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니콘 기업 해외 자본 의존도 많아 우려의 시선도
“투자 회수시장 활을 높여 국내 벤처자금 선순환 돼야”

그래픽_뉴스워커 AG1팀
그래픽_뉴스워커 AG1팀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한국의 벤처업계에서는 기업가치가 10억 달러(한화 17000억원) 이상인 비상장사를 유니콘 기업이라고 한다. 원래 유니콘이란 뿔이 하나 달린 말처럼 생긴 전설속 동물을 말한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유니콘과 같이 희귀하다는 의미로 2013년부터 사용됐다. 스타트업 기업이 상장하기도 전에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이 되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 내포된 말이다.

유니콘 기업이 많은 나라일수록 창업 생태계가 활발하게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1곳 뿐. 기존 업체를 포함하면 11곳이다. 코로나19 확산의 타격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악재 상황에서도 올해 1~7291개 세계적 기업이 유니콘으로 새로이 등극했다. 이 중 미국기업이 58.1%(169), 중국기업이 8.9%(26)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탄생한 유일한 유니콘기업은 마켓컬리였다.

전 세계적으로 총 779개의 유니콘 기업이 존재한다. 보유 순위로 집계한 세계 5강은 미국(388), 중국(157), 인도(36), 영국(31), 이스라엘(18) 순이다. 미국·중국이 전체 유니콘의 70%를 보유한 가운데, 한국은 1.4%(11)를 보유하여 세계 10위로 집계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기술기업 및 스타트업 전문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의 글로벌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국가별 유니콘 기업 배출과 투자 생태계 현황을 분석해 최근 발표했다.

세계적인 유니콘 유망 산업분야는 핀테크,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전자상거래, 인공지능(AI), 헬스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국은 AI와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 진출이 전무하고 상대적으로 비유망 분야에 편중돼 미래형 산업 진출에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자본이 벤처투자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유니콘 기업 배출국 중 상위국에 비해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투자 비중이 큰 대신 성장기 스타트업의 레벨업(단계 격상)에 필수적인 중후기 투자 비중은 작다.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경련은 해석했다.


국내 유니콘 기업 등장하고 있지만, 해외 자본 의존


다행히 국내 스타트업의 열기는 뜨겁다. 실제로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산업부, 문체부, 과기부 등 부처와 함께 진행하는 도전! K-스타트업 2021’에 총 7352개 팀이 신청했다. 역대 최다 신청자다. 최연소자는 16세부터 최고령자는 86세로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정부에서 발표한 유니콘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상반기에 밝힌 국내 유니콘 기업은 총 15. 올 들어서만 4개사가 새롭게 추가됐다. 올해 새롭게 유니콘으로 이름을 올린 기업은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 융합 분야) 기업 직방’,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금융과 기술 융합) 기업 두나무’, 신선식품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 여기에 세계적인 비디오 메신저 앱 아자르를 운영하는 하이퍼커넥트가 있다.

기업가치 1조원을 돌파한 이력이 있는 기업은 201813개사에서 201919개사, 2020년 말 20개사, 올해는 24개사로 늘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올해 국내 유니콘 기업의 탄생은 제2 벤처붐에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가 벤처·스타트업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 상반기에 벤처투자 3730억원, 펀드 결성 27433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시기에 벤처기업으로 흘러간 투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85.6%나 늘었다.

하지만 이런 낙관적인 전망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니콘 기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잇속은 외국 투자자들이 챙긴다는 것. 실제 국내 유니콘 기업 중 상당수는 해외에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면서 유니콘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야놀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2로부터 2조원의 투자를 받았다. ‘야놀자2019년에도 미국 부킹홀딩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마켓컬리도 주요 투자자가 외국계다.


유니콘 기업 생태계 도약위해 국내 투자 활발해 져야


문제는 외국 자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유니콘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산업 활성화 등 경제 효과가 국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쿠팡도 지난해 13조원이 넘는 매출을 국내에서 올렸지만, 국내 자본 시장과는 무관해졌다. 일반 투자자는 물론 국내 증시 측면에서 우량 기업을 유치해 시장 규모를 키울 기회를 잃어버린 셈이다.

특히 국내 벤처투자는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적은 초기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에 집중돼 수백억 이상을 투입하는 리드 투자자(투자 비중 30% 이상의 투자자)’가 제한적이다.

스타트업의 규제 관련 논의가 기존 산업이나 이해관계자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 플랫폼의 경우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해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었던 타다’. 당시 정부와 국회는 스타트업업계보다는 택시 조합 등 기존 산업 종사자 요구 사항에만 집중했다.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대치상황이다. 변협이 올 5월 변협의 광고 규정을 개정해 로톡을 통한 변호사 알선 및 광고를 원천 차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비대면으로 열린 ‘K+벤처(2벤처붐 성과와 미래)’ 행사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신산업에 도전하는 창업·벤처인들이 있기에 우리 경제는 더욱 역동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벤처 생태계의 완성도를 높이는 지원을 아끼지 않아 경제성장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투자가 어려운 초기 창업 분야 투자에 대한 정부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고, 벤처자금이 빠르게 선순환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창업자 브린과 페이지는 25, 마크 저크버는 19살에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처럼 꼭 어린나이에만 창업하는 건 아니다. 셀트리온의 창업자 서정진이 이 회사를 차린 건 45, 박현주 회장이 미래에셋을 창업한 나이도 45세였다. 정부도 벤처 지원정책을 정할 때 나이 제한을 없애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혁신과 아이디어에는 나이 불문이다.

벤처기업을 육성하면 또 좋은 것이 유니콘 기업의 탄생과 함께 고용의 지속적인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려면 민간부문에서 자율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기업이 전문분야에 마음껏 뛰며 사업에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닐까.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