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의지 보여

[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한반도가 급속하게 대화모드로 변환됐다. 이는 문 대통령의 북한을 향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요구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로 화답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2일, 고위급 남북 당국 회담을 오는 9일 판문점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이로써 남북대화의 물꼬가 다시 트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한편에선 북한의 또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며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남북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새해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한 대표단의 평창 올림픽 파견과 당국 회담의 뜻을 밝힌 것은 평창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의 획기적인 계기로 만들자는 우리의 제의에 호응한 것으로 평가하며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남북 대화를 신속히 복원하고 북한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후속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주기 마란다”고 주문했다.

▲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그러자 통일부 조명균 장관은 이날 오후 2시에,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당국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조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회견을 열고 “남북이 마주앉아 평창올림픽에 북측의 참가문제 협의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남북당국회담개최 관련 판문점 채널을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고 보며 판문점 채널을 통해 의제와 대표단 구성 등 세부절차를 협의 진행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정부가 고위급 남북당국회담을 오는 9일로 급박하게 잡은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일(2월 9일)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깜짝 발언 뒤에는 우리 정부의 끊임없는 물밑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통해 북한 측에 올림픽 참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19일 중국 쿤밍에서 열린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서 북한 문웅 단장을 만나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문화교류단이 참가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하자, 문 단장은 긍정적 응답을 했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이라도 하듯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신년사에서 공개 답변을 해왔다.

◆ 북한의 속내는 무엇일까?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인사회의에서 “정부는 북한의 참가로 평창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남북평화 구축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에서 “일차적으로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대표단이 참가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장 한반도 현안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 북측을 자극하기보다, 무엇보다 ‘당국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다. 남북 당국 간 회담은 2015년 12월 11일부터 이틀간 개성공단에서 열린 회담이 마지막이었고, 남북 연락채널은 2016년 2월 남측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맞서 북한이 모두 차단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 정부 탄생 이후인 지난 해 7월, 상호 적대 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 당국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 제안에도 북한은 무반응이었다.

◆ 그런데 왜 갑자기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반응을 보인 걸까.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창 올림픽 참가를 빙자한 평화 공세를 펴면서 다른 보상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전날 배포한 자료에서 “북한이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은 평창 올림픽 참가를 남측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 그 보상으로 대북 경제제재 처지를 해제하고 경제협력 및 인도적 지원 재개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올림픽 참가를 명분으로 북한이 한미군사훈련 및 미군의 전략자산 순환 배치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관측했다. 여권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김정은의 신년사가 여전히 대미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도 김정은 위원장의 대화제안에 대한 진정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면서 미국의 대북 최대 압박 기조와 한미 공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계속 최대한의 대북 압박을 가한다는 우리의 대북정책에는 전혀 변화가 없으며, 우리는 이런 목표를 한국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은은 2일 “북한이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의 대화 제의를 ‘이간질’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 모두 협상 국면을 열기 위한 명분과 계기를 찾고 있다”면서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평창 올림픽과 남북관계를 북·미 대화의 연결 고리로 삼기 위한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것과 같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고, 북·미 대화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면 우리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해결 방법은 이전 정권과는 달라야 한다. 보수 정권에서 보여준 것처럼 남북 경색으로 가져가는 것도 문제지만, 진보정권이 했던 것처럼 ‘조건없는 재정적 지원’도 더 이상은 안 된다 할 수 있다. 우리의 재정적 지원은 늘 핵개발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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