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갈이’ 증가 추세…세관 통과 후 추적도 어려워
중국산이 라벨 바꿔 국산 둔갑 “소비자·기업 피해↑”

그래픽_뉴스워커 AG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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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경제의 시선] 올해 수입품 중 원산지 표기가 잘못된 제품의 70% 이상이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수입 제품 중 원산지 표기에 오류가 있었던 사례는 모두 3600건이다.

원산지 표기가 잘못된 제품 상당수는 중국산 제품이었다. 원산지 표기 오류 사례 중 76.9%2768건을 중국산이 차지했다. 2위를 기록한 미국산 제품의 오류 건수 131건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 3위는 일본(115), 4위는 이탈리아(78)로 집계됐다.

올해 중국산 제품의 원산지 오류 표기 2768건을 유형 별로 살펴보면, ‘미표시2387건으로 가장 많았다. 미표시에 이어 떼기 쉬운 원산지 스티커 부착 등의 부적정표시’ 344, ‘오인 표시’ 19, ‘허위 표시’ 17, ‘손상·변경’ 1건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제품의 원산지 미표시는 20172516, 20182864, 20194190, 20203282건 등 과거에도 꾸준히 적발돼 왔다.

올해 수입품 중 원산지 표기에 오류와 관련한 21개 품목으로 나눠 살펴본 결과, 의류·섬유제품이 47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중 미표시가 377, 부적정표시가 88건이었다. 가방류 372, 운동구·완구 292, 가구류 256, 안경·시계 234, 전자제품 224건 등도 적발됐다. 이 중 올해 8월까지 수입품 검사를 거쳐 과징금이 부과된 것은 550건이다.

이처럼 원산지 표기 오류가 계속되고, 저가 해외생산품에 국내산 라벨을 붙여 둔갑 판매하는 이른바 라벨갈이건수가 줄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라벨갈이는 저가 해외의류 등을 국내로 반입한 뒤 국산 라벨을 붙여 속여 파는 행위로, 대외무역법 등 관계법령에 의해 금지 행위로 규정돼 있다.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기하거나 원산지를 오인하게 하는 표시를 하는 경우, 원산지 표시를 손상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등이 모두 해당된다. 문제는 세관 통과 이후에는 사후 추적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양경숙 의원은 전체 원산지 표기 오류 건수의 70% 이상이 최대 교역국인 중국 제품으로 교역량 두 번째인 미국과 비교해 22배에 달한다관세 당국은 표기 오류를 철저하게 검증해 국민과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산으로 라벨갈이중국산 마스크, 올해만 20억원어치 적발


코로나19 위기 속에 저가의 중국산 방역용품을 국산으로 둔갑시킨 다음 비싼 값에 유통하려는 사례도 있다. 중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국내에 판매하려다 적발된 규모는 최근 10년간 183, 금액으로는 7837억원 이른다. 특히 올해는 방역용품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에 따르면 관세청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방역용품 20억원어치(4)를 적발했다. 마스크가 8억원(1), 체온계가 12억원(3)을 차지했다.

20201억원(3)에 불과했던 불법 방역용품 적발 규모가 올해 들어 20배 불었다. 지난 1월 한 업자는 중국산 마스크를 들여와 한국산(Made in Korea)으로 표기된 박스에 옮겨 담았다. 관세청은 밀수신고를 받고 현장을 적발해 국산으로 박스 갈이가 된 중국산 마스크를 유통되기 직전 회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적발된 가짜 국산 체온계 19187개 중 9187개는 국내에 유통됐다. 원산지 표기만으로는 중국산임을 알아챌 수가 없는 제품이다.

신영대 의원은 코로나19로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저가·저질의 물건이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되면서 기업이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라며 관계 당국의 감시·감독 강화와 대대적인 단속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라벨갈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은 물론 국내 업체가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어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와 업계 보호를 위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라벨갈이, 수입품 사전 검사 단계에서 심도 있게 판정해야


지난 1991년 도입된 원산지 표시 제도는 상품에 올바른 원산지 표시를 해서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공정거래를 유도하고 불법수출입 방지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원산지는 해당 제품의 국적을 의미한다. 제품이 생산·제조·가공된 지역 및 국가를 표기해야 한다. 대외무역법 및 대외무역관리규정에서 원산지 표시 방법과 예외적인 경우에 표시 방법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원산지 표시 방법이 위반되면 통관도 안 되지만 위반 횟수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된다. 유통과정에서도 적발 시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30년이 넘은 이 제도가 무색하게 저가 해외생산품에 국내산 라벨을 붙여 둔갑 판매하는 이른바 라벨갈이는 지속되고 있다.

중국·베트남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하는 라벨갈이적발 금액이 최근 4년 간 1500억원에 육박하다. 최근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적발된 라벨 갈이 사례는 총 95, 1472억원에 달한다. 이 중 올해 1~7월은 적발 금액이 1019억원으로 지난해 연간(18억원)57배에 달한다.

이에 대해 배준영 의원은 라벨갈이 수법이 교묘해지고 소비자·국내 업체의 피해가 늘고 있지만, 관계기관 합동단속은 지난 2019년 이후 중단됐다세관 통과 후 사후 추적이 어려운 만큼 사전 적발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의 합동단속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원산지 표시로 소비자와 생산자를 보호하는 원산지 표기 제도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와 관련한 불법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관세청은 수입품 검사 시 원산지 표시가 잘못됐거나 제거가 용이한 형태 등을 라벨갈이로 판정해 적발하고 있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와 관련된 문제가 반복된다면 관세청에서도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또 세관을 통과한 이후로는 사후 추적이 어려운 만큼 사전 적발에 더 중점을 두고 검사 과정에서 심도 있게 판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해외로 직접 나갈 수는 없는 비대면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도 세계와 닿아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입고, 쓰고, 먹는 것이 국산뿐 아니라 외국산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인 우리가 먼저 사용하는 상품들이 어디서 왔는지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언제 국산으로 둔갑한 외국산 마스크를 쓰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최근 한국 제품이 세계에서도 품질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와 수입품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원산지 표시를 강화해야한다. 어떤 제품이든 원산지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기업 또한 원산지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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