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신년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발표한 위안부합의 후속 조치에 대해 만족스럽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법을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측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 일본과 재협상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추가적인 조치 요구

강경화 장관은 9일 외교부 청사에서 5개 항의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을 발표했다. 후속 조치를 발표하기 전까지 피해자 분들과 관련 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웃 국가인 일본과의 관계도 정상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를 9일 발표한 것인데 첫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명예·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둘째는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은 전액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이 기금의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내용이다. 세 번째는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2015년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것이고, 네 번째는 2015년 합의가 양국간 공식합의였기에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과거사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감과 동시에 한일 양국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는 내용이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결론적으로 후속 조치의 핵심은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는 외교적 실체로 인정은 하지만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를 왜 파기하지 않고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가’에 대한 견해를 10일 있었던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기본적으로 위안부 문제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기에 일본이 그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에 대해 진심을 다해 사죄하는 것이 완전한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부간, 피해자를 배제한 채 조건과 조건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고 말했다. 즉, 피해자 중심의 접근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만 일본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기에 내놓은 최선의 방안이라는 것이다. “할머니들이 남은 여생을 마음 편히 보내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하면서도 “일본과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데서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양국이 함께 노력해 공동 번영과 발전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며 “역사문제와 양국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위안부 합의 후속 조치에 일본 정부와 일본 전문가들 해석 차이 있어

9일 강경화 장관이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한 후속 조치를 발표하자, 일본 정부는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말한 부분에 주목하면서 즉각 반발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장장관은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다. 한국 측에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 합의는 협상 끝에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합의돼 정상 간에도 내용을 확인한 것”이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도 높이 평가받았다”며 “1mm도 움직일 생각은 없으며 이는 전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실시간 보도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교토 통신은 문 대통령이 역사문제와 미래 지향의 협력을 분리해 노력하겠다고 한 점을 들어 “일본과의 결정적인 관계 악화를 피하려는 배려로 보인다”면서도 “사실상 합의 백지화로 보는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 한일외교가 더욱 냉엄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문 대통령이 한일 합의는 부정하지 않고 일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추가 조치를 요구할 방침을 내비쳤다고 소개했다.

일본 전문가들도 일본 언론과 기조가 비슷하다. 한반도 전문가인 기무라 칸 고베대학교 교수는 이번 후속 조치가 한일관계를 최대한 배려한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하면서 결과적으로는 한일관계가 장기적으로 더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후속 조치 내용 가운데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이라는 부분의 주어가 일본 정부가 아닌 일본이라고 분석하면서, 일본 정부라면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일본은 일본 사회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일본 정부와의 마찰을 최대한 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후속 조치가 한일간 외교문제로 발전되지는 않더라도 일본사회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잃는 계기가 돼 양국 관계의 침체가 장기화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한반도 전문가인 시즈오카현립대학대학원의 오쿠조노 히데키 교수도 한국 국내 상황을 고려해 후속조치를 발표했다고 분석하면서도 일본이 한국의 화해치유재단의 10억엔을 둘러싼 협의에 응하지 않는 등 한일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북핵문제가 있는 만큼 한일,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며 일본 정부는 과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한국과의 관계를 신중하게 컨트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이어갔다. 당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월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의도한 추가적 조치를 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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