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희망퇴직자 4900명 육박, 비대면 플랫폼 개발자 채용↑

은행 ‘실적 잔치’에도 퇴직 늘어, “ICT·디지털 능력 키워야”

시중은행들은 최근 점포수를 축소하고 디지털 무인점포나 인공지능(AI) 은행원을 새롭게 도입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통장개설·청약·예적금·IRP·대출 등 은행업무 관련 상담이 가능한 AI은행원을 올 초 공개한 바 있다. 신한은행도 로봇을 도입해 국민주택채권 대량 발행처럼 특정 영업점에서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업무를 자동화할 예정이다.<본문 중에서>
시중은행들은 최근 점포수를 축소하고 디지털 무인점포나 인공지능(AI) 은행원을 새롭게 도입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통장개설·청약·예적금·IRP·대출 등 은행업무 관련 상담이 가능한 AI은행원을 올 초 공개한 바 있다. 신한은행도 로봇을 도입해 국민주택채권 대량 발행처럼 특정 영업점에서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업무를 자동화할 예정이다.<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경제의 시선] 영업채널이 디지털로 옮겨가면서 은행 임직원들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금융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과 디지털 기술 도입을 가속화 하면서 회사 내에 부수적이었던 업무를 자동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임직원 감소세가 뚜렷해지는 것. 비대면 바람이 불면서 금융회사들은 오프라인 사업을 축소하고 스마트폰을 통한 디지털 사업을 강화해 왔다. 이런 움직임은 시중은행을 포함해 증권·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7곳의 주요 은행에서 올해 희망퇴직을 했거나 신청한 이들이 총 4888명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인터넷뱅킹을 통한 금융거래가 전체의 80%에 차지했다. 반면 오프라인 창구 등을 통한 거래는 15%에 불과했다. 소비자 측면에서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대부분 금융서비스를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흐름에 따라 5대 시중은행은 올해 11월까지 203개 점포를 폐쇄했다. 사람 손쓸 일이 줄면서 일부 IT직군을 제외하면 신규채용의 필요성마저 사라지는 상황이다.

보험사에서도 인력 정체 현상이 눈에 띈다. 올해 들어 보험사들이 추진한 조직 개편·희망퇴직으로 인해 임직원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9월 기준 생명보험사 임직원수는 23852명으로 작년 말 대비 1489명이나 적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 임직원수도 2020년 말 보다 329(0.9%) 감소한 33112명에 그쳤다.

보험사들은 업무 처리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지난 6개월 간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로봇프로세스자동화) 2단계 프로젝트를 실시해 31개 업무에서 연간 업무량 44087시간을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

금융권의 퇴직 연령도 빨라져 대리급인 3040들의 희망퇴직도 줄을 잇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만큼 대면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보니 시중은행들도 채용 방식을 바꿔 공채도 줄어들고 있다. 대신 수시 채용으로 바꾸거나 정보통신기술(ICT) 직군을 집중적으로 뽑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비대면·디지털화의 시대적인 흐름을 타고 금융권의 조직이 효율화되고 있다.


은행들 호실적잔치에도 희망퇴직 급증·보험사도 합류


빚투(빚내서 투자)’하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 집을 마련한 이들이 늘면서 은행은 올해 호실적을 누렸다. 이에 따라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지면서 3040도 퇴직 행렬에 합류할 전망이다. 은행권은 보통 실적이 안 좋거나,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56)을 기준으로 인력 감축을 시행했지만 올해는 보통 때와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희망퇴직자 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은행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반으로 올해 퇴직 조건이 좋아졌고, 퇴직 대상 연령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퇴직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많지만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인력 구조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국내 은행의 희망퇴직자를 합하면 4900명에 이른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SC제일은행에선 지난 10월 말 496명이 떠났다. 11월 말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농협은행에서도 452명이 짐을 꾸렸다. 2020년 말 희망퇴직을 실시한 하나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4(국민·신한·우리·농협)의 올해 희망퇴직 인력은 2073명으로 지난해(1534)보다 500명 이상 늘었다. 소비자금융 사업의 철수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의 희망퇴직 신청자는 2300여 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직원(3250)70%에 달한다.

올해 11월 희망퇴직 공고를 낸 BNK부산은행은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 누구나퇴직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히며 나이 조건을 없앴다.

은행마다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것도 눈에 띈다. 씨티은행의 경우 근속기간이 만 3년 이상인 정규직원이나 무기 전담 직원에게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에 기준월급을 곱한 금액을 특별퇴직금으로 준다. 특별퇴직금 지급액 상한은 기준 연봉 7배인 최대 7억원이다.

국민은행도 23~35개월에 달하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고 최대 34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을 제공한다. 또 퇴직 1년 이후 재고용 기회도 부여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출생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은행에서 시작된 희망퇴직은 보험업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상시 특별퇴직을 확대한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는 퇴직금으로 각각 월 기본급의 최대 48개월치와 37개월치를 제시했다. 30대 직원까지 희망퇴직을 받는 KB손해보험은 희망퇴직 대상자 범위를 1983(38) 이전 출생자까지 범위를 넓혔다.


AI은행원·로봇이 은행영업점 업무수행공채·수시채용 비율


시중은행들은 팬데믹 이후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업체 등이 경쟁자로 나타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정보통신과 인공지능(AI)·로봇기술의 발달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지만, 고액연봉으로 취준생들에게 인기 있던 은행원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줄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흐름은 인공지능과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등 기술 발전이 뒷받침된 결과다. 가상 인간의 활동 영역도 홍보 모델을 넘어 은행원, 서빙 알바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점포수를 축소하고 디지털 무인점포나 인공지능(AI) 은행원을 새롭게 도입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통장개설·청약·예적금·IRP·대출 등 은행업무 관련 상담이 가능한 AI은행원을 올 초 공개한 바 있다. 신한은행도 로봇을 도입해 국민주택채권 대량 발행처럼 특정 영업점에서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업무를 자동화할 예정이다.

이런 변화에 따라 매년 대규모 정기 공채를 통해 은행원을 뽑던 풍경은 사라질 전망이다. 대신 수시 채용을 통해 비대면 플랫폼을 개발·운영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분문의 개발자 등 필수 인력을 뽑는다. 또 전문가들은 AI은행원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만큼 디지털 역량을 키울 것을 당부한다.

물론 은행원들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희망퇴직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수신·여신 등 단순 금융거래는 로봇이 하고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을 사람이 할 것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의 주요 소비와 활동 영역은 물론, 은행 업무를 보는 공간도 온라인과 모바일로 많이 넘어왔다. AI기술의 발전이 은행원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고 어떤 변화가 있을지 미래를 그려보게 한다. 결국 다른 사람과 비슷한 일을 하며 경쟁하는 것이 아닌 창의성을 가진 사람이 기업에 채용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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