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AG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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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남북정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국무위원장)2주 만에 대외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남측의 군비증강과 미국의 적대 정책을 비난하며 국방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비핵화 협상 등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 정책에 대해 문제 삼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북한이 조선노동당 창건 76돌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전날(11) 3대혁명전시관에서 성대히 개막되었다면서 김정은 총비서의 참석을 전했다.

외교가 안팎에선 당초 1010일 당 창건일을 맞아 북한이 열병식 등으로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을 주목해 왔는데, 북한은 열병식 대신 국방발전전람회를 통해 국방자위권을 행사하며 내부 결속을 강화했다.

김 총비서는 연설에서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성으로부터 우리 국가 앞에 조성된 군사적 위험성은 10, 5년 전 아니 3년 전과도 다르다며 한미 연합훈련 등과 남한의 군비현대화 시도 등을 두고 조선반도 지역의 군사적 환경이 변화될 내일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남한이 미사일지침을 개정한 이후 탄두개발, 사거리 제고 등 미사일 능력을 향상하고 잠수함 전력 강화, 전투기 개발 등 공격용 군사장비 현대화 시도에 전념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들의 군비현대화 명분과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남측 향한 대대적 메시지다소 유화적인 연설도 포함돼


김 총비서는 남한이 미사일 시험발사 등에 대해 무력도발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면서 남조선의 이같은 과욕적인 야심과 상대방에 대한 불공평을 조장하고 감정을 손상시키는 이중적이고 비논리적이며 강도적인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 계속 우리의 자위적 권리까지 훼손시키려고 할 경우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행동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김 총비서는 다소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남조선이 한사코 우리를 걸고들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주권행사까지 건드리지 않는다면 장담하건대 조선반도의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 “다시금 말하지만 남조선은 우리 무장력이 상대할 대상이 아니다라고도 언급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최근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면서 조선반도 지역의 정세불안정은 미국이라는 근원 때문에 쉽게 해소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남한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거듭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의 이같은 메시지 발신은 지난 9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이후 2주도 지나지 않아 연속적으로 이뤄지며 주목된다. 이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기존에 제시했던 대화의 조건들에 대해 관철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총비서가 대외 사안에 대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내면서 향후 그의 움직임에도 더욱 무게가 실린다는 관측이다.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총비서가 메시지를 발신하기 직전까지도 대외·대남 사안은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나 외무성 명의의 담화로 메시지를 냈기 때문이다.


통일부 시정연설 메시지 다시 한 번 확인전문가 남측에 선결조건 응답 촉구


우리 정부는 김 총비서의 연설 등에 대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밝혔던 주요 내용과 방향성을 재확인한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반적인 흐름이 시정연설 메시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으로 보고 있다정부는 북한의 의도나 입장을 예단하지 않고 앞으로 북한의 태도 등도 지켜보면서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김 총비서가 남측의 이중적이고 비논리적, 강도적인 태도에 유감을 표했다는데 대해선 개별적인 표현 하나하나를 따로 놓고 의도를 분석하고 평가하기보단 전반적인 흐름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판단하는 과정을 거친 뒤 특정 표현에 더 의미를 부여해야할 필요가 있는지 등은 평가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의 연설은 대남 대화의 가능성과 함께 이중기준 철회 등 선결조건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컷뉴스> 등에 따르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방 관련 주권 행사를 건드리지 않으면 전쟁도 설전도 할 이유가 없다고 함으로써 남한의 태도 변화를 조건으로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이른바 '선결조건'에 대한 남한 당국의 응답을 촉구한 것이라며 미국에 대해서는 한반도 정세 불안정의 근원은 미국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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