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새정부 첫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심각한 인구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지금”이라고 밝혔다. 그리고는 논의의 한계를 두지 말고 기왕에 있었던 저출산 대책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그 가운데 필요한 일들은 계속해 나가면서 새로운 정책으로까지 확장하는 노력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는 출산장려정책을 여성의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게겠다고 밝혔다.

▲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 출산장려 넘어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갖는 게 저출산 해법

문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올해 출생자 수가 36만명 정도”로, 50만명대에서 40만명대로 떨어졌다가 30만명대로 사상 최저 수준”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합계 출산율이 1.3 미만이면 초저출산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무려 16년 동안 초저출산 국가가 지속되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들은 실패했다. 충분하지 못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하나하나의 대책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대책의 효과보다 저출산·고령화가 확산하는 속도가 더 빨랐고 정부 대책이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금까지는 대체로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출산장려정책을 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출산장려대책을 넘어 여성들의 삶의 문제까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즉 결혼, 출산, 육아가 여성들의 삶과 일을 억압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저출산 문제의 근본 대책이라고 설명하면서,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은 노동·고용·주거·교육·보육·성평등 등 아주 다양한 가치가 얽혀 있어 전반적인 복지정책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출산율과 출생아 수 자체를 목표로 하는 국가주도 정책이 아니라 결혼, 출산 등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출산과 자녀양육을 인권으로 인정하는 ‘사람중심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4대 추진방향으로 ▷일·생활균형 ▷안정되고 평등한 여성 일자리 ▷고용·주거·교육 개혁 ▷ 모든 아동과 가족지원을 제시했다.

◆ 프랑스에서 배우자

사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고용·주거·교육·보육환경 등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제시하는 4대 추진 방향은 성공만 한다면 출산율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가 그랬다. 프랑스의 출산율은 1963년 2.89명에서 점차 감소하여 1993년 1.73명을 최저치가 됐으며 이후 꾸준히 증가하여 2015년 2.01명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출산율 2.0명대를 유지하는 국가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프랑스는 출산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국가적 문제라고 보았고, 장기적이고 강력한 출산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제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구 감소를 경험한 후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인구 정책을 시작했는데, 1930년대 들어서 가족과 모든 어린이를 포함하는 새로운 ‘가족 정책’을 세웠다. 즉 출산·보육·양육 모든 부분에 있어 전반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채택했다.

우선 재정적 지원으로 아이를 마음놓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프랑스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약5%를 가족 수당에 투자하는 나라로 국민의 약 50%가 수혜를 받을 정도로 보편적이다. 1967년부터 가족수당금고를 도입했고, 기업들도 가족수당 재원 분담률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이 20%, 세금 20%, 기업이 60%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이다. 프랑스 정부는 기업들에게 재정적 지원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출산 장려 정책에 참여하게 하여 사내 보육원 개설, 원격 근무 도입 등 경영방식을 현대화해 보육의 환경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프랑스 인구 정책이 성공한 것은 사회의 변화를 받아들여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한 점이다. 미혼모 가정, 편부모 가정, 입양가정, 외국 이민자 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모든 지원을 평등하게 함으로써 출산을 장려하였다. 1970년대 이후 미혼모, 동거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생겨나자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지원들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혼외출산율의 경우 1970년 7%에서 2009년에는 52%로 급상승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인식 변화, 즉 성평등 사회문화가 정착 된 것도 출산율을 증가시킨 요인이다. 남성의 가사·육아 참여가 생활화되었고, 그 결과 여성은 과중한 육아부담에서 해방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가정과 사회, 국가 전체로 보편되면서 출산율 향상에 도움이 됐다. 여기에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당연시하던 사회 풍토에서, 아이는 여성이 낳지만 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인식에 변화가 생기면서 남성이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가정으로 남편을 일찍 귀가 시키는 풍토가 생겨난 것이다.

프랑스에서 우리가 우선 배워야 할 점은 출산이 각 가정의 개인사라는 인식을 넘어 미래세대를 위한 모두의 투자라는 인식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출산장려정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육아유직을 업무 공백으로 보는 시선도 바뀔 수 있고, 여성은 경력단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여성만 육아를 담당하는 독박 육아를 벗어나 남성, 여성이 모두 일과 가정,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삶이 주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교육비 지출도 출산을 꺼리는 하나의 요인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 가능, 충분한 보육환경과 더불어 공교육이 온전히 교육의 역할을 다한다면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증가세를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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