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신생아 4명이 16일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서울시와 보건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유족들 진술에 따라 신생아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감염 가능성이 사망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신생아 4명이 연달아 사망하는 사고는 국내 의료계에서도 이례적 사건으로 감염에 의한 동시다발적 사망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당국과 서울시는 감염병이나 의료 사고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어 18일 부검 실시 이후 명확한 사망 원인이 확인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시사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 심정지에 심폐소생술 했으나…불과 81분 새 일어난 일

신생아 4명은 불과 81분 새 차례로 숨졌다. 이대 목동 병원측에 따르면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생아가 첫 번째로 심정지 증상을 보인 것은 지난 16일 오후 5시 44분께였다.

이어 오후 7시 23분 근처에 있던 또 다른 신생아에 심정지가 왔고, 오후 9시와 9시 8분 나머지 2명에게도 똑같은 증상이 발생해 의료진은 곧바로 신생아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4명 모두 차례로 숨을 거뒀다.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고 상태가 좋지 않다는 환자가족들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건 지난 16일 밤 11시께였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기 4명은 모두 숨진 뒤였으며, 경찰은 오전 6시까지 현장감식을 했다.

경찰과 유족은 이대 목동 병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17일 새벽 1차 조사를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신생아 치료와 긴급 조처를 담당한 의사 1명과 당직 간호사 4명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신생아 사망과 관련해 병원 측에 과실이 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생아 4명의 사망에 병원 측은 17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16일 오후 5시 40분경부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4명의 환아에서 심정지가 발생했고,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에도 사망했다”며 “매우 이례적인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빠른 시일 안에 사태 발생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 신생아 4명 동시 사망 원인, 3가지 가능성 제기

국내 의료계 안팎의 전문가들은 치료 중 미숙아가 숨기는 요인으로 대략 3가지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특정 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신생아 4명의 동시다발적 사망 사건은 국내 의료계에서도 처음 있는 일로 명확한 원인 규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감염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어 향후 혈액배양검사 등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또 미숙아에게서 잦은 ‘괴사성 장염’ 가능성을 추정하고 있다. 괴사성 장염은 인공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대장 중 결장부위에 많이 생기는 괴사로 주로 생후 1주 이내 미숙아, 저체중아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 경우 미숙아들은 쇼크나 심한 저산소증, 그밖에 패혈증, 질식, 무호흡 상태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사건 원인 규명을 위해 인큐베이터나 분유병, 주사기 관리가 잘됐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외적인 요인을 사건 원인으로 유추하고 있다.

숨진 아기들은 일찍 태어난 미숙아로 인큐베이터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 왔고 일반 정상아들보다 기본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지만 동시다발적으로 갑작스레 사망한 사례는 드물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의료 기기의 결함이나 인큐베이터 작동 중단 등 외적 요인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외에서는 인큐베이터 작동이 갑자기 멈춰 산소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신생아가 집단 사망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지만 인큐베이터가 한꺼번에 고장 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어 정확한 인과관계가 조사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아이들의 배가 볼록해져 있었고, 호흡이 곤란했었다”는 유족측 증언에 따라 의료 과실 가능성도 높게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시․질병관리본부, 사망 원인 규명에 촉각 곤두세워

경찰은 숨진 신생아 치료와 긴급 조처를 담당한 의사, 간호사들을 상대로 1차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들은 “왜 숨졌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숨진 신생아 4명에 대한 부검을 18일 오전 실시해 자세한 사망 원인을 밝히는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 전담팀에서 의료과실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관계자는 언론보도를 통해 “아직 추가로 소환 조사를 통보한 사람은 없다”며 “부검과 감식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사망 원인이 감염병으로 조사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병원 측은 신생아 중환자실은 환자 격리 개별 시스템으로 감염병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만, 경찰 조사에서 감염병으로 결론이 날 경우 중환자실에 함께 있었던 신생아 12명의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질 예정이다.

홍정익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 과장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고 발생 이후 관련 내용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 며 “퇴원한 다른 신생아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새로운 감염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검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시 양천구 보건소는 질병관리본부와 역학조사를 실시하며 사건 접수 이후 의약과 직원 2명을 이대목동병원에 급파해 총 16명이 있던 집중치료실 환아 중 숨진 환아들을 제외한 12명의 신체검진과 상태확인 등을 마쳤다.

12명 중 4명은 퇴원조치 했으며 치료가 필요한 8명은 강남성심병원, 신촌세브란스 병원 등 4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보건소는 전했다.

보건소는 현장 상황반을 운영해 상황종료 때까지 긴급지원 태세를 유지할 예정으로 현재 집중치료실 내 각종 집기와 투여 약물 등을 수거해간 상태로 이에 따라 역학조사반은 집중치료실을 확인한 뒤 의무기록 사항을 검토했다.

또 사망 사고 당시 집중치료실 의료 환경을 확인하기 위해 의사, 간호사 등을 상대로 대면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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