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근래 비트 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 화폐의 투자 열기가 심상치 않다. 2017년 12월 28일 오후 10시 35분을 기준으로 빗썸은 비트 코인 실시간 시세를 1940만원으로 제시했다. 2017년 5월 28일 301만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6배 이상을 폭등한 것으로 근래의 가상화폐 투자 광풍 분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특히 비트 코인이 짧은 시간에 수 백 만원의 변동 폭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타이밍을 잘 맞추면 일확천금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수백만 원의 변동성이 있는 가상 화폐라면 물량에 따라 저점에서 매수해서 고점에서 매도하면 수 억, 수십억 원의 차액을 얻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 전문가들, 심지어 정부까지 나서서 위험성을 이야기하며 가상 화폐에 대한 열기를 식히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 화폐지만 실물 경제와 동떨어진 현재 가상 화폐 거래 구조

지난 12월 7일 온라인 게임 유통 업체인 ‘밸브(Valve)’ 사는 자사의 게임 플랫폼인 ‘스팀(Steam)’에서 비트 코인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밸브 사는 “1년 전에는 비트코인 결제로 인한 거래 수수료가 0.2달러에 불과했으나, 디지털 통화의 가치 급증으로 현재는 2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하며 스팀에서는 더 이상 비트 코인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다.

국내에서도 일부 소규모 점포를 중심으로 비트 코인 결제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비트 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관계자들은 “비트 코인의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실물 경제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에는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 시간 만에 수백만 원의 변동 폭을 보이고 있는 비트 코인이기 때문에 거래량에 따라 수천억 원의 손실을 볼 수도 있어 기업 간 결제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스팀의 예에서 보듯이 기업과 소비자간 소규모 거래에 있어서도 그 변동성과 수수료 문제 등으로 비트 코인 결제는 환영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비트 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는 거래소에서만 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현금화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화폐로 기능하기 보다는 주식 시장에 있어서의 유가 증권과 같은 기능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겠다.

하지만 회사의 주인임을 나타내는 주식과 달리, 가상 화폐는 재화와 교환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실물 경제와는 완전히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회사의 가치를 판단하여 그것을 투자의 지표로 삼는 주식과 달리 가상 화폐는 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인들의 합의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여 거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 가상 화폐 거래는 애널리스트나 전문가가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고 “묻지 마.” 투자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현재 가상 화폐 거래는 판단 기준이 없으니 순전히 가상 화폐를 매수하려는 사람들이 많을 때에만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열풍과 같은 현재 매수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가상 화폐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겠지만, 매수세가 빠진다면 가상 화폐 가치는 어디까지 폭락할지 모르는 수준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매수세가 지속되지 않는 한, 실물 경제와 분리되어 있는 가상 화폐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 해킹의 위협에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가상 화폐 투자자들은 블록체인은 안전하기 때문에 가상 화폐는 해킹에서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다소 사실과는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안 관계자들은 절대적으로 안전한 보안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개념만으로 보자면 블록체인은 ‘정보를 하나의 저장 장소에 넣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 분산 저장하여 거래를 할 때 확인함으로서 보안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비유하자면 거래를 할 때 여러 명이 가지고 있는 장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비슷하게 이해를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커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가상 화폐에 해킹하기 위해서는 분산 저장된 정보의 일정 비율 이상을 모두 해킹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므로, 해킹을 할 수 없다고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산 저장되었다고 해서 해킹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 시 오류와 시간 단축을 위해서 모든 정보의 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반수와 같은 일정 비율의 정보만 확인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비율 이상의 컴퓨터를 해킹하면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어도 해킹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11명의 거래 장부 중 과반수의 장부 확인으로 거래가 허용되는 알고리듬이 적용된 경우 6명의 거래 장부만 위, 변조할 수 있다면 부정한 거래가 정당한 거래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가상 화폐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공간은 수백 개 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다. 그래서 해커가 보유한 연산 능력을 초월할 것이라는 반론도 할 수 있는데, 블록체인이 비트 코인 보유자들의 네트워크를 통한 분산 컴퓨팅 능력에 기대어 방대한 정보를 저장하듯이 해커도 디도스(DDoS) 공격 때처럼 수많은 좀비 PC를 만들어 분산 컴퓨팅 능력에 기대어 공격을 할 수도 있다.

즉 블록체인 기술이 완성도가 높은 수준으로 적용되었다면 그 방벽을 뚫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이상의 공격 능력을 갖춘 해커가 등장했을 때도 블록체인 기술이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 가상 화폐 거래소에 대한 해킹 위협은 자주 시도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가상 화폐에 대한 해킹 시도와 별도로, 가상 화폐 거래소에 대한 해킹 시도는 비교적 빈번하게 일어났다.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유빗’이 지난 12월 19일 해킹 당해 170여억 원의 가상화폐를 도난당하고 파산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빗은 이날 새벽 4시 30분 경 외부 공격을 받아 보유한 가상화폐 17% 가량을 도난당한 것으로 발표하였다.

해킹으로 인해 가상 화폐 거래소가 파산 절차에 돌입한 이번 사건은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가 해킹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몇몇 거래소의 자산 규모는 해킹의 피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할 정도로 부실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내에서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난 12월 21일 미국 가상 화폐 거래소 ‘이더델타’는 거래소의 DNS 서버에 대해 악의적인 공격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거래를 일시 중단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더델타는 거래소에 저장되어 있는 고객 자산은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계를 좀 더 되돌려 보면 2014년 세계 최대 비트 코인 거래소 중의 하나였던 일본의 ‘마운트 곡스(Mt. GOX)는 85만 비트 코인을 해킹 공격으로 분실했다며 파산을 신청했던 사건도 있었다. 당시에 전체 비트 코인 발행량의 7%, 당시 시가로 약 5억 달러에 이르는 비트 코인의 증발로 피해자들이 속출하였던 이 사건은 아직까지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위의 사례들을 통해 가상 화폐 거래가 해킹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믿는 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 투명한 거래, 보안 확보를 위해 규제는 필요

최근 정부는 거래소 폐쇄 등을 포함한 가상 화폐 규제안을 발표하였다. 현재까지는 가상 화폐 거래 시에 실명 계좌를 통한 거래를 유도하여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거래의 투명성과 거래소의 보안이 확보되지 않거나, 투기 흐름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는 경우에는 거래소 폐쇄와 같은 초강력 규제를 실시하는 것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 화폐의 거래 열기가 뜨거운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거래를 투명하게 할 필요와 해킹의 위협으로부터 최소한의 보안 장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필요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4차 혁명을 선도할 IT 산업으로서 가상 화폐를 꼽기도 하는데, 이번 규제가 가상 화폐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가상 화폐 거래의 투명화, 보안성 확보를 통해 가상 화폐 기술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에 규제는 적절한 수준에서 업계와 협의를 통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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