대·610억달러(69조원)로 예상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약 390만대·1100억달러(124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올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며 완전한 회복세를 유지하는 데에는 1~2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생산라인 멈춰지금 신차 계약하면 3~6개월 대기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차량용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로 아산공장 생산중단을 결정했다고 9일 공시했다. 생산중단 분야 매출액은 7455억원으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의 6.77% 규모다. 중단된 현대차 아산공장 생산 재개 예정일은 오는 13일이다. 이번 중단은 차량용 반도체 부품을 담당하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촉발됐다.

특히 아산공장은 그랜저와 소나타를 생산해온 가운데 그랜저의 경우 말레이시아 생산 차량용 반도체가 공급이 되지 않으면서 생산 차질을 겪었다. 말레이시아는 독일 인피인온과 스위스 ST마이크론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회사들의 생산기지가 모여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는 세계 차량용 반도체 13%를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되면서 아산공장뿐만 아니라 울산공장도 일부 차질을 빚었다. 기아의 미국 조지아 공장도 지난 5월과 이달 7일 조업을 중단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인기 차종은 출고까지 상당기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 아반떼의 경우 출고까지 4개월을 기다려야한다. 코나 하이브리드·투싼 6개월,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4개월 가량을 대기해야 차를 받을 수 있다. 기아도 K5 4개월, K8 6개월, 셀토스 4개월, 스포티지·쏘렌토 4~6개월, 카니발 5개월 등 대부분 모델이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일부 차종은 당장 계약해도 2022년에야 차를 받을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세계 자동차 시장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총 511795(현대차 294591, 기아 217204)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 전체 판매량과 내수·수출이 동반 감소한 건 올 들어 처음이다.

업계는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반도체 품귀 현상은 20222분기까지 이어져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630~710만 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대해 상황이 여름 휴가철 이후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폭스바겐의 하청업체가 많은 말레이시아에서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공장들이 문을 닫아 여전히 차질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부족에 값 상승 우려반도체 수급 문제 장기적으로 봐야


올 초 만해도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내년부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내년 이후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에 힘에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 가격은 올랐다. 반면 자동차 수요는 증가해 평균 판매 가격은 41000달러(4700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에서 군나르 헤르만 포드 유럽이사회 의장은 포드 포커스 차량 1대를 만드는데 반도체 300개가 필요하지만, 신형 전기차를 만드는 데에는 반도체 3000개가 필요하다반도체뿐만이 아니다. 리튬, 플라스틱, 철강 등 원자재도 상대적으로 공급 위기라서 원자재가 상승에 따라 앞으로 자동차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안정화를 위해 업계와 정부도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차량용 반도체 부품, 전기차용 희토류 영구자석 등 소재·부품·장비 개발을 위한 수요·공급기업 협력 사업을 승인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계속되자 자구책을 펼치는 곳도 있다. 현대차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주도로 전력 반도체 자체 개발을 검토 중이다. 팬데믹과 함께 불확실성이 커지는 요즘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이 언제 끝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시대다. 전문가들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안정화를 위해서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장기예측모델등 보다 능동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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