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택배’ 파업에 피해多…쟁점은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

노조 “회사가 요금 인상분 챙겨” VS 사측 “업계 최고 처우”

현재 파업 인원은 CJ대한통운 전체 택배기사 2만 명중 16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의 8%에 해당하는 노조의 파업으로 소비자·소상공인·비노조 기사가 고통 받고...<본문 중에서>
현재 파업 인원은 CJ대한통운 전체 택배기사 2만 명중 16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의 8%에 해당하는 노조의 파업으로 소비자·소상공인·비노조 기사가 고통 받고...<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국민의 시선] CJ대한통운의 파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노사와 사측이 팽팽한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3주가 넘도록 파업을 진행 중인 CJ대한통운택배노조가 100인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100인 단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막상 2주 앞으로 다가온 설 연휴로 택배 물량이 증가하는 성수기여서 배송난이 가중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228일에 시작한 파업까지 벌써 한 해 동안 네 번째 파업이다. 노조 측은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사측이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따른 요금 인상분을 공정하게 나누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택배비 인상분의 70%를 회사가 가져가고 택배기사들이 여전히 분류작업에 투입된다며 파업의 불씨를 당겼다. 이에 CJ대한통운 측은 택배비 인상분의 상당 부분은 택배노동자들이 가져갔다며 노조의 설명을 반박했다. 사측은 택배비 전체 50~55%는 무조건 택배기사가 수수료로 받게 되는 구조이고 분류작업과 관련해선 새해부터 약 5500명의 지원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난해 6월 결정한 택배요금 인상분 배분을 놓고 사측과 노조 간 주장이 엇갈린다. 택배기사들이 받는 수수료는 급지와 대리점과 기사 간 계약내용 등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일률적으로 나누기 어렵다. 또 택배기사는 대리점과 계약하는 관계이고 택배사와 직접적인 고용관계에 있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택배 물량도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중소상공인의 불만도 커지는 모습이다.

택배 파업 장기화로 배송이 이뤄지지 않는 직역에서는 소상공인과 개인의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파업의 피해를 택배 회사가 아닌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과 개인에게 돌아가고 있어 문제다. 택배 물량이 많은 온라인쇼핑몰은 이미 CJ대한통운에서 다른 택배사로 옮긴 경우도 적지 않다. 택배파업 초기에는 배달 차질 물량이 일평균 40만 개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약 17만개로 줄었다.


비노조 택배기사들도 반대하는 CJ택배노조 파업

 


이번 파업은 내부에서도 잡음이 많다. 파업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비노조 택배기사들이 파업에 반대하고 나섰다. 비노조택배연합회 소속 기사들은 최근 파업하지 않습니다’, ‘고객님과 함께 가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인쇄물을 차량에 붙이고 운행하거나 비노조원표시가 찍힌 마스크를 제작해 착용하고 있다. 오는 23일에는 비노조원들의 집회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비노조 택배기사들이 파업을 반대하는 것은 3주 이상 지속된 파업 여파로 비노조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파업 인원은 CJ대한통운 전체 택배기사 2만 명중 16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의 8%에 해당하는 노조의 파업으로 소비자·소상공인·비노조 기사가 고통 받고 있다.

파업이 반복되고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노조원과 소비자 등을 포함한 관계자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성명서를 통해 “CJ택배노조는 소상공인을 볼모로 하는 명분 없는 파업을 측각 철회하고 정상 업무에 복귀해 달라고 촉구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입장문을 통해 노조는 합의 이행에 대한 회사의 노력을 폄훼하고, 국민 고통은 아랑곳없이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택배 배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측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노조는 사회적 합의 이행과 관련해 CJ대한통운이 직접 나서서 노조와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구·경북 우체국택배노조는 17일 대구 경북지방우정청 앞에서 정부와 국회 누구 하나 사회적 합의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있다사회적 합의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쟁점은 결국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 국토교통부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지키고 있는지 전국 현장을 점검하고, 민관합동 조사단이 점검을 마쳤다. 현재 결과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상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점검 결과가 합의 도출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설연휴 택배 물량 급증 우려정부가 사회적 이행 여부 살펴야


당장 설 연휴를 앞두고 택배 정체가 심해질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 추가인력을 1만명 투입할 방침이지만 택배 정상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필자는 지난달 28일 귤을 시켰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오는 배송이어도 2~3일이면 도착한다. 하지만 갑자기 이를 배송하는 CJ택배가 파업에 들어갔고, 기다리다 지쳐 지난 17일에 반품하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택배가 와도 시일이 많이 지나서 귤 상태가 어떨지 모르기 때문이다. 판매자에게 문의하니 주문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반품/취소처리를 하면 환불을 해준다고 했다. 그런데 절차를 모두 마친 그날 밤 귤이 드디어 도착했다. 달로 치면 작년에 시켜서 올해 받은 귤이다. 박스를 열어 보니 귤들이 대부분 얼어 있었다.

근데 다시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 내가 이 판매자라면 어떨까.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키워서 겨울이 제철을 맞은 귤. 이 귤을 드디어 수확해 기쁨을 누려야 하는데, 택배사의 파업으로 반품·환불 요청이 오면 안 그래도 추운 겨울에 마음에도 칼바람이 불 것 같았다. 비록 얼은 귤이 썩지는 않았으니 그냥 먹기로 했다. 그리고 취소/반품 요청 내용도 취하했다.

며칠 지나자 귤 껍질이 검게 변한 부분이 있었지만, 알맹이 상태는 양호했다. 보통 때의 탱탱함은 없었지만 그래도 귤은 귤이었다. 베란다에 둔 귤의 껍질 색깔이 변하는 것 같을 때마다 귤을 한꺼번에 많이씩 먹게 됐다. 그 덕분인지 올겨울은 감기 한번 앓지 않고 나고 있다. 다만 이 사건 이후로는 물품을 주문할 때 택배사를 확인하게 된다.

배달 수요가 몰리는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소비자 불편은 더 커질 것이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파는 자영업자들은 쌓여가는 반송 택배에 피곤함과 한숨이 커진다. 또 점차 거래처의 주문량이 줄어들면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생계를 걱정할 상황에 놓인다. 쟁의행위는 정당하지만, 맡은 업무는 해놓고 할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이번 파업을 보면서 과연 누가 해결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미 많은 소상공인과 개인이 피해를 봤다. 사태가 더 커지기 전에 정부와 국회의 소신 있는 한 마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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