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잇단 극단 선택…1년 6개월 간 45만3000개 매장 폐업

영업제한 철폐 요구…“팬데믹 시대지만 소상공인 피해 없어야”

그래픽_뉴스워커 AG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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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경제의 시선] 한국은행이 1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사상 최저 수준(0.5%)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0.25%p(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은 논평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경기 회복 기운이 약화되고 있는 점,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고통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중을 기해달라고 덧붙였다.

내년도 최저임금도 인상됐다. 올해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720)보다 440(5.1%) 높은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주도한 최저임금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상 사회로 복귀하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계는 최저임금위의 5.1% 인상 결정에 반발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을 통해 2022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 올린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밝혔다.

전문가들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현재 수준도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는 중소기업·소상공인뿐만 아니었다. 올 상반기 상장 기업의 직원 수가 대폭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상반기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 1816개사의 전체 직원 수는 1441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453000명에서 12000(0.8%)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1486000)과 비교하면 2년 사이 45000(3.0%) 급감했다.

기업 투자 활동을 활발히 하고,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경영 환경을 조성하기에는 금리인상과 최저시급 인상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의 경우는 급증하는 가계대출 문제를 비롯해 불가피한 상황은 이해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타격이 심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임대료 못 낸 자영업자 극단적 선택추모 물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며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자영업자가 극단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강원 원주경찰서는 원주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50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15일 밝혔다. 경찰 발견 당시 A씨는 이미 숨진 지 며칠이 지난 상태. 원주에서 5년째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A씨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자 최근 수개월 동안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일에는 서울 마포구에서 20년 넘게 맥줏집을 운영하던 50B씨가, 같은 날 전남 여수에서도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가 경영난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씨의 경우 자신이 살던 가게 지하의 원룸을 내놓고 그 돈으로 직원의 월급을 준 뒤 세상을 떠났다. 자영업자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줄어든 수입 때문에 임대료나 인건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4일 코로나19대응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경영난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검은 리본으로 바꾸고 애도를 표하고 있다.

비대위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6개월간 자영업자들은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하루 평균 1000, 453000개의 매장이 폐업했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타격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가계대출 금리가 1%p 높아지면 가계대출 연체율이 0.32%p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고통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최대한 신중을 기해달라취약계층의 금융비용 부담 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중기·소상공인 피해지원, 재난지원금 지급 등 추경 집행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영업제한 철폐 요구대출 만기 연장 등 필요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매출이 급감한데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이 겹친 상황이다. 또 이번 금리인상에 이어 추가 인상까지 이어지면 더는 버티기 힘들 것으로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를 향해 영업제한 철폐 등 5개 사항을 요구했다. 두 단체는 자영업자비대위에 대한 탄압 중지 영업제한 철폐 온전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촉구 대출 만기연장과 정책자금 대출 대폭 확대 생활방역위원회·손실보상위원회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또 최근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의 대책마련을 함께 촉구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단체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9월 말로 종료되는 대출 만기 연장도 추가 연장되도록 후속 조치를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빚 부담이 점점 더 커지는 만큼 경영의 어려움이 더해질 것을 우려한 것.

중소기업중앙회도 아직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은 유동성 위기로 쓰러지고 은행도 동반 부실화되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역대 급으로 불어난 가계 부채는 축소해야한다. 하지만 공론화되지 않은 자영업자들의 죽음이 또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서민의 삶이 망가지지 않도록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부의 꼼꼼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계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민생경제를 압박해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정상적인 삶을 위해서 방역 체계를 구축하고 대출을 줄이고 가계부채가 더 늘지 않기 위해 금리인상을 하지만, 결국 그 여파가 누군가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면 정부도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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