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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 문 대통령, 美 보호주의에 정면 돌파 의지 보여
박경희 기자  |  2580@newswor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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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0  18: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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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잇단 보호무역 조치로 우리나라에 다각적으로 통상압박을 가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정면 돌파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작심한 듯 미국의 잇따른 무역 규제 조치를 비판하며 “불합리한 보호 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 세탁기·태양광 패널 이어 철강까지.. 도 넘은 미국의 통상압박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한-미 간 ‘통상 격돌’까지 불사할 의지를 보인 것은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철강 수입의 안보 영향’ 권고 조치 때문이다. 미국은 세탁기·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 가드에 이어 한·중·일에 호혜세 압박을 가하는 등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물품에 대해 줄줄이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나섰다.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 일본, 한국에 많은 돈을 잃었다”며 “미국에 와서 우리에게 엄청난 바가지와 관세, 세금을 매기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아무 것도 못하는 상황을 이어가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무역에 있어서만큼은 동맹국이 아니다”라고 단정지어 말하면서 호혜세를 언급한 바 있다. 호혜세는 미국산 제품에 대해 타 국가들이 매기는 세금과 상응해 수입세를 매기는 ‘상호호혜세’ 성격을 띠며, 미국과의 무역을 상당한 흑자를 보는 국가들을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발언한 것이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여기에 미국 상무부가 백악관에 제출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에서 철강 수입 규제 대상 12개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 시켰다.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 등 대부분의 동맹국이 빠지고 동맹국 가운데는 한국만 포함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에 대해 53%의 높은 관세가 부과된다.

◆ 美·中 고래들의 무역전쟁에 한국, 새우 등터지는 꼴

미국은 동맹국 가운데 왜 한국만 유일하게 철강 수입 규제 대상국으로 꼽았을까.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마찰로 인한 들러리 피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 상무부가 공개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이 저렴한 중국의 철강을 수입한 후 재가공해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에서 토머스 깁슨 미국철강협회 대표는 “제 3국에 수출된 중국산 철강은 그 나라에서 강철 제품으로 가공돼 다시 미국으로 수출된다”고 증언했다. 한국이 중국산 철강을 우회적으로 수출하는 제3국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중국산 철강 수입 톱10 국가 가운데 한국을 포함하여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가 포함됐고, 동맹국 가운데 규제에서 제외된 캐나다, 멕시코, 일본 등은 상대적으로 중국산 철강 수입 비중이 작다. 한국은 이에 비해 2016년 기준 중국산 철강 1422만t을 수입해 전 세계에서 중국산 철강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다. 그러나 미국은 여기서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산 철강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긴 하지만 대부분은 내수용이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국산 철강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게다가 한국산 철강은 자동차용, 유정용 강관 제품 등 고부가 가치 상품인 반면 중국산은 저가 제품 중심이서서 미국 내 소비시장 자체가 다르다.

여하튼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통상압박에 나서자 중국도 무역보복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가 미국산 스티렌에 덤핑 예비 판정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미국 외에도 한국산, 대만산에도 예비판정을 내렸다. 중국 상무부는 반덤핑 조사 결과 한국, 미국, 대만에서 수입되는 스티렌의 저가 판매로 자국 산업이 실질적 피해를 입었다는 예비 판정을 내린 셈인데, 이는 결국 미국과 중국이 무역 마찰을 겪으면서 한국은 덩달아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 문 대통령,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강대강 주문

문 대통령이 19일 가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자,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생각은 안보의 논리와 통상의 논리는 다르다는 것”이며 “서로 다르게 궤도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에 기초한 한미 간 안보협력과는 별개로 한미FTA 개정과 통상압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혁신성장을 더욱 속도감있게 추진하는 한편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의 적극적인 추진을 통해 수출을 다변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 입장에서 미국은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에 정치적 명분보다는 경제적 실리를 우선으로 하여 한·미 통상 마찰이 전면전으로 가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해 철강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월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미국을 최대한 설득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미다.

美·中 무역전쟁에서 한국이 애꿎게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전면전을 나서기도, 그렇다고 미국의 비위를 모두 맞추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놓여 있다. 따라서 통상이라는 배를 움직이는 수장, 문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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