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 없이 전면적인 가상화폐 거래 금지는 어려워

[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정부의 잇단 가상화폐 거래에 관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쇄도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한 마디로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현실화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가상화폐 거래를 도박, 마약 거래와 같은 절대적 금지 행위로 취급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가 되는 법률이 필수적인데, 현재 국회에서는 가상화폐 거래를 절대적 금지행위로 법률에 규정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법이 없는 현 시점에서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고,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아 향후 규제 방향도 전면적인 금지보다는 공공의 관리에 의해 투기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실제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 내용 중 “직접적인 규제 체계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이번 점검은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을 대상으로 한다. 점검해서 부적절하거나 불법적인 것이 나오면 그것을 토대로 가상계좌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 위원장은 이번 점검으로 ‘불법적인 요소가 나오는 경우’에 가상계좌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언했고, 또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도 불법적인 요소에 대한 조사를 전제한 내용으로 발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최 위원장의 발언은 국회에서 ‘가상화폐 거래 전면 금지’에 관한 입법이 없기 때문에, 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의 불법이 인지되었을 때 그를 중심으로 가상화폐 거래를 중지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즉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려고 한다는 주장은 현 시점에서는 동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 가상화폐 실명 거래는 모든 규제의 전제다

가상화폐 실명 거래는 모든 규제의 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환치기, 시세 조종 등과 같은 불법 행위와 투기 거래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환치기, 시세 조종과 같은 불법 행위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가 실명으로만 이루어져도 수사 기관의 거래 내역 추적이 용이해지기 때문에, 불법 행위를 줄이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투기세의 조절에도 가상화폐 실명제는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 투기를 잡는 방법 중의 하나로 양도세나 보유세 등의 세금을 무겁게 과세하는 것을 들 수 있는 것처럼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양도세나 거래세 등의 세금을 과세할 때 실명제는 세금 부과 기준의 전제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조기에 정착시키면 시킬수록 환치기, 시세 조종과 같은 불법행위를 방지하고 투기를 조절할 수 있는 후속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의 조기 구축 노력은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 불법적인 거래가 감지될 경우 현행법으로도 특정 거래소 폐쇄 가능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에 대한 법률이 없는 현재 시점에서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불법 거래가 포착될 경우 법원의 판단 혹은 영장을 받아 특정 거래소를 사실상 폐쇄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환치기, 시세 조종과 같은 불법적 행위가 포함된 거래가 발견되었을 경우, 수사 기관은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거래소의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할 수 있는데 이는 사실상의 거래소 폐쇄와 동일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세청은 최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코인원’ 등을 세무조사하는 효과도 동일하다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쇄도 고려할 수 있다는 최종구 위원장의 발언은 불법성이 인지될 경우 특정한 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다고 해석을 한다면 틀린 말이 아니며, 또한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단순한 ‘구두 경고’가 아닐 수 있다.

즉 정부가 모든 거래소에 대한 폐쇄를 강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범죄 사실과 결부될 경우 특정 거래소에 대해 폐쇄를 강행하는 것은 추가적인 입법 없이 현행법으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가상화폐 거래 단계적 규제 예상돼

금융위원회는 올 1월 중에 실명으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시스템을 구축,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가 있다. 실명제로 인해서 거래 내역이 공공에 투명하게 공개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시세 조종이나 환치기와 같은 불법적 행위는 실명제만으로도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내의 가상 화폐에 대한 태스크포스 팀은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 실명제 실시 외에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양도세, 거래세 등의 과세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부의 대책은 투기 자본의 가상화폐 거래 차익 실현에 대해 양도세나 거래세를 중과세함으로써 투기 자본의 유입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실명제만으로는 가상화폐 거래의 차익 실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는 세금을 무겁게 과세하여 차익을 투기 자본이 아니라 국가가 환수하는 양도세, 거래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조세법정주의에 의거하여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양도세, 거래세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추가 입법이나 대통령령의 개정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정부가 도입을 추진한다고 해도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즉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는 당분간은 추가 입법이 요구되지 않는 실명제 확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고, 투기세가 심상치 않을 경우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불법적 거래 내역을 확보하여 특정 거래소를 폐쇄하는 규제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법률, 대통령령 개정 등의 추가 입법이 있을 경우에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법인세 부과 외에도 양도세, 거래세 등이 추진될 것이 유력해 보이고, 경우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의 보안, 거래 자격 등의 행정요건에 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가상화폐 거래, 장기적인 관점에서 규제 필요

지난 12월 말에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포함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내에서의 가상화폐 투기는 잠시 진정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월 3일을 지나 가상화폐 가치는 정부 발표를 비웃듯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가상화폐가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것이 아니란 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의하면 1월 2일 ‘페이팔(PayPal)’의 공동창업자이자 ‘페이스북(Facebook)’의 초기 투자자로 알려진 억만장자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가 15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에 이르는 비트코인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미국에서 비트코인의 시세는 급등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빗썸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도 순식간에 2000만원을 돌파하였다. 즉 한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국내 투기 열풍이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지만, 해외에서의 대규모 투자로 다시 가상화폐가 폭등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자주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어떤 강력한 규제를 하건 피터 틸의 대규모 투자와 같은 호재가 해외에서 발생한다면 규제와 관계없이 국내 가상화폐의 가치는 급등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시행한 후 단기간에 급격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장기적으로 실명제를 시행하여 가상화폐 거래를 투명하게 만들어 환치기와 같은 불법 행위에 대응하고 양도세, 거래세 등과 같은 투기 자본의 차익 실현에 제한을 둬 변동성을 최소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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