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AG 1팀
그래픽_뉴스워커 AG 1팀

달빛어린이병원


병과 통증은 누구에게나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지만, 그 대상이 아이라면 부모는 당황스럽다. 늦은 밤이나 휴일이라 문 연 병원이 드물 때는 더욱더 그렇다. 이 경우 불가피하게 종합병원 응급실을 이용하게 된다. 그중 굳이 응급실 방문이 필요치 않은 소아 경증환자를 위한 제도가 달빛어린이병원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은 20149월부터 보건복지부가 공모를 통해 선정 및 운영하는 어린이 진료 센터다. 밤늦은 시간에도 응급실보다 낮은 진료비로 전문적인 소아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비교적 대기 시간도 짧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응급실 중환자로 인한 아이의 두려움을 미리 방지할 수도 있다.

지난 2019년 복지부의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 이용자 중 달빛어린이병원이 도움이 됐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94%에 가까웠으며, 다른 지역으로의 확대에 찬성하는 비율 95%, 재방문 의사를 밝힌 비율 88%, 지인에게 추천하겠다는 비율 87%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반대


위처럼 긍정적 반응을 얻었음에도 현재 전국 달빛어린이병원은 20곳에 불과하다.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대표적이고 막강한 것은 업계와의 갈등이다.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병원은 지역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의 반발을 전부 받아내야 한다.

사업 초반부터 냉담했던 의료계 반응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15대 김재윤 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김 회장은 사업 시행 1년 만인 2015년 인터뷰에서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을 받지 않은 병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달빛어린이병원 공모에 참여하고서도 석 달 만에 지정 취소를 신청한 병원이 두 곳이었다. 그중 한 곳은 낮의 정상 진료를 접고 야간·휴일에만 진료를 보는 부분 운영으로 전환했으며 나머지 한 곳은 그나마도 유지하지 못했는데, 전문의 2명이 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사업 참여를 위해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명과 간호사 1명 이상을 확보해야 하기에 중단이 불가피했다.

해당 의사들이 사표를 낸 데에는 주변 병·의원과 소청과개원의사회의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 지정 병원이 되자 소청과의사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해당 병원과 의사가 이기적이라는 논조의 글이 다수 게시됐는데, 이와 유사한 문제로 일부 달빛어린이병원 근무 전문의는 공식 모임 참석을 꺼린다는 소식도 들어볼 수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청과의사회 고발


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사업 참여 방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체적으로 달빛병원사업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4개 병원을 방문해 사업 지정 취소 신청을 요구하는가 하면 사업에 참여할 경우 회원 자격을 정지하고 고발 및 행정 처분, 시정 지시 등 징계를 내리겠다는 공문을 8개 병원 28명 관계자에게 우편 발송했다. 그 밖에도 소청과 전문의 커뮤니티 사이트의 이용, 소청과의사회 주최 연수 강좌 참여 등도 제한했다.

이에 지난 2017,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청과의사회의 이런 제한행위를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제한행위로 보고 시정조치 및 과징금 5억 원을 부과, 검찰에 고발했다. 형사 고발은 불기소 처분으로 결정 나고 법원 역시 2심까지는 소청과의사회의 손을 들어줬으나, 대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 3일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아이들을 위한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효과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목표이자 취지는 하나다. 바로 소아 환자의 진료권 보장이다. 그런데 어째서 밤의 두려움 속에서 아파할, 연약한 아이들을 위한 자리에 어른들의 따돌림이며 강압, 혹은 자발적인 경영 판단이 낄 자리가 그렇게도 많단 말인가.

법원 판결이니, 의사회 징계니. 어른들이 다투는 사이에도 꼬박꼬박 밤은 온다. 바라건대, 언젠가 어른이 된 아이들이 기억하는 그 밤들은 차갑고, 무섭기보단 의사 선생님이 참 좋은 사람이었던’, 그래서 덜 아팠던 시간이었으면 싶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