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AG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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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버스 회사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20157, 인천 지역 한 시내버스 회사에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회사 소속 버스 기사는 140명 정도였는데, 그중 여성은 피해자인 A씨와 B씨를 포함해 7명에 불과했다. 사건의 직접 가해자인 직원은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됐고, 고용노동부 중부지방 고용노동청은 회사에 징계 조치 이행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해당 회사는 노동청의 징계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는데, 가해자 총 4명 중 3명에게는 무급정지 7일 징계를 내렸으나 남은 1명에 대한 징계는 아무런 징계 조치도 이행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3달 뒤인 10, B씨는 소속 노동조합을 변경했다. 그러자 같은 달 대표 C씨는 출발점이 B씨의 주거지에서 먼 노선을 고의로 B씨에게 배정하는 등 보복성 불이익을 줬다.


끝없는 2차 가해...


C씨는 성희롱 예방 교육 미실시에 따른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으며, B씨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노동조합법 위반 기소됐다. 그러나 C씨는 사건 대응 과정 중 노동조합 대표를 만나는 자리에서 B씨에게 빨갱이보다 더하다등 비난조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외에도 20178월경 A씨와 B씨로부터 성희롱에 대한 사후조치를 요구받은 C씨는 앞으로 과부는 버스 기사로 안 뽑겠다’, ‘여자들은 다시 안 쓰겠다2차 가해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


지속적 피해를 입은 A씨와 B씨는 회사와 C씨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C씨에게 회사와 공동으로 A씨에게 1522만 원, B씨에게 7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C씨와 사측의 항소로 이뤄진 2심 재판 결과도 유사했다. 2심은 회사와 C씨 공동으로 A씨에게 1322만 원, B씨에게 7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C씨가 상고,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이 확정된 것이 지난달 16일이다.

재판부는 C씨에게 직장 내 성희롱 예방, 피해자게에게 성적 수치심 느끼지 않도록해야 할 사업주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책임을 물었으며 C씨 본인 또한 성희롱을 자행한 것으로 보아 C씨와 회사의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그에 더해 ‘B씨가 C씨와 회사의 불법행위로 정신적 손해를 입은 점이 명확하다라며 C씨와 회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6년...


A씨와 B씨가 성희롱을 당한 20157월로부터 대법원이 A씨와 B씨의 손을 들어준 20219월까지 6년이 넘는 시간이 들었다. A씨와 B씨가 재판을 위해 수없는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했던 6년은, C씨의 반성 없는 6년인 동시에 가해자와 방관자가 뒤섞인 130명 정도의 침묵으로 온전했다.

힘 있는 가해자의 여유에 밀려 길고 긴 공방에서 나가떨어지는 피해자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봐 왔던가. 그러니 더더욱, 거대하게 느껴졌을 회사와 C, 방관자들을 상대로 6년이나 맞선 A씨와 B씨의 용기와 끈기가 대단하다.


나아졌는가...


A씨와 B씨에게는 정말 길었을 6년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이 나아졌는가. 당장 포털 사이트에 성폭력 2차 가해를 검색하면 볼 수 있는 수많은 최근 기사가 아마 그 답이 될 것이다. 학생, 공무원부터 배우까지 다양한 직업의 피해자가 아직도 속출하고 있다. 오히려 온라인상에서의 2차 가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이런 와중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앓는 피해자는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 피해자에 대한 지원 제도 모두 강화됐는데도 2차 가해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아직도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수준이 낮다는 증거다. 많은 이가 성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변화하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게 될 것인가. (또는 고통을 삭이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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