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수준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높다

마치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 “나를 뽑아주면 햄버거를 무조건 쏜다”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는 그런 공약 수준을 보는 것 같다.<본문 중에서>
마치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 “나를 뽑아주면 햄버거를 무조건 쏜다”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는 그런 공약 수준을 보는 것 같다.<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2022년 최대 이슈가 세계적으로는 코로나19의 종식 선언이라고 할지라도 국내는 대선이 아닐까 한다. 이제 지지율 상위권의 대선주자들이 모두 정해졌으니 그들의 말 한마디와 공약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서 지지율이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기에 이제부터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대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 것 같다.

특히 캐스팅보드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2030세대를 위한 공약들은 변화무쌍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 아니면 오히려 역풍을 맞느냐에 따라서 크게 요동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정책들과 공약들을 보면 그들의 생각과 그 대선주자를 둘러싼 사람들의 생각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법을 초월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법을 새롭게 만들거나 아니면 기존 법을 개정해서라도 무엇인가 해보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그 의도가 누구나 생각하는 것이거나 말초적인 지원책만 난무한다면 다시 언제라도 개정해서 없던 것이 될 수 있는 그런 공약들이 발표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전 국민 안심 데이터공약 등햄버거 무상 공급 수준의 공약들


그 정책의 대표적 사례가 전 국민 안심 데이터공약인 듯하다. 이 같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고 2022년에 완료해서 지원한다는 계획인데 필요 예산으로는 연간 최소 18000억 원에서 최대 3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과 그들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마치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 나를 뽑아주면 햄버거를 무조건 쏜다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는 그런 공약 수준을 보는 것 같다.

초등학교 수준에서 다른 친구들과 차별화된 공약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대선에서도 이 같은 수준의 공약들만 난무한 것을 보면 그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초등학교 시절 감당할 수준의 공약을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어필해야 하는데 무조건 아이들의 수준에 걸 맞는 햄버거 무상 공급이라는 수준으로 당선시켜 달라는 억지를 부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지금도 햄버거를 준다고 공약하는 친구들은 반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초등학교 학생들도 알고 있는데 말이다.

가상 자산에 대한 납세유예 공약도 여권과 야권과의 협의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반장선거에서 나를 뽑아주면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과의 협의를 통해 최소한의 숙제만 줄 수 있도록 해 보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또한 대한민국은 시간 빈곤 사회라고 주장하고 주 4일제 공약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직장인들은 과도하게 노동시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서 시간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며 주 4일제 도입을 위한 범시민 추진본부를 구성하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유권자 수준을 초등학교 수준으로 생각?


선거공약의 사전적 의미로는 선거 운동을 전개할 때 정당 또는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공적인 약속. 즉 당선 후에 실천하겠다는 시책에 관한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천할 수 있는 상황인지 그렇지 못한 상황인지 파악하지도 않는다면 공약이 아니라 비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공약들은 공약의 의미보다는 비전의 의미가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의 공약이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책 중에서 잘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이것을 더욱 잘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정책화시킴과 동시에 지금까지 잘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그 정책의 효과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문제점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인데 공약들이 모두 공정하게 정의롭게 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으니 유권자들의 마음은 이미 정책선거에서 인물선거로 전이되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물며 국가의 정책을 만들어 가는데 쉽지 않다는 것은 유권자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공약에 대한 수준과 그 가능성은 쉽게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공약은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어야 하며 이슈를 만들어서 지지율을 높이는 데 사용되는 그런 전략이라면 공약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금의 공약 수준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수준에 그치는 공약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유권자의 수준을 초등학교 학생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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