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염정민 기자] 최근 미국 상무부는 ‘무역 확장법 제 232조’ 적용을 위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상무부가 발표한 규제 수위는 예상보다 강력하여 한국 철강업계를 당혹케 하고 있다.

상무부에 의해서 제안된 규제의 내용은 3가지로 알려졌는데, 그 중 브라질, 중국, 코스타리카, 이집트, 인도, 말레이시아, 한국, 러시아, 남아공, 태국, 터키, 베트남 12개국에 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2017년 수출 물량으로 동결하는 규제가 한국에 가장 타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

▲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 팀

나머지 두 안은 모든 국가의 철강 수출을 2017년 수준의 63%로 제한하는 방안과 모든 철강 제품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으로 알려져, 이 방안이 적용될 경우 관세나 제한 물량이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의 미국 철강 시장 점유율 면에서는 타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무역 압박은 철강 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1월 23일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해서 세이프 가드 조치를 발동하여 한국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무역 장벽을 설치한 바 있다.

특히 2018년 11월 미국에서는 중간 선거가 열리는데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을 핵심 지지층으로 가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무역 압박을 지속하거나,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 이미 여러 차례 한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패소한 미국

한국에 대해서 가해지는 미국의 무역 압박이 국제 기준에서 볼 때 합당한 압박이라면 미국 측 입장을 수용하고 국제 기준에 따라 무역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미국의 무역 압박이 합리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생긴다.

이제까지 미국이 한국에 행한 무역 압박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거 중 하나로 WTO의 결정을 들 수 있다. 이미 미국은 2013년 한국의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 과세를 한 뒤 2016년에 WTO 패소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

이 판정에서 WTO는 미국이 덤핑 마진을 수출 가격이 내수 가격보다 낮을 때만 합산하고 수출 가격이 내수 가격보다 높을 때는 마이너스를 적용하지 않고 0으로 처리해서 덤핑 가격을 부풀린 것이라는 이유로 한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를 일명 제로잉 방식이라고 하는데 비유하자면 이익은 그대로 합산하는 반면 손실은 마이너스 처리를 하지 않고 0으로 처리를 해서 수치를 부풀리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면 쉽다. WTO는 2008년에 제로잉 방식을 위법으로 규정하였고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가 제로잉 방식을 사용하여 산정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의 제로잉 방식 적용은 국제 기준을 벗어난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한편 최근까지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WTO에 제소한 것은 11건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일부 승소를 포함하면 8건의 분쟁에서 한국이 승소한 반면, 미국이 WTO 판정 전에 관세를 철폐한 것을 제외하면 오직 1건의 분쟁에서 미국이 승소했을 정도로 미국은 여러 차례의 WTO 분쟁에서 패소하였다.

이런 결과로 미루어 본다면 미국이 국제 기준에 따라 무역 장벽을 설치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자국의 산업 기반을 위해 국제 기준에 어긋나는 무역 장벽을 설치하는 경향을 가졌다고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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