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윤택 성추행 사건 계기로 연극계 ‘미투 운동’ 확산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연극계의 ‘대부’로 불리는 감독 ‘이윤택’의 상습적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연극계에 ‘미투 운동’(Me too)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성폭행 사실을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증언도 잇달아 폭로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연희단패거리를 통해 ‘간접사과’를 했던 이윤택 감독은 19일 직접 공개석상에 나서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파문은 계속될 조짐으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계속되고 있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윤택 감독의 성폭력 파문에 대한 진상규명과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 이윤택 성추행 사건 계기로 연극계 ‘미투 운동'(Me too) 확산

감독 이윤택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연극계에 ‘미투 운동’(Me too)으로 인한 성추행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윤택 감독으로부터 성추행은 물론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도 나와 파문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연합인포맥스 보도기사에 따르면 과거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다는 A씨는 17일 연극・뮤지컬 커뮤니티인 디씨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이윤택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2001년, 2002년 두 차례 밀양과 부산에서 이윤택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적어 눈길을 끌었다.

A씨는 “저라는 피해자 이후에도 전혀 반성이 없이 십 수년 간 상습적으로 성폭력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저에게 일어났던 일을 폭로하고자 글을 쓰게 됐다”면서 이윤택 감독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윤택 감독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연희단거리패 옛 단원들의 ‘미투’ 고백은 SNS상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또 당초 이윤택 성추행 논란을 고백한 극단미인 김수희 대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수희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윤택 감독으로부터 10여 년 전 성폭력 피해를 입은 바 있다고 고백했다.

해당 글을 통해 김 대표는 지방 공연을 위해 숙소에 짐을 풀고 나서 이윤택 감독으로부터 호출을 받았고 성폭력 피해가 생겼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안갈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 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 감독이 시키는 행동으로 인해 당시 자신이 입었던 성폭력 피해를 고백하며 “더는 못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방을 나왔다고 전했다.

이후 김수희 대표는 공연이 끝난 뒤 서울에서 해당 감독을 마주칠 때마다 도망 다녔다며 “무섭고 끔찍했다. 그가 연극계 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 이윤택, ‘공개 사과’ 입장 밝혀..한국극작가협회, ‘회원 제명’ 공지

계속되는 성폭력 폭로 파문이 확산되자 이윤택 감독이 연희단거리패 성폭력 사실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희단거리패는 보도매체를 통해 보낸 메일에서 19일 이윤택 씨가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 공개 사과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후 연희단거리패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사과문을 올리고 이 전 예술 감독이 연희단거리패를 비롯한 예술 감독직에서 모두 물러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윤택 감독이 공개사과 의사를 밝혔음에도 한국극작가협회는 이윤택의 회원 제명을 공지했다.

이에 대해 “‘Me too’ 운동에서 밝혀진 이윤택씨의 권력을 악용한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심의위원 추천 건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연극계에 끼친 업적을 이유로 지금의 사태를 외면하지 않겠다. 다시는 연극정신이 훼손되는 만행이 자행되는 것을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민청원도 1만 여명 돌파, ‘철저한 진상 규명, 구속 수사 촉구’

감독 이윤택의 성추행 사건의 논란이 확산되자 분노한 국민 여론에 따라 국민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극인 이윤택 씨의 상습 성폭행, 성폭력 피의사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를 촉구한다’는 청원이 올랐다.

청원 시작 이틀이 지난 18일 오후 10시 기준 19,000명이 넘는 동의자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청원인의 글에 따르면 ‘연극인 이윤택씨의 상습 성폭행 및 성폭력 피의사실 의혹에 대해 다음과 같은 청원과 촉구의 글을 올립니다’라며 ‘연극인 이윤택씨의 상습 성폭행 및 성폭력 피의사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 구속수사를 촉구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연극인 이윤택씨와 관련된 연극단체 일체에 대해 피의사건 가해자 및 방조, 방임, 공조와 공모 등 관련 책임자에 대한 일체의 관련사실 및 추가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와 수사를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또 가해자 및 관련 책임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를 담았다.

또 청원인은 “어렵사리 속엣 얘기들을 꺼낸 이들의 잊고 싶은 참혹하고 끔찍한 사실과 진실들을 뉴스와 실체로 마주하면서 너무나 부끄럽고 아프고 고맙고 죄송합니다”라면서 “이 사건이 한 번의 이벤트로 소용된 채 덮여지고 잊어버리는 해프닝이 아니라 어쩌면 이미 연극계 전체에 만연해왔을 지도 모를, 예술이란 미명, 폭력적 위계 아래 자행되어왔던 부조리와 불합리를 찾아 밝혀내고 끊임없는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되는 신호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소망합니다”라고 말했다.

연극계 성폭력 사실을 접한 누리꾼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누리꾼 ekr****는 “사과만으로 끝날 일은 절대 아니다. 피해자 입장은 뭐가 되냐. 철저한 수사로 만연한 성폭력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누리꾼 gkrg***는 “연극계 모두의 책임이 있다. 피해자 여성들을 알고도 침묵했던 동료 연극인들은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책임을 느낀다면 이번에 수면위로 올라왔을 때 재발 방지를 위해 정책화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수사 책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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