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부수공사 대체할 구독자조사 시행 대비, 일부 언론사 출근길 무료배포 나서
김의겸 “본사 차원 배포 지시, 언론재단 국감서 공개할 것”
김의겸 “천신만고 끝에 넘어온 ABC개혁 8부능선, 첫 단추 잘 꿰어야”

문화체육관광부가 ABC부수공사 대체지표로 열독률 등을 도입하기로 한 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현재 ‘신문이용자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일간신문이 언론재단의 조사에 대비해 지하철역과 주택가를 중심으로 신문을 대거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언론재단 국감을 앞두고 일부 신문들이 무가지를 배포하고 있는 증거를 공개했다.

김의겸 의원실은 이번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러 신문지국장 등으로부터 유력 신문들이 신문이용자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지국들을 동원, 주요 지하철역(강남역‧부평역‧수원역‧영등포역) 등을 중심으로 무가지를 배포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의원실에서 아침 출근 시간대 부평역을 찾아간 결과 실제로 무가지 배포가 이뤄지고 있었다. 김의겸 의원실은 먼저 10월 둘째 주 아침 시간대 부평역 앞에서 매일경제를 무료로 배포하는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매일경제>는 출근길 지하철 출구에서 ‘홍보용 신문입니다’ 라는 안내문을 신문 근처에 게재하고 무료배포 행사를 벌이고 있다.

언론재단이 2020년 발표한 <언론수용자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귀하께서는 지난 1주일 동안 아래 방법으로 신문기사를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습니까?’ 등의 항목으로 열독률을 조사하고 있다. 열독률 지표는 이번 ‘신문이용자조사’에서도 거의 똑같이 진행되고 있다. 종이신문을 보는 절대적 구독자가 적어진 상황에서 출근길 불특정 다수 배포해 인지도를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제보자는 ‘최근 9월부터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신문 무료배포하는 행위가 늘어났다’고 했다.

이같은 신문 무료배포 행위는 신문사 본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의원은 “<중앙일보> 본사로부터 지국에 [WEB발신]으로 구독자조사에 대비해 인근 가구에 신문을 무료배포하라는 대량문자가 보내졌으며 의원실에서 제보 내용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WEB발신]’은 한 곳이 아닌 다수의 지국에 문자메시지 대량발송시스템으로 보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간은 9월 23일~10월 22일로 “배달비는 지원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전에도 언론재단의 <언론수용자조사> 기간에 맞춰 일부 신문의 무료배포가 이뤄졌고 언론사들은 수용자조사 결과에서 구독률·열독률지표 등을 홍보전략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ABC 부수공사 지표를 대체할 지표 중 하나라고 할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문체부와 언론재단이 최근 발표한 정부광고제도 지표개선 자료(별첨)에 따르면 효과성(영향력) 및 사회적책임 등 핵심지표와 법령준수·포털제휴여부 등 참고지표의 비율을 광고주가 자율적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열독률조사’는 핵심지표에 포함돼 있는데, 이같은 무료배포 행위로 조사에 혼란을 준다면 자본력이 풍부하고 배달망이 확실한 기존 상위권 언론사가 유리하며, 사실상 지역신문에 대한 세부 지표도 시험 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소수 일부 중앙지만의 ‘부익부 빈익빈’ 재연이 우려된다.

김의겸 의원은 “거대 신문사 본사와 사주들은 한 발 앞서 대응하고 있다”며 “벌써부터 신문고시 위반에 준하는 사례들이 나오는데, 이를 못 본 척한 문체부와 언론재단이 관료적으로 처리하다 보면 또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현재 문체부에도 많은 제보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확실한 패널티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ABC제도와 조선일보 부수조작 등의 개혁이 가장 오래된 언론개혁이라고 할 만큼,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많았지만 이제 8부 능선을 넘어왔다” 며 “천신만고 끝에 여기까지 왔는데, ‘도로ABC’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ABC공사결과를 제외하는 첫 번째 구독자조사를 앞두고, 문체부와 언론재단의 첫 단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내일(19일) 언론재단 국정감사에서 추가 증거를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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