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피커가 결국 카드사의 무한경쟁이 만들어낸 새로운 소비 형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체리피커라는 새 형태의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점에는 업계와 소비자간, 업계 내에서도 이견이...<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소비자 금융] 한때 국내 카드사들이 이른바 '무조건' 슬로건을 내세워 앞다퉈 혜택이 풍부한 카드 모델을 내놓은 바 있다

조건없이 무제한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카드'는 소비자들에게 환영을 받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반길 수가 없었다. 체리피커의 등장 때문이었다.

체리피커는 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실속을 차리기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소비자를 말한다. 카드업계로 보면 부가 혜택만 누리면서 카드 이용은 하지않는 금융소비자인 셈이다. 케이크에 올려진 체리만을 쏙 빼먹는다는 의미다

체리피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똑한 소비자이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카드사의 혜택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게 주요 목적이지만, 체리피커는 이같은 목적에서 자유롭다. 충성도가 아닌 가격 경쟁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체리피커는 분명 똑똑한 소비자이지만, 카드업계 입장에서는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인해 기존에 설계된 카드 혜택을 축소하는 상황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최근 이른바 '혜자카드'로 불리는 카드들의 단종 사태도 체리피커와 무관하지 않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다만 카드사 혜택 축소를 소비자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건 부당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따라 체리피커를 똑똑한 소비자를 포함하는 광의적 의미와 혜택을 악용하는 좁은 의미의 얌체 소비자로 따로 구분지을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스마트 컨슈머(똑똑한 소비자)와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그 기준을 세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 치열한 경쟁으로 '무조건' 혜택을 내세운 게 카드사라는 점에서 1차적 책임은 카드업계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체리피커, 카드사 경쟁이 만든 소비자 형태


체리피커가 결국 카드사의 무한경쟁이 만들어낸 새로운 소비 형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체리피커라는 새 형태의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점에는 업계와 소비자간, 업계 내에서도 이견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똑한 소비 형태를 카드업계가 막는다는 시선이 강하다.

카드업계 역시 체리피커를 두고 고심 중이다. 다만 얌체를 넘어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혜택 축소 등 대책을 세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인터넷 등이 발전해 좋은 카드 혜택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일부 악용 사례가 공유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결국 카드사 입장에서는 혜택 축소 등을 통해 악용을 방지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한 혜택 범주를 넘어 중복 혜택 등 악용 사례가 공유돼 단종된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체리피커의 범람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사례다.

반면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 원인을 체리피커에서만 찾으려하지 말고 근본적 해결책이 제시돼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혜택 주고 소비자 탓하는 행태 바꿔야


시민단체는 카드사가 경쟁적으로 혜택을 내놓고 나중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혜택을 축소하는 행태를 바꿔야한다고 말한다.

업계에서는 체리피커 탓을 하지만, 정작 혜택 축소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다수의 일반 금융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카드업계도 모든 책임을 체리피커에게만 떠넘기는 건 아니다. 카드사의 혜택 축소나 카드 단종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다보니, 일반 소비자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카드 혜택도 일종의 금융상품이므로, 설계 당시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지 못했더라도 소비자 신뢰 제고라는 큰 틀에서 혜택을 유지해야한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체리피커는 결국 현명하고 똑똑한 소비자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카드 혜택을 비교하고 혜택을 챙기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면서 "혜택을 줬다 뺏는 건 결국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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