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승진이라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실적이 필요

[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2017년에도 이전에 그래왔던 것처럼 대기업 총수 3, 4세들은 초고속 승진을 했다. 초고속 승진을 한 인물들 중 눈길을 끄는 인물들로는 정기선 현대 중공업 부사장과 이규호 코오롱 상무, 이경후 CJ 상무를 꼽을 수 있다.

정기선 부사장은 2017년 11월 14일에 현대 중공업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동시에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이사로 내정되었다. 1982년생인 정 부사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후 8년, 전무 승진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였기 때문에 다른 대기업 총수 3세들과 비교해도 빠르게 승진한 편에 속한다.

이규호 상무는 1984년생으로 2017년 11월 26일에 코오롱 상무로 승진했다. 이 상무는 2012년에 입사하였기 때문에 입사 후 5년 만에 상무로 승진한 것이다.

이경후 상무도 1985년생으로 2017년 11월 24일에 CJ 상무로 승진했다. 이 상무는 2011년에 입사하였기 때문에 입사 후 6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총수 일가가 아닌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1985년에 삼성에 입사한지 12년이 지난 1997년에야 상무로 승진할 수 있었는데, 특히 권 대표이사의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재직기간을 합하면 15년 이상이 지난 뒤에야 상무로 승진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의 승진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사진 왼쪽부터 이경후 CJ그룹 상무, 이규호 코오롱 상무,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그래픽_황규성 시사그래픽 전문기자>

◆ 정기선 부사장, 사우디 합작 사업 등 진행 프로젝트 성공여부가 관건

정기선 부사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 MBA 과정을 밟았다. 정 부사장은 부친인 정몽준 이사장과 같이 ROTC로 병역의무를 이행했으며 현대 중공업 외에도 크레디트 스위스 인턴사원, 동아일보 인턴기자,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한 적이 있다.

정 부사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한 후, 2013년에는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승진했고, 2014년에는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2015년에는 전무로 승진한 뒤 2017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에 현대 중공업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초고속 승진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같은 초고속 승진에 대해서 현대중공업 노조를 중심으로 비판적인 지적이 제기된 바가 있다. 노조는 2016년 10월 소식지를 통해 정 부사장의 전무 승진을 비판했는데, 이 시기가 현대 중공업의 구조조정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에 노조는 정 부사장보다 실력이 검증된 전문경영인의 영입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4분기 현대중공업의 잠정 영업 실적은 적자가 예상되고 있고 향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16년의 수주 가뭄으로 인해 2018년의 경영 환경은 나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정 부사장의 승진이 이루어진 관계로 노조의 분위기는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정 부사장이 노조 등 비판 세력이 납득할만한 실적을 보여주는 것뿐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 부사장은 전무 시절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영업 총괄부문장 업무도 수행했는데, 현대중공업의 2017년 수주액은 100억 달러를 기록해 2016년에 기록한 59억 달러와 비교하면 69.5%가 증가했고 목표 수주액 75억 달러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정 부사장은 현대 중공업의 미래를 위해 중동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사우디 국영 석유 회사인 아람코 등과의 현지 합작 법인 설립을 들 수 있다.

아람코는 2017년 12월 10일 사우디에 ‘IMIC(International Maritime Industries company)’라는 회사명으로 현대 중공업과의 합작 조선소 법인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중공업은 이 합작 사업이 순항한다면 사우디 발주 선박에 대한 수주 우선권을 확보할 수 있고, 로열티, 기자재 수출 등을 통해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 부사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초고속 승진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사우디 합작 사업 등에서 성과를 올릴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이규호 상무, 이노베이스 등 성과가 관건

이규호 상무는 이웅렬 코오롱 회장의 장남으로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학에서 호텔경영학과를 전공했다. 이 상무의 이력 중 특이한 점은 미국 시민권자임에도 불구하고 6포병여단에서 병역을 이행했고, 일병 때에는 레바논 파병 동명 부대에 자원해 해외 파병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2012년 코오롱 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하였고, 2014년에는 코오롱 인더스트리 부장으로 2015년에는 코오롱 인더스트리 상무보로 승진한 뒤 2017년에는 코오롱 상무로 승진했다.

1984년생인 이규호 상무가 입사 5년 만에 상무로 승진한 것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총수 일가의 특혜 승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규호 상무의 경우 언론에 노출되는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실적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초고속 승진 자체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상무에 대한 기업 내부의 평가는 권위적이지 않고 소탈한 면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코오롱 내부 분위기에 따라 임원 발탁 전에는 사원 숙소에 머물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동료들과 어울리는 등 소탈한 행보를 해왔다고 전해진다.

공식적인 이 상무의 실적은 언론에 공개된 적이 없지만 일각에서는 청년 창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설립된 벤처 캐피탈인 ‘이노베이스’에서 이 상무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다. 이노베이스는 ‘플런티’와 ‘퀵퀵 주식회사’에 투자를 했는데, 특히 플런티의 경우 AI 역량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에 인수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스타트업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상무는 이노베이스 등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입사 5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좀 더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정리_염정민 기자

◆ 이경후 상무, 지속적인 성과가 필요

1985년생인 이경후 상무는 이재현 CJ 회장의 장녀로 미국 콜롬비아(Columbia)대학에서 불문학 학사, 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 상무는 2011년 CJ 기획팀 대리로 입사해서 2015년에는 부장으로 승진했고, 2017년 3월에는 상무 대우로 승진, 8개월 후인 2017년 11월에는 상무로 승진했다.

2017년 11월 CJ 임원 발표 이후 3월에 상무 대우로 승진한 이경후 상무가 8개월 만에 상무로 승진하자, 일각에서는 CJ 후계구도를 위한 초고속 승진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CJ는 이 상무가 승진한 것은 미국 내 ‘케이콘(KCON)’의 성공적인 개최와 미국 내 ‘비비고’ 브랜드의 약진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2017년 8월에 열린 LA 케이콘은 역대 최대 관람객인 8만 5천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고, 경제 유발 효과가 2천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성공적인 케이콘 개최로 인해 LA 시의회에서 CJ에 표창장을 전달할 정도로 그 반응은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내 비비고 브랜드의 약진도 두드러졌는데, 2016년을 기준으로 CJ는 중국 브랜드를 제치고 만두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2010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지 6년 만에 10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CJ는 미국 내 만두 매출을 3000억 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후 상무가 미국 내에서 좋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초고속 승진만으로 비판하는 것에는 힘이 실리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실적이 나빠질 경우 언제든 비판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실적을 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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