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미 트럼프 대통령發 무역전쟁에 EU(유럽연합)과 중국 등 각 나라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게다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한 무역전쟁인데 태양광 분야에서 오히려 자국내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오히려 역습도 나타나고 있다.

◆ EU와도 무역전쟁 선포한 트럼프, EU 반격 나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에서 진행한 영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로선 EU에 많은 문제가 있는데 무역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아주 큰 뭔가로 변할 수 있다.

EU는 무역과 관련해선 미국을 매우 불공평하게 다룬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결국에 그들의 아주 심한 손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EU와의 무역전쟁을 선포한 것이지만 미국은 이미 EU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은 이미 EU의 알루미늄 합판 반덤핑·상계관계 예비판정, 수입 철강·알루미늄이 자국의 경제·국가안보를 침해하는지 여부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수입산 철강 조사를 시작했고, 이에 EU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여러 철강 제품과 모든 나라를 겨냥한 광범위한 조치는 정당화할 수 없다”며 미 상무부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무역전쟁을 선포하자 EU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29일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제재로 EU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경우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만약 수출이 미국의 어떤 제한적 무역조치로 영향을 받는다면 EU는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도 미국의 무역전쟁 예고에 EU도 필요할 경우 강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대서양을 넘나드는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중국도 무역보복 시작

미국이 태양광 패널에 대해 취한 세이프가드 조치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40% 관세를 부과하고 나서 중국이 공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피하면서 생산용량을 유지하고 있다”며 직접 중국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중국 상무부의 무역구제조사국 국장인 왕허쥔(王賀軍)은 "미국이 외국산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 발동을 결정해 엄중한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결정은 무역구제조치의 남용이며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후 중국은 미국과 유럽산 에테르 계열 화학제품에 적용해오던 반덤핑 관세를 앞으로도 계속 부과할 방침이라며 미국의 대중 무역전쟁에 맞불을 선포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013년 1월 미국과 EU 회사들이 이들 제품들을 부당하게 낮은 가격에 판매해 중국 국내 산업을 해쳐 왔다며 이들 제품에 대해 지난 5년간 9.3~18.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왔는데, 앞으로 계속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밝힌 것이다.

◆ 트럼프발 보호주의, 자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 커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산 세탁기과 태양광 패널에 대해 취한 세이프가드 발동을 두고 여당인 공화당에서 조차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산업에 대한 과도하고 인위적인 보호 조치가 상대국의 보복을 부르는 무역전쟁의 부작용을 낳으면서 결국 미국 경제와 무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공화당 상원의원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자신의 지역구인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에 건설 중인 삼성그룹의 세탁기 공장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면서 삼성이 보복 차원에서 현지 투자를 줄이거나 고용을 줄일 가능성을 경계하고 나섰다.

또한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중국통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이 일으킨 무역전쟁에서 미국 스스로 패자가 될 것이라는 경고다. 그 이유로 우선 세이프 가드 조치를 취한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의 글로벌 공급망 변화추이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의 세이프 가드 발동의 경우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사실상 미국에서 수입되는 태양광 패널의 3분의 2는 중국 밖인 말레이시아, 한국, 베트남 등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또 미국 수입 세탁기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세탁기 생산 등을 위한 새 공장을 열었는데, 미국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외국 기업의 판매 부진은 곧 미국에게는 역풍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국으로 현재 101개 국가와의 교역에서 무역적자를 겪고 있는데, 이는 낮은 저축률이 원인이므로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는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세 번째로는 미국의 교역 상대국으로부터 역공을 당할 경우 수출주도형인 미국 경제에 심각한 위험이 된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로는 관세로 인한 가격 조정이 오히려 미 산업 성장의 장애물이 된다고 비판했다. 즉 저가 수입산 태양광 패널은 2010년 이후 미국의 태양광 설치 비용을 70% 낮췄는데, 세이프 가드에 따라 부과되는 높은 관세는 외국산 태양광 패널 가격을 끌어 올리게 되고 결국 소비자들이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세이프 가드 조치를 취하자 LG전자는 미국에서 판매 되는 소비자 가격을 50달러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로치는 “미국 소비자들은 이미 트럼프 정부의 첫 국지전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미국 내 태양광 시스템 분야 고용 계획은 백지화 돼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주의 무역을 취하는 이유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세이프가드 조치 이후 벌써부터 태양광 분야의 고용 계획 백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 태양광 관련 산업 종사자의 대부분이 부품을 조립해서 발전 시스템을 만드는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데, 수입산 패널에 과중한 세금을 매길 경우 시스템 구축업자들에게 손해가 되기 때문에 일자리를 늘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양광 발전단지 사업을 해온 혼브라더스 컨스트럭션은 지난 3년간 정규직을 30명에서 350명으로 늘렸고, 올해 100명을 더 늘리려던 계획이 있었지만 자국의 관세 정책 때문에 고용 확대를 전면 백지화했다고 밝혔다. 미국 태양에너지산업협회(SEIA)에서도 “올해 태양광 업계에서 2만3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전망”이라며 “대규모 발전단지 프로젝트가 연기되거나 취소돼 총 수십억 달러 상당의 투자가 백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를 향한 무역전쟁 선포 이후 자국 내 산업에 대해서도 우울한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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