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공룡’ 구글, 삼성·LG 자체 OS 개발 막아 ‘독과점 지위’

전 세계에서 구글 규제 “디지털 생태계 변화 바람 불 것”

그래픽_뉴스워커 AG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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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경제의 시선] 공정위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 안드로이드 OS 탑재를 강요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거래행위를 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074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공정위 역사상 9번째로 큰 규모의 벌금으로 공정위가 구글 갑질조사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내린 결론이다.

구글은 삼성·LG전자 등 스마트 기기 제조업체가 운영체제(OS)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아왔으며, 안드로이드 OS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스마트 기기에 다른 OS를 탑재하는 것을 금지하는 계약을 스마트 기기 제조업체와 맺었다.

이에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상 지위남용, 불공정거래행위로 구글 엘엘씨·구글 아시아퍼시픽·구글 코리아에 총 20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은 구글이 더는 제조업체에 OS 사용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구글은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15(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구글은 컨설팅업체 알파베타(AlphaBeta)의 자료를 인용, 구글플레이를 이용해 한국 소비자가 누리는 경제 효과를 51000억원으로, 구글 검색을 통해 누리는 편익을 42000억원으로, 구글 드라이브 등 기타 도구를 통한 편익을 25000억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구글 서비스를 통해 한국 소비자가 총 118230억원의 경제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글이 이런 자료를 공개한 것은 한국 공정위가 구글의 반경쟁적 독점행위에 과징금을 내린지 하루만이다.

구글 계열사인 유튜브의 수전 워치스키 최고경영자(CEO)유튜브가 202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15000억원 이상을 기여하고 86000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구글이 한국에서 얻어가는 수익이 얼마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세계 스마트 모바일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점유율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자체 기기에만 탑재되는 애플을 제외하고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201038%에서 2019년엔 97.7%에 달했다. 구글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기기 제조사, 구글 벗어나 OS시장 진입할 수 있을까


현대인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스마트폰. 이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OS. IOS를 사용하는 애플 아이폰을 제외하면, 대부분 제조사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를 사용한다. 현재 OS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가 장악한 비중은 무려 97% 이상으로 독점적 지위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2011년부터 스마트기기 제조사와 파편화금지계약(AFA)을 맺고 각 업체가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안드로이드OS를 변형해 개발한 포크 OS’를 장착하는 것을 금지했다. 구글은 삼성전자 등 기기 제조사와 파편화금지계약(AFA)을 체결하면서 구글의 OS를 변형한 OS를 기기에 탑재하거나 개발하는 것도 막았다.

구글이 기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OS를 변형하거나 새로 개발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은 것. 이를 두고 공정위는 구글이 사실상 안드로이드 OS를 스마트폰과 스마트 기기 전반에 의무 사용하도록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AFA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등 스마트 기기 전반에 걸쳐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2013갤럭시 기어1’을 출시하면서 포크OS를 기반으로 70여 개의 자체 개발 앱을 탑재했지만, 구글이 문제 삼으면서 삼성은 자체 OS를 포기해야 했다. LG도 스마트 스피커를 위한 OS 개발과 상품화를 시도했으나 구글이 해당 기기의 출시를 허락하지 않았다. 사실상 타 OS의 시장 진출을 막음으로써 구글은 독과점적 지위를 공고히 다졌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앤디 루빈 구글 전 수석부사장이 델(Dell)이 포크OS 기기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포크 기기를 단 한 대라도 출시하면 모든 기기에 대한 플레이스토어, 유튜브, 구글 검색 라이선스를 해지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강력히 반발하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구글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이 전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갖는 중요성 및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간의 경쟁을 간과했다공정위의 서면 의결서를 수령하는 대로 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차별 없이 법집행디지털 생태계·제조업의 변화 올 것


공정위 조치에 따라 스마트 기기 제조업의 변화가 예고된다. 전문가들은 삼성·LG 등 국내 제조사에에 이번 시정명령이 국내 기업 및 디지털 생태계 전반에 실효성 있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정위는 “AFA가 단순히 계약서상으로만 존재해온 것이 아니라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차단했다기기제조사의 다양한 기기 유형에 대한 자유로운 OS 개발 활동을 직접적으로 차단해 심각한 혁신저해 효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행한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서는 국내·외 기업 간 차별 없이 엄정하게 법집행을 해 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과 관련해 경제적·법리적 쟁점이 많아 3차례에 걸쳐 심도 있는 심의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피심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도입된 제한적 자료 열람제도를 최초로 적용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구글을 겨냥한 처분이 잇따르자 유튜브가 한국 경제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주장하고 있다. 구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12월 기준 1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국 채널은 5500, 유튜브를 통해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 채널 수는 전년 대비 30% 늘었다. 이렇게 한국 유튜브 채널수·구독자가 늘었다면 본사인 구글의 이익은 더 크다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구글이 한국에서 얻어가는 수익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은 세계 첫 구글 갑질 방지법이 시행됐다. 구글이 앱마켓에서 자사 결제를 강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이다. 구글 갑질 방지법은 세계 최초로 제정돼 앱마켓 반독점 규제 확산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에 반기를 드는 건 한국뿐만이 아니다. 미국 연방검찰(DOJ)은 지난해 10월 구글이 검색 서비스 등에서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유럽연합은 2018년 구글이 모바일 OS, 앱마켓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과징금 약 56500억원을 부과했다. 플랫폼 공룡이었던 구글이 디지털 생태계에서 변화의 바람을 맞이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적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구글의 혁신적인 대응 방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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