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에도 은행 이자이익 최대…대출 우대금리↓·가산금리↑

실수요자들 불만·피해 우려…금융당국 ‘책임론’ 불가피

전세대출을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고 금융당국이 약속했지만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제외하고 은행들의 ‘자발적 규제’로 전환했지만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는 실정이다.<본문 중에서>
전세대출을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고 금융당국이 약속했지만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제외하고 은행들의 ‘자발적 규제’로 전환했지만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는 실정이다.<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경제의 시선] 은행 19곳이 올 3분기에 벌어들인 이자수익이 116000억원을 기록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46000억원. 대출 이자 이익 급증에 힘입어 은행들의 3분기 순익이 전년보다 11000억원이나 불었다. 작년에 은행들이 적자를 내던 것과는 상반된다.

비이자 이익과 영업외 이익이 나란히 줄어든 반면, 대출 등 이자이익 발생 자산이 늘고 자금 운용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순이자 마진까지 커지면서 2분기보다 이자이익이 13000억원 급증해 116000억원에 달했다.

은행들이 3분기에 거둬들인 이자 이익은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많이 올리며 예대율(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의 비율) 마진을 확대했다는 의미이다. 은행권이 예금금리 인상에 인색한 채 대출금리만 올리고 있다고 지적받는 이유다.

지난 7월부터 강화된 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은 역설적이게도 호황을 누렸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규제, 총량 규제(가계대출 총량 목표 56%)로 총 대출한도를 제한하자 은행들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거의 없애 수익률을 높일 수 있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75%로 낮은 반면 대출금리는 3~5% 이상으로 9년만에 가장 큰 격차를 보인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현재와 같은 대출규제 기조가 유지되는 데다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보여 대출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커지는데 은행들의 이자장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전세대출을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고 금융당국이 약속했지만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제외하고 은행들의 자발적 규제로 전환했지만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는 실정이다.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서민들은 피가 마른다. 반면 은행들은 고개가 빳빳해 졌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만 더 불리한 입장에 서 있게 됐다.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에 대출 없이는 살아갈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무책임한 자세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확대로 내년도 은행 이자이익 7.6% 상승 예상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대출 증가와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확대로 내년도 은행의 이자이익은 48조원으로 올해보다 7.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고 우대금리는 축소했다. 결과적으로 피해는 실수요자에게 돌아오다 보니, 정부의 대출 규제가 결과적으로 은행의 배만 불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애초에 총량 규제의 의도와는 다르게 당장 급히 돈이 필요한 서민들의 부담은 느는 반면, 은행의 대출이자에 대한 이익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달리해보면 대출 수요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돈이 필요해 대출 이용 희망자에게 갑자기 큰 돈이 생길 방도가 없다.

다만 금융당국과 은행권에서는 이자이익 급증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대출 자산 급증과 은행 비용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는 것. 은행 입장에서 정기예금은 주요 비용 요소다. 자금을 조달해 예금 이자를 줘야 한다. 그런데 올 들어 비용 요소인 정기예금이 줄었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재테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가 길어지며 서민 대출이 늘어났고, ‘영끌로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리면서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급증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오른 대출금리가 부담된다. 최근에는 1,2금융권의 신용대출 금리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조달금리가 높은 2금융권은 은행권보다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대출규제로 시중은행이 우대금리 혜택을 낮추면서, 2금융권 금리를 추월했다. 이달 16일 기준 KB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584.78%이었다. 반면 새마을금고의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말 평균 3.39%로 나타났다.


대출금리 급등 서민 피해↑…금융당국 부채 축소 노력 지속


내년 2월 결혼을 앞둔 경기도 화성에 사는 30대 커플은 지금 집 때문에 고민이 깊다. 애초에 집을 살 생각은 못하고 신혼부부 희망주택을 신청했지만 경쟁에서 밀렸다. 전세를 구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니 이제는 이자와 원금 상환을 같이해야 하는데다, 전세대출 금리도 전보다 높아졌다. 하는 수 없이 최근에 월세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지난 5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은행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서민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시중은행이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 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2021년 하반기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총량 규제 시행을 사전에 충분히 소통하지 않아 일부 수요자의 피해가 우려된다유동성 위험에 직면한 가계가 고금리 대출이나 2금융권 대출 또는 사금융으로 전환하면 금융 건전성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대출 이자는 빌려주는 돈에 대한 대가이지만 그 기준이 불분명 하다. 또 대출이 필요한 이들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다. 어딘가에서 돈을 빌려야 생계를 이어가고 살 곳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 대출 총량을 규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고 해서 대출이 과연 줄어들었는지 궁금하다. 오히려 대출 금리가 올라 은행들이 큰 이익을 취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며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불안해하고 불만이 쌓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 규제를 명목으로 대출 규제에 칼을 겨눴지만 칼 끝이 실수요자에게 향하는 꼴이기 때문에 정부가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대출자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급등 원인이 대출 규제 영향이 아닌, 세계적 금리 상승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금리상승 기조는 당분간 지속할 수 있고, 실수요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대출 총량 관리에 대한 파급력에 대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더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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