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실무회담이 1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남북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하기로 하는 등 11개 조항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 그래픽_황규성 시사그래픽 전문기자

◆ 공동보도문에 어떤 내용을 담았나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측과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언 부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북측은 오전 10시부터 10차례 접촉 끝에 11시간 만에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그 내용의 첫째는 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 참가하는 북측 선수단의 참가 종목과 선수단 규모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양측 국가 올림픽위원회 간 협의를 통해 정한다는 것이다. 둘째, 남과 북은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하며, 여자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단일팀을 구성한다는 것에 합의했다. 셋째는 북측에서 230여명 규모의 응원단을 파견하여 남과 북이 공동응원을 하며, 재일본조선인총엽합회 응원단 활동도 보장하기로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넷째는 북측은 30여명의 태권도 시범단을 파견하기로 하며, 다섯째는 선수단, 응원단, 태권도시범단 등을 취재하는 기자단도 파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섯째, 왕래는 경의선을 이용하기로 한다는 내용이고, 일곱째는 현지시설 점검 등을 위해 1월 25일부터 27일까지 북측 선발대를 파견기로 했다. 여덟째는, 북측은 동계패럴림픽대회에 장애자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기자단을 150명 규모로 파견하기로 했으며, 아홉째는 개막 전에 남북은 북측 금강산 지역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와 북측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 스키선수들의 공동훈련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열 번째, 북측 대표단은 남측의 안내와 질서에 따르고, 남측은 북측 대표단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열한번째는 구체적인 실무적인 문제들은 판문점을 통한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 논란의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은 구성하기로 결정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기로 하면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여자 아이스하키를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하기로 한 점이다. 어제 있었던 공동보도문에도 이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출전선수 선발은 남측 감독이 전권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에 북측도 양해를 했다는 것이다. 또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이 공동 훈련하게 된다는 점과 금강산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를 한다는 아홉 번째 조항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즉, 마식령 스키장에서 공동훈련할 선수들은 우리측 기준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가서 공동훈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식령 스키장에 가는 우리 측 선수들은 국가대표는 아니지만 우리 스키협회에서 역량이 있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금강산 합동 공연의 경우 올림픽 개막 직전 전야제 형식으로 당일 행사로 진행하며 우리 예술단 방북 행로는 금강산 육로가 될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 북한 대표단과 선수단, 개성공단 길목인 ‘경의선 육로’ 이용

17일 있었던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북한이 대표단과 선수단을 파견할 이동 경로로 경의선 육로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북한 예술단은 판문점을 통해 내려온다고 했지만, 대표단과 선수단은 개성공단 길목이었던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경의선 육로'는 개성에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로 이어지는 라인으로, 지난 2003년 출입사무소 개소 이후 대규모 인원이 남북을 오갈 때 이용해온 길이다. 또한 개성공단 때문에 출·입경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정부는 북한의 뜻에 따라 개성공단 폐쇄 이후 왕래가 끊긴 출입사무소 시설을 점검하는 등 제반 준비를 해나가기로 했다. 또한 군사분계선을 넘어야 하는 만큼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통해 관련 절차 등 세부사항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표단과 선수단의 이동 경로로 경의선 육로를 선택한 것을 두고 2016년 2월 폐쇄된 개성공단 재가동을 바라는 북한의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연구소장은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 재개통은 오래 닫혔던 통로를 연다는 의미”이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전면적 교류·협력을 재개하고 싶다는 북한의 의사가 협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관철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북, ‘핵 있는 평화’ 선전하려는 것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갑자기 대규모의 대표단, 선수단, 예술단을 파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북한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을 보이는 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않고 있다. 한 언론사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국가전략연구원가 가진 국제 콘퍼런스에서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동참은 북한의 오랜 전술적 행동의 하나”이며 “올림픽 폐막 이후에는 북한에 의해 과거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의 신년사나 평창 참가 과정을 보면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일종의 ‘핵 있는 평화’, ‘북핵 평화론’을 선전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핵을 가져도 한국과 동북아의 평화는 유지된다는 거짓된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웃는 얼굴로 평창에 오고 당분간 도발을 자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당장은 가짜 평화공세를 해도 결국은 핵으로 한국을 위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자리에 참석한 연구원들은 한국이 남북 대화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해서 국제적 대북 제재·압박 체제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조언을 정부에서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올림픽이 끝난 후 남북대화 재개를 명목삼아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와 상충되는 것들을 요구하고 들어줄 경우 전(前) 정권이 해왔던 실수를 반복하는 우를 범하게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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