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fast) 패션은 ‘옛말’…미국도 친환경 의류 바람

-전 세계 플라스틱 60% 의류에 쓰여…업사이클링 관심 가져야

그래픽_뉴스워커 AG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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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경제의 시선] 열을 가두어서 지구가 찜통과 같이 온도 상승을 경험하는 것. 이것이 온실효과다. 이 같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에서는 오는 2050년까지 지구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탄소 배출이 늘면 지구의 대기층에 가스층을 만들어 우주로 반사 돼 나가야 할 빛을 다시 지구로 돌려보낸다.

탄소중립을 위해 업사이클링(Upcycling, 업그레이드+리사이클링) 섬유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환경공단에 따르면 패션 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연간 약 120억 톤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 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비행기, 기차, , 자동차 등 운송 수단에서 직접적으로 배출하는 탄소 양보다 많은 비율이다. 프랑스자연환경연합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약 1억 개의 옷과 장신구가 판매된다. 폐기물량도 그만큼 늘면서쉽게 구매하고 쉽게 버려지는일회용 패션이나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란 말도 따라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제76차 유엔 총회에 참석한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입은 정장이 국내 친환경 의류 브랜드의 업사이클링 제품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BTS 멤버들은 환경 이슈에 대해 언급한 만큼 업사이클링 정장을 입어 메시지를 강조한 것.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 뿐 아니라 친환경적인 디자인과 가치를 더한 것을 말한다. 폐기물을 가공해 더 가치 있는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매립·소각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재가공에 들어가는 추가 자원의 낭비를 막는다.

BTS가 입은 정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래코드라는 브랜드다. 래코드는 코오롱 FnC의 재고 의류·친환경 원단을 사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낸다.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이다. 하지만 인류의 산업발전이 에너지 혁명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 위기를 지혜롭게 넘겨야하는 시대적 요구가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지키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지금, 패션도 지능 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시대다. 탄소 배출의 선두그룹에 있었던 패션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소비되는 플라스틱 중 60% 의류에 쓰여


소비자들 역시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고 있다. 유행에 따라 빠르게 소비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에서 이제는 어떤 재료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었는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플라스틱 중 약 60%가 의류 제작에 쓰인다. 나일론, 아크릴, 폴리에스터가 대표적이다. 이 소재들은 생산과정에서 화석 연료를 사용하고 폐기물도 잘 처리가 안 되는 단점이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빨대 등이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옷과 신발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 환경 보호국(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 따르면 2018년 미국에서 발생한 고체 폐기물 중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은 약 100만 톤인 반면, 버려진 옷과 신발은 1300만 톤에 달한다. 옷과 신발은 제조과정에서 많은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할 뿐 아니라 폐기물도 환경에 부담을 준다.

청바지 한 번을 제조하는데 물이 7000리터가 사용된다. 이는 4인 가족이 5~6일동안 사용하는 물의 양이다. 여기에 화학제품이나 표백제의 사용으로 물이 오염된다. 폴리에스터 등의 섬유로 만든 옷은 세탁 시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발생하기도 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류 폐기물이 2008년 일 평균 약 162톤 이었지만 2016259톤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의류를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탄소배출량도 비행기와 배가 발생시키는 탄소보다 많다. 패스트 패션의 소비가 지속되면 오는 2050년에는 패션산업이 전 세계 탄소의 4분의 1가량을 소비하게 된다는 전망도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업계가 업사이클링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환경에 악영향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의류·신발이 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업사이클링 패션이 이미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브랜드들이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시장 규모는 40억원 미만으로 아직은 적은 규모다.


의류 선택도 가치 있게 하면 탄소 배출 줄어


요즘은 투자사들도 기업이 환경을 고려하는 ESG 경영을 하지 않을 경우 투자금을 회수한다. 업계에서 업사이클링은 더 이상 하나의 단편적인 현상이 아닌 필수이자 의무다.

미국은 친환경 의류의 흐름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패션업계는 양모와 나무로 만든 운동복이 나오는 등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다. 코트라(KOTR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72%의 미국인들이 친환경 포장 제품을 선호한다. 환경친화적인 포장을 선호하는 이들은 재활용이 쉽거나 재사용된 포장을 찾는다고 답했다. 18~34세 연령의 74%는 같은 제품이라면 더 친환경적인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 정부도 최근 떠오른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5월 대통령 직속기구인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탄소중립 정책과 기후변화 대응을 총괄한다. 이 기구의 목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탄소 순 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틀을 제공하지만 실천은 기업과 민간, 개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에서 벗어나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노력 말이다. 의류 구매 시 BTS처럼 재활용 정장을 구매하는 것도 의미 있는 선택 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의류의 수명을 1년 연장하면 탄소배출을 25% 감소할 수 있다.

이제는 패스트 패션 대신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고 소비자들의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최근 패션업계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친환경 패션 브랜드 ‘OOTT(오오티티)’를 론칭했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나 나일론을 사용한 업사이클링 원단의 옷을 제작한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는 백팩 등 가방에 재생 원단 ‘RENU(리뉴)’와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소재를 적용하고 있다. 의류 재고가 인테리어 마감재로 재탄생한 곳도 있다. 한섬은 매년 신제품 출시 후 3년이 지난 재고 약 8만여벌(60)을 소각했지만 이를 업사이클링하면 연간 약 144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올해 초부터 재고 의류를 고온·고압으로 형체를 바꿔 섬유 패널 등 인테리어 마감재로 재탄생 시키고 있다. 다만 친환경, 업사이클링이 마케팅 수단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무엇이든 본질에 집중해야 성과도 있을 것이다. 결국 지구온난화로부터 벗어나는 게 우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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