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 신고 제도와 관련해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가상화폐거래소에 의무를 부과해 투자자 보호에 기여했다는 측면과 기존 가상화폐거래소들이 문을 닫거나 원화마켓 폐쇄로 고객들을 4대 거래소에 빼앗기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업비트 독주 체제로 굳어졌다는 비판이 상존하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그동안 제도권 바깥에 머물고 있던 가상화폐, 이른바 코인과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제도권 편입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먼저 금융감독당국은 가상화폐거래소에 고객확인제도 의무를 부과하고 원화마켓 운영시 은행과의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핵심 요건으로 삼았다.

그 여파는 상당했다. 은행과의 실명계좌 발급 제휴에 성공한 4개 가상화폐거래소를 제외한 모든 가상화폐거래소가 원화마켓 운영을 중단하고, 코인마켓으로 전환하거나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시장 질서를 해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스워커>는 최근 금융당국의 코인 제도권 편입 움직임과 관련해 업계의 기대와 우려를 살펴봤다.


투자자 보호인가 시장질서 파괴인가?


가상화폐거래소 신고 제도와 관련해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가상화폐거래소에 의무를 부과해 투자자 보호에 기여했다는 측면과 기존 가상화폐거래소들이 문을 닫거나 원화마켓 폐쇄로 고객들을 4대 거래소에 빼앗기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업비트 독주 체제로 굳어졌다는 비판이 상존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기조는 항상 일관돼 있다. 바로 투자자 보호이다. 이는 비단 가상화폐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중·소형 규모의 가상화폐거래소가 경쟁에서 도태됐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불공정한 시장을 조성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원화마켓 운영을 위해 필요한 은행과의 실명계좌 제휴에 타 가상화폐거래소들보다 한발 이상 빨랐던 '업비트'의 독주 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다.

아울러 가상화폐거래소의 은행 종속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924일 신고 접수 마감을 앞두고 일부 가상화폐거래소들이 은행과 진행하던 협상이 무기한 지연, 또는 무산됐다고 알렸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여럿 가상화폐거래소들이 속앓이를 했다. 한 가상화폐거래소의 경우 상대 은행 측으로부터 별다른 설명도 듣지 못하고 계약이 엎어지기도 했다"고 귀뜸했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가 마감된 지 두달여가 흘렀지만, 현재까지 신고 수리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가상화폐거래소(원화마켓 운영 기준) 최근 신고 수리결정을 받은 빗썸을 포함해 총 4곳 뿐이다. 향후 더 늘어날 수도 있다지만, 그 사이 경쟁업체에 빼앗긴 원화마켓 고객을 되찾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코인 과세 두고 정부·국회 엇박자도


지금 코인업계의 화두는 코인으로 거둬들인 수익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코인 과세'이다.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 부과를 목표로 하고 있고 국회 등 정치권에서는 '유예'를 추진하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일단 금융당국의 입장은 '원칙론'에 가깝다. 가상화폐거래소 신고 마감 직전 까지도 가장자산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유예론'이 제기됐지만 이변은 없었다. 이번 코인 과세와 관련해서도 금융당국의 입장은 '일단은 원칙대로'.

정부는 현행 소득세법에 담긴 대로 내년부터 과세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회에서 코인 과세 유예안을 들고나오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도 유예안에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여야 양쪽에서 유예안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원칙을 강조하면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유예안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재논의를 통해 유예안이 소위를 통과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유예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유예를 통해 과세 기준을 마련하는 등 사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센터장은 25일 열린 '13회 월드블록체인서밋 마블스'에서 "정부는 과세 유예 입법 전에 투자자를 위한 과세 가이드를 제시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코인 제도권 편입, 규제보다는 지원으로


제도권 편입은 늘 규제를 동반한다. 이는 부정할 수 없다. 제도권에 편입됐다는 건 그만큼 많은 의무를 지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규제 일변도의 제도권 편입은 해당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최소한 믿고 따를만한 가이드라인은 마련돼야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비트 이해붕 센터장이 과세 가이드 마련을 먼저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이는 비단 업비트 만의 목소리는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 논의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정한 과세 방침을 뒤집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세를 하되 이에 상응하는 투자자 보호정책과 관련 산업 진흥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과세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과세 전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원칙과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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