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어린 자녀를 태우고 운전 중인 A씨.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차를 들이받았다. 사고 가해자는 친형인 B씨였다. 얼마 후 동생 A씨가 형과 형의 가족이 탄 차를 들이받았다. 형제가 서로 가족까지 다치게 한 일인데, 이상하게도 두 사람의 입가에는 미소가 감돈다.

알고 보니 이 형제는 자동차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까지 동원해 서로 사고를 주고받는 사기범들이었다. 형제가 가해·피해를 바꿔가며 총 18번 사고를 내서 타낸 보험금은 1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이 보험금 지급 데이터 중에서도 사고 관련자 간의 관계 유형을 분석하는 'SNA'(Social Network Analysis) 기법으로 적발한 사례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공모형 보험 사기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31일 금감원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지인이나 가족과 공모해 가해자·피해자 역할을 분담해서 고의 사고를 낸 사기 조직은 22개. 엮인 혐의자가 100명, 이들이 편취한 보험금은 14억원에 달한다.

서로 아는 대리운전기사들, 형제 사이, 음식 배달이나 퀵서비스 종사자들 등이 이번에 적발된 혐의자들이다. 이들 중 47세 남성 C씨는 오토바이 14대를 동원해 일부러 사고를 35건이나 냈다. 편취 보험금은 4200만원이었다.

혐의자들은 차선변경이나 후미추돌 등 가벼운 사고로 인한 부상에 대해서는 보험사들이 조기 합의를 선호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역할을 계속 같은 사람이 하면 사기로 쉽게 적발될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여러 사고마다 역할과 차량까지 바꾸기도 했다.

금감원은 사기 혐의자 100명을 전국 관할 경찰청에 통보하고 수사를 지원한다. 장상훈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실장은 "지인끼리나 정비업체 등 전문 브로커와 공모한 조직형·지능형 보험사기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며 "보험사기 적발 시스템의 단계를 계속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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