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AG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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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데, 낯설다. 친숙하지만, 새롭다

CU곰양말(곰표·말표·백양) 맥주출시가 성공을 거두며 콜라보열풍에 불을 당긴 가운데, 최근까지 식품과 식품이 만난 이색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소비자 눈길을 끌고 있다.

마트, 카페 등으로 구분된 장소에서 볼 수 있었던 특정 브랜드 제품들이 공간의 벽을 허물어 새롭게 탄생, 재해석되고 있는 것.

기업 간 이색 협업상품은 특히 식품 소비 과정에서 제품의 맛에 재미까지 추구하는 펀슈머(fun+consumer)를 고려한 마케팅적 요소로 풀이된다. 최신 트렌드와 이색적인 경험을 선호하는 MZ세대가 식품·유통업계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상품이 각 업체에서 시도되고 있다.

이에 <뉴스워커> 취재진은 다양한 브랜드의 식음료 협업상품 중 소비자 호응을 얻은 사례와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사례들을 함께 살펴봤다.


익숙한데 신선해브랜드 간 협업상품으로 재탄생


오랜 시간 소비된 제품, 익숙한 맛이 서로 만났을 때 반대로 소비자에 신선하고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작용될 수 있다.

최근엔 커피 브랜드의 컬래버 시도도 이목을 끌었다. 투썸플레이스가 흑맥주 브랜드 기네스와 손을 잡고 블랙 몰트크림 위드 기네스케이크를 선보인 것.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변화를 즐기며 먹거리에도 새로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를 겨냥해 흑맥주와 초콜릿 조합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두달여 전엔 이디야가 식품기업 농심과 손잡고 포스틱 밀크쉐이크를 선보였다. 통상 케첩에 찍어 먹던 포스틱과 우유음료가 만나 익숙하지만 낯선 식품으로 재탄생한 셈.

이디야 관계자는 동종업계를 넘어 이종 간 컬래버가 활발하게 진행됨에 따라 기존의 익숙한 브랜드에 새롭게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를 주는 마케팅 방향을 시도했다고 답변했다.

협업상품의 경우 업체 간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기에, 향후에도 다양한 브랜드 제품에 가능성을 두고서 지속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아울러 식품기업 해태제과는 지난해 9월 이디야와 협업해 가을시즌 한정 제품으로 오예스 콜드브루를 출시하기도 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커피 브랜드와의 협업은 처음 이뤄진 시도였다면서 400만개 물량이 완판되며 좋은 결과를 냈다고 언급했다.

또한 주류업체와 빙과·제과업체의 협업상품도 소비자 눈길을 모았다.

지난 6월 국순당이 크라운제과를 만나 국순당 쌀 죠리퐁당막걸리를 한정 출시했다. 당초 10만 캔 생산을 계획했으나, 높은 소비자 관심도로 출시 한달 만에 초도물량 30만 캔을 출고했다.

이후에도 판매 요청이 이어져 8월엔 30만 캔을 추가로 생산했고, 출고물량을 모두 소진하며 인기를 모았다.

국순당 관계자는 이 같은 컬래버는 전통주인 막걸리 상품으로선 새로운 시도다고 하면서 젊은 층에 막걸리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 막걸리시장의 지속 발전성을 도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옛날 방식의 전통적인 막걸리만 고집하기보다, 젊은 층의 흥미를 끌 만한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막걸리의 미래성을 확보한단 취지를 보였다.

8월엔 하이트진로가 빙그레와 만나 메로나에 이슬소주 상품을 한정 출시하기도 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0월 오리온과 손잡고 아이셔에 이슬을 한정 출시했는데, 출시 한달 만에 1년치 물량이 완판되기도 했다.

한편, 국순당은 해태아이스크림 바밤바와의 협업상품 밤맛 막걸리를, 롯데칠성음료는 소주 처음처럼과 롯데푸드 아이스크림 빠삐코와의 협업상품 출시를 논의·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재미가 안전을 앞설 순 없어안전요소 놓친 협업상품도


다만 재미, 컬래버 자체에 치중하다 보니 중요한 부분을 놓친 협업상품 사례들도 있었다.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집중한 나머지 안전사항을 잊은 것.

지난 5LG생활건강이 서울우유와 협업해 만든 온더바디 서울우유 바디워시펌핑형 상품을 선보였다. 패키지는 서울우유, 품목은 바디워시인 것인데, 패키지에 서울우유 특유의 로고와 서체, 색감 등을 그대로 적용해 복고 감성을 살린 기획상품으로 홍보한 바 있다.

재미를 더한 차별화된 제품으로 출시돼 신선하단 반응도 있었지만, 우려 섞인 목소리도 일었다. 게다가 대형마트의 우유코너에 진열된 모습에 잘못 음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

음용금지 경고문구조차 표기되지 않아 비판을 사기도 했는데, 기존 제품의 패키지 혼용으로 인해 어린이나 노인 등 안전 취약층의 판단 착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단 취지다.

먹을 수 있는 제품과 먹으면 안 되는 상품 패키지의 반전 매치 사례는 또 있었다.

지난 2월 편의점 GS25가 모나미와 만나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음료를 출시했고, CU는 말표산업과 손 잡고 말표 초코빈을 선보였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세븐일레븐이 천마표시멘트와 협업한 천마표시멘트 팝콘을 내놨다.

모나미는 필기구, 말표는 구두약, 천마표는 시멘트를 취급하는 업체로, 연관성이 없는 식품과 조합해 반전 효과를 내고자 했지만,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린이의 경우 사물에 대한 판단력이 미숙하고, 노인은 시력 감퇴 등으로 분별력이 현저히 낮아진다. 보통 브랜드명이나 로고, 패키지 디자인으로 제품을 순간 판단하게 되는데, 성인이라도 방심하면 잘못 분간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음료인 줄 알고 매직을, 초콜릿인 줄 알고 구두약을 먹는 불상사를 고려한다면, 결코 상품이 주는 재미가 안전을 앞설 순 없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의 어린이 안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가 이물질을 삼킨 사고는 20181548, 20191915, 20202011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유행에 편승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도 좋지만,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상품을 기획할 때 위험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는지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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