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문 대통령은 한국GM이 공장 폐쇄 방침을 밝히자 군산 지역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며 군사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산자원부는 군산지역을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으로 고용노동부는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긴급절차를 밟아 나기기로 했다. 다각도로 사태 해결 방안을 찾고는 있지만 최악의 경우 한국 GM이 폐쇄될 경우 생산시설 활용 방안도 검토 중이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 한국GM 왜 이 지경이 됐나

한국GM은 올해 5월말까지 군산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한다고 12일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군산공장은 최근 3년간 가동률이 약 20%에 불과하며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러 한국 GM 철수와 군산공장 매각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내수부진과 수출부진으로 인한 경영악화로 폐쇄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GM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한국GM의 경영악화를 가져온 것은 고금리 대출, 높은 납품가격, 과도한 연구·개발비가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의혹을 받고 있는 고금리 대출은 한국GM이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GM관계사에 4천62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한 부분이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체 차입금 이자율의 2배가 넘는 연 5%의 이율이다. 납품 가격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GM이 비싼 가격에 부품을 들여와 반조립 형태의 차량으로 만들어 수출할 때는 원가 수준의 싼 가격으로 팔아 매출 원가율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연구비 경우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적자보다 많은 1조8천580억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지출하기도 했다.

◆ 한국GM, 경영정상화 위해 우리 정부에 지원요구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GM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배리앵글 GM 인터내셔널 사장이 20일 우리나라를 찾아 국회 여야의원들을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 배리 앵글 사장은 부채를 제외한 인센티브 금액을 2~3조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한국GM 대책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며 “한국GM이 부채3조2000억을 해결하더라도 회사가 신차를 개발하고 생산하려면 설비투자도 해야 완전히 정상화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GM을 정상화할 구체적인 자구안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 지원을 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불투명한 경영 문제를 해소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 경영 개선에 대한 GM의 투자 의지 등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GM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는 19일 문 대통령이 GM의 무리한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어조와 일맥상통한다.

우리 정부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는 한국 정부의 자금만 요구하는 미국과 GM의 의도를 읽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GM 본사는 한국GM에 빌려준 대출 일부를 지난달 회수한 바 있다. 사정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구하면서도 본사는 오히려 자금을 회수해 한 것이다. 게다가 GM은 경영악화로 군산을 떠나겠다고 하면서도 미국 캔자스 공장에는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AP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GM은 캔자스 주 캔자스시티 페어팩스 공장에 2억 6500만 달러(약 2846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GM의 일련의 움직임은 미국이 보호무역을 앞세우며 통상압박을 해온 것과 한국FTA 개정협상과도 연결된 문제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내세우며 미국 기업의 해외공장을 자국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조치를 취한데다 애초 한미FTA개정협상을 요구의 시발점이 자동차 문제이기 때문이다. GM의 문제로 한미FTA 개정협상시 우위를 차지하려는 미국의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백운규 장관도 “(한국GM 문제는 한미 FTA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사업 전반에 대한 FTA 협상에서는 GM의 문제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문 정부, 호주식 해법 검토 중

한국GM의 사태 해결을 위해 GM의 의도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입장을 세운 우리 정부는 최악의 경우 GM의 군산 공장 폐쇄를 염두에 두고 ‘호주식 해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위기 때마다 정부의 손을 벌렸던 전적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 지원으로 가까스로 회생한데다 호주에서도 자회사인 GM 홀덴이 2001년부터 12년간 19억달러(약1조9000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후 호주 정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여론이 들끓자 추가 지원 요구를 거부했고, GM은 결국 지난해 10월 호주 공장을 폐쇄해버렸다. 이에 호주 정부는 2014년부터 GM의 철수가 시작되자 단계별로 실직자 보호조치를 취하는 한편 GM이 매각한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

우리 정부도 호주의 사태를 거울삼아, 우리 정부가 GM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언제든 추가 자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해고 위협에 놓인 근로자 보호 대책에 즉각 나선 데다 GM 철수 시 생산 시설 활용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호주식 해법은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라고 정부는 밝히고 있지만, 미국의 보호주의 기조, 그간 GM의 행보 등을 살펴보았을 때 군산 공장 폐쇄는 유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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