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ETF' 투자상품을 내놓은 가운데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기존 증권사에서만 제공한 퇴직연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은행권에서도 이뤄지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금융권의 관심이 뜨겁다.

퇴직연금 ETF는 올 한해 증권사와 은행 간 갈등을 불러올 정도로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은행권이 실시간 매매 방식으로 퇴직연금 ETF 상품 출시 움직임을 보이자 증권사들은 증권사 고유 업무라는 이유로 반발했고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나은행이 이번에 내놓은 퇴직연금 ETF 투자상품은 증권사처럼 실시간 매매를 지원하지 못한다. 이는 증권사 고유 업무를 침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이 택한 방식은 신탁이다.

퇴직연금 가입자와 신탁계약을 맺고 가입자가 주문을 내면 은행이 ETF 매매를 대행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신탁보수(수수료)가 발생하고 지연매매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

결국 기존 증권사의 퇴직연금 ETF와 달리 신탁보수와 지연매매 방식이라는 부담을 은행권에서는 가지고 갈 수 밖에 없다.

하나은행 측은 신탁보수를 받지 않으며 거래 수수료 면제 혜택 또한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 최초인만큼 다소간의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고객 혜택을 늘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사가 아니다보니 지연매매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이번 퇴직연금 ETF 투자 지연매매 소요기간은 1영업일이다.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증권사와는 비교할 순 없지만, 향후 은행권 퇴직연금 ETF 출시가 이어질 경우 은행권 내에서는 수수료 여부와 지연매매 소요기간이 경쟁 요소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은행도 연내 퇴직연금 ETF 출시를 준비하는 등 은행권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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