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취임 후 처음으로 국빈자격으로 3박 4일간의 중국 방문길에 오른 것이다.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사드 이견을 좁힐 수 있을 것인가, 북핵과 관련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인가, 한중FTA 등 경제활성화 규모는 얼마나 될까’에 주목이 됐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평가하자면, 눈에 띄는 성과는 없지만 모든 가능성은 활짝 열렸다고 볼 수 있다.

◆ 사드,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할 듯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7월 6일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베를린 회담, 11월 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베트남 다낭에서의 회담에 이어진 것이다. 그때마다 최대 관심사는 ‘사드 문제’였다. ‘10·31 한중 관계개선 협의’로 사드문제가 봉합되는 듯 했지만, 최근 중국이 다시 ‘3불 원칙’을 언급하면서 사드 논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이번 문 대통령과의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어떤 얘기들이 오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 그래픽_황규성 시사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

이와 관련해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사드 문제가 봉합된 것도 아니고 안 된 것도 아닌, 아직은 미묘한 상황이다.

두 정상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사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사드로 촉발된 갈등에 대해 문 대통령은 “최근 일시적인 어려움”으로, 시 주석은 “모두가 아는 이유”라고 우회해 발언했다.

그러나 비공개로 진행된 소규모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사드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지금 양국 관계는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고,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관리를 잘해나가자”고 말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시 주석의 사드 관련 발언은 ‘톤다운’ 됐다는 평가다. 베를린 회담에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11월 11일 베트남에서의 회담에서는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북핵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요구하고 있는 쌍중단(북핵개발과 한미군사군련 중단), 우리 정부에 중국에 약속한 3불 정책 이행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한중은 일보 진전한 관계 개선을 보여줬다.

하지만 시 주석이 문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한 상황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수위를 낮췄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사드로 인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 경제분야, 7건의 양해각서 체결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개시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난 2015년 12월 20일 발효된 한중FTA는 제조업 등 상품 분야 관세장벽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서비스·투자·금융 등은 일부만 개방하기로 합의한 뒤 발표 2년 안에 관련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그간 중국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추가 협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개시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그동안 시드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한류 문화 콘텐츠, 관광, 의료 등 국내 관련 산업들은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전체 155개 서비스 분야 중 우리나라에 90개 분야를 개방한 상태다. 이 중 데이터프로세싱, 금융정보제공·교환서비스 등 6개 분야를 완전히 개방했고, 환경 서비스, 요양서비스, 연구개발(R&E) 등 65개 분야를 개방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양해각서를 통해 서비스, 투자 분야 후속 협상이 잘 이루어진다면 중국의 서비스 시장이 우리에게 활짝 열리는 셈이다.

중국의 2015년 서비스 무역 총액은 7천529달러로 세계2위다. 코트라는 2020년 중국 서비스 무역액은 1조 달러를 돌파하고 전 세계 서비스 무역 총액의 10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외에도 양국은 ▷미세먼지 공동 저감 ▷ 암 관련 의료 협력 등 환경·보건 협력 ▷ 교육·과학 협력 ▷ 신재생에너지 협력 ▷ 지방 정부 간 협력 증진 ▷ 빅데이터·인공지능·5G·드론·전기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 공동 대비 위한 미래지향적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 북핵문제 관련 ‘한반도 4대 원칙’ 합의

이번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떤 얘기가 오갈지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다. 중국은 북한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 4원칙은 그동안 서로가 가지고 있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당초 문 대통령이 대북 원유수출 중단 등 중국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관련 언급은 없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의 경우 시 주석이 직접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사적 옵션까지 생각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로 읽힌다는 해석도 있다. 한반도 평화 문제는 한반도 자체보다는 외부적인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지속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중국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해석은 타당하다.

문 대통령의 방중과 관련해 사드 문제, 북핵 문제, 경제 문제 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가 관전포인트였다. 정상회담을 통해 오간 내용을 보면 세 가지 문제 모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야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지금 당장 손에 쥐어진 성과는 딱히 없어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빈 성과’ 혹은 ‘실패한 회담’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빈 성과일지, 큰 성과일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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