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은 17일 열려

[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계기로 삼지연관현악단 140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보내기로 했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남북 실무회담이 15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렸다. 17일인 내일은 북측 예술단 파견 문제를 제외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나머지 제반사항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일 이뤄진 남북 고위급 회담 이후 엿새만인 15일 오전 10시부터 남북 실무회담이 열렸이 자리에는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우리측 대표단 4명과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측 대표단 5명이 참석했다. 9시간가량 이어진 실무접촉으로 남측과 북측은 5가지 사항에 대해 합의했다. 즉 북측은 삼지연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파견해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그리고 북측 예술단의 공연 장소, 무대 조건, 필요한 설비, 기재 설치 등 실무적 문제들은 쌍방이 합의해 원만히 풀어나간다고 합의했다. 이를 위해 북측 예술단은 조속한 시일 내에 사전 점검단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측은 북측 예술단의 안전과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으며, 기타 실무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문서교환 방식으로 계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 그래픽_황규성 시사그래픽 전문기자

북측의 이러한 대규모 예술단 파견에 대해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북측이 대한민국을 방문하여 진행하는 일종의 평창 동계올림픽, 패럴림픽 축하공연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서울과 강릉 등 2회 공연으로 진행될 예정이고, 공연장은 사전검단이 와서 후보 공연장을 둘러 본 다음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공연 내용과 관련해서는 통일 분위기에 잘 맞고, 남북이 잘 아는 민요, 세계명곡 등으로 구성한다고 북측에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예술단의 이동과 관련해 북측에서는 판문점을 경유해 서울-평창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방을 요청했고, 우리 측에서는 공연지역인 서울과 강릉을 오갈 때 안전문제를 고려해 KTX를 이용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기했다고 이 실장은 밝혔다.

◆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논의 남아

이제는 가장 중요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논의가 남았다. 그런데 중요한 선수단 논의보다 예술단 파견 논의를 먼저 했을까? 이를 두고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예술단은 체제선전 효과가 있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공연이라는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대규모 예술단의 공연은 김정은 체제의 견고함을 국제사회에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예술단은 평창올림픽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 먼저 논의하자고 한 것에 대해 북한이 우리측의 진정성을 확인하려 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향후 민간차원의 교류의 가능성들을 확인할 잣대로 삼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번 남북 실무회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한 논의는 17일인 내일 있을 예정이다. 우리 측에서 지난 12일 “15일에 평화의 집에서 차관급 실무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했으나 북측은 이에 답변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5일인 어제 오후 4시께 남북 연락관 채널을 통해 남북 고위급회담 실무회담을 17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자는 내용의 북측의 수정제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북측은 또한 17일에 있을 차관급 실무회담에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3명의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우리측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우리 측은 전 부위원장의 카운터파트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고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과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을 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고위급대표단과 선수단, 응원단 등 북한 방문단의 규모와 방남 경호, 체류비 부담을 포함한 편의 제공, 안전 보장 등이 두루 논의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20일에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함께 선수단의 출전 종목과 규모 등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논의를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 단일팀도 구성될까

무엇보다 국민들의 관심사는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이다.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공동입장을 협의 중인데, 공동입장을 하게 되면 한반도기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게임에서도 비록 우리가 주최국이었지만 북한과 공동입장하면 한반도기를 든 사례가 있다. 도 장관은 이 부분에 대해 “체육을 통한 한반도 평화, 올림픽이 추구하는 가장 큰 이상인 평화를 구현하고자 하는 IOC의 뜻이 내포돼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국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공동입장까지는 이해를 하지만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한다는 논의에 대해 선수들의 불만이 많다. 몇 년간 평창만 바라보며 훈련해 왔는데 남북 단일팀 때문에 출전 기회를 뺏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과거에 탁구와 축구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 적이 있지만 이때는 5개월 이상의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갑작스럽게 단일팀을 구성하려 한다면 팀워크에도 큰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우리 선수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한다”는 원칙만 밝힌 채 여자아이스하키팀의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인데, 보여주기 식의 단일팀 구성은 오히려 남북 모두를 불편하게 할 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