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명품 시장 15조8천억 규모·세계 7위, 저소득층 소비 불평등 겪어

“코로나19로 향후 소득계층 간 소비 격차 심해질 수 있어”

저소득층(1분위·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이 감소한 것이 불평등 심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기준 1분위의 소득은 2019년 대비 12% 하락했고, 고소득층(5분위·소득 상위 20%)의 경우 0.6% 감소에 그쳤다. 특히 소비 불평등은 식료품·보건·주류 등과 같은 필수소비재(비외출 소비)를 중심으로...<본문 중에서>
저소득층(1분위·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이 감소한 것이 불평등 심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기준 1분위의 소득은 2019년 대비 12% 하락했고, 고소득층(5분위·소득 상위 20%)의 경우 0.6% 감소에 그쳤다. 특히 소비 불평등은 식료품·보건·주류 등과 같은 필수소비재(비외출 소비)를 중심으로...<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경제의 시선] 코로나19를 겪은 올해 소비트렌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바이러스가 일상을 덮친 지 2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출근보다는 재택근무가 확산됐고, 이와 함께 집콕족이 늘면서 비대면이 익숙해졌다. 전반적인 소비 위축은 내수시장을 울렸지만 골프 용품과 와인, 명품 시장은 활기를 띄었다.

코로나가 불러온 생활의 변화는 소비의 양극화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소비 트렌드가 개인의 만족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사회·경제적인 차이를 넘어서 개인의 소비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소비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발표한 우리나라의 소비 불평등 추정 및 주요 특징 분석보고서를 통해 국내 소비 불평등도가 20193.67에서 20203.740.07p(포인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지표는 숫자가 클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저소득층(1분위·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이 감소한 것이 불평등 심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기준 1분위의 소득은 2019년 대비 12% 하락했고, 고소득층(5분위·소득 상위 20%)의 경우 0.6% 감소에 그쳤다. 특히 소비 불평등은 식료품·보건·주류 등과 같은 필수소비재(비외출 소비)를 중심으로 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우리 사회의 체감 불평등 수준이 상대적으로 크다저소득층의 소득 여건 개선이 미흡해 앞으로 불평등도 심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명품과 골프 부문의 신장이 눈에 띈다. 코로나로 인해 실내운동 보다는 야외운동이 대세를 이루며 골프는 전성기를 맞았다. 해외여행이 막히며 원정 골프 수요까지 국내로 몰려 골프장·골프연습장 매출이 늘었다.

명품 브랜드의 인기가 날로 치솟아 한국의 럭셔리(명품) 시장은 세계 7위로 올라설 만큼 크게 성장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한국 명품 상품 시장은 1588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4.6% 성장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여행 수요가 줄고 외출도 줄면서 생긴 여윳돈이 고가 명품 지출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다. 사람들은 누구나 소비를 하며 살아간다. 소비가 없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을 못 간다고, 억눌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소비를 하는 게 과연 후회 없는 선택일까.


명품 호황’·골프용품 판매도 급증중저가 브랜드 매장 폐점


팬데믹 시대의 보복소비 현상으로 지난해 5개였던 ‘1조 클럽백화점 점포가 올해 10개로 늘어났다. 업계는 백화점 매출을 견인하는 VIP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갤러리아명품관의 올해 VIP 고객(연간 2000만원 이상)의 매출 비중은 명품관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데, 이는 전년대비 49% 상승한 수치다. 이와 함께 백화점 명품관 매출도 올라 올해 상반기 국내 3대 백화점(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명품관 매출은 45%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적은 야외 운동이 강세를 보였다. 그중 골프가 인기를 끌면서 골프용품 매출도 성장세를 보인다. 골프를 즐기는 40~50대는 물론 최근에는 해외 여행길이 막힌 20~30대도 골프에 입문했기 때문이다. 골프존의 인구 분석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신규 골프 입문자 중 20~40세대가 65%로 젊은 층의 유입이 많이 늘었다.

이마트가 전국 137개 점포에서 발행한 고객 영수증 데이터를 분석해 올해 소비 트렌드 최근 발표했다. 매출이 급증한 품목 중 특히 골프용품 매출이 눈에 띈다. 올해 1~10월 동안 골프공만 182만개 이상 팔렸다. 최근 몇 년간 캠핑이 대세였다면 올해는 골프 열풍이 거셌다. 이는 매출에도 반영됐다. 캠핑용품 매출은 전년대비 22% 증가했고, 골프용품 매출은 46% 뛰었다.

MZ세대가 골프에 입성하면서 성공한 기성세대의 이미지가 강했던 골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KB경영연구소는 “MZ세대는 운동 목적뿐 아니라 화려한 골프 웨어와 아이템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 양극화에 설 곳 없는 중저가 브랜드가치소비 지향해야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소비형태의 변화도 찾아왔다. 한국개발연구원 KDI가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 가계소비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과거 경제위기와 달리 비대면(온라인) 소비가 크게 늘었다. 특히 소득 상위 20%인 고소득층에서 자동차 등 운송기구 지출이 전년대비 27% 넘게 늘어 전체 가계의 평균 내구재 소비가 16.4% 증가했다.

명품 등 고가제품에 나타나는 보복소비 심리와 온라인 채널 확대로 인한 가격비교·최저가 구매 열풍으로 소비 양극화가 나타나면서 의외로 중저가 브랜드의 부진이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마트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찾고, 상대적으로 비싼 명품 화장품도 잘 산다. 하지만 어중간한 가격대는 홀대 받는다고 분석한다.

보복소비의 타깃이 주로 해외 명품 브랜드에만 집중되는 한계에 부딪혀, 과거 국내에서 인기 있던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코로나19에 직격타를 맞았다. 중저가 패션과 주얼리·화장품 브랜드들이 폐점 수순을 밟는 곳이 많다. 이들을 주로 판매하던 NC백화점, 2001아울렛 등도 올해 매출 하락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 4월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복소비 경험이 있는 이들은 코로나 블루 해소(55.5%)’집콕에 따른 구매 욕구 상승(46.6%)’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반면 최근 가치소비(價値消費)가 확산되고 있다. 가치소비는 광고에 휘둘리지 않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만족도가 높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또 환경과 복지, 인권,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 등을 보는 시각도 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제품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 품질이 다소 낮더라도 자신의 가치관에 맞으면 기꺼이 구매한다.

전문가들은 보복소비로 인한 명품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본인의 돈으로 상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것은 자유다. 다만 가치소비를 하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생산자는 그에 맞는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무심코 하는 물품 구매 행위에 가치가 더해지면 소비행위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좋겠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환경적인 면에 조금만 관심을 두고 물건을 산다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상품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누구에게나 힘든 팬데믹 시대다. 억눌린 감정 해소를 위해 명품을 산다는 생각을 전환해서, 개인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탄탄하게 하는 노력을 한다면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것이 바로 명품으로 재탄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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