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성폭력 피해자 상담 및 보호조치 나선 적 없다는 지적 빗발쳐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미투 운동이 각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투 운동으로 인해 피해자가 성폭력을 폭로하는 상황에서 가해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가해자의 2차 가해 등으로 인해 위축되는 피해자들이 겪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등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도 외면해왔다는 비판이다.

여성가족부는 미투 운동이 번지자 ‘성희롱・성폭력 근절’ 종합 대책을 목표로 1달 만에 상습적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스토킹 가해자가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끊임없는 성폭력과 성희롱 등에 대한 피해 사실을 외면하고 이제야 뒷북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여가부의 뒤늦은 움직임에 차가운 반응이 나타난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전문기자

◆ 미투 운동에 ‘뒷짐’ 진 여가부에 비판 가해져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폭로 이후로 사회 전반에 미투 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여성가족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겪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등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도 외면해 왔다는 비판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미투 운동이 본격화하기 전에도 수많은 성폭력 피해 사례가 공개 됐으나 여성과 가족 보호가 주 업무인 여성가족부는 직접 피해자를 상담하거나 보호조치에 나선 적이 없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 했다는 데에도 지적이 잇따른다.

피해자 보호는 인권위, 직장 실태 조사는 고용부가 담당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여가부 주장이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르면 성희롱을 은폐하거나 2차 피해 정황이 확인되면 여가부가 징계부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여가부는 여태 관련 실태조사조차 없었던 것에 여성 피해자들을 외면했다는 셈이 된 것에 비판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직장 내 성폭력 피해사례는 해마다 늘어나는 반면 고용부 조사는 뒷걸음질을 치는데도 여가부는 뒷짐만 진 채 범정부적인 대책 수립과 컨트롤타워 정비 또한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는 사이 인생을 걸고 미투 운동에 동참하며 성폭력 실태를 폭로하는 피해자들이 오히려 조직에서 내몰리는 악순환 구조가 굳어져 온 셈이 된다.

여가부의 ‘뒷짐 대책’ 대한 누리꾼들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 sodo***는 “귀찮겠지, 하는 척하다가도 하기 싫으면 내빼고 피해여성들에게는 알아서 하라하고 하고는 또 내빼겠지”라며 비판을 가했다.

tk13***는 “여성들을 보호조차 못 하는 여가부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이 가는 순간들입니다”라며 지적했다.

◆ ‘미투’로 명예훼손죄로 처벌 가능성..피해 여성은 오히려 위축되기도

미투 운동으로 성폭력 실태를 폭로하는 여성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행동에 대한 일관된 사실만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죄로 처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피해자들은 미투 운동으로 인해 성폭력을 폭로하면서도 명예훼손죄 형벌을 적용받을까 적잖은 부담과 위축된 심리를 감추지 못 하고 있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지난 2일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 달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록됐고 포털사이트 및 SNS에서 미투 운동 게시글과 함께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해당 청원자에 따르면 “형법 제 307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 최대 2년, 5백만 원 이하 벌금, 정보통신망법 70조 비방목적으로 사실, 허위 사실로 명예훼손 폐지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이 참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오는 3월 4일 마감되는 해당 청원은 23일 현재 22,995명의 동의를 얻었다.

복수매체에 따르면 시민 단체 오픈넷은 위헌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지현 검사가 촉발한 ‘미투 운동’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 아닌 지난 2016년 문단계 성폭력 폭로가 있었으나 관련자들은 도리어 명예훼손 고소 위협에 시달린 바 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길게는 반년동안 수사기관을 오가며 무죄를 입증해야만 했다.

즉 허위사실이 아닌 내용을 퍼뜨렸다고 할지라도 그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한 현행법 때문이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따르는 사회적 비난에 더해 처벌 위협까지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 보니 미투 운동도 위축되고 있고, 실제로 피해자 8명 중 1명만 신고를 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에 자유로운 폭로가 이뤄지려면 명예훼손죄 개정과 적절한 보호제도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 여가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위한 과제 추진..스토킹 피해방지 대책도

지난 20일 여가부는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성평등 문화 확산 10대 과제’를 내놓았다.

‘성평등 교육’과 ‘성평등한 미디어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골자다.

이어 22일 여가부는 국정조정현안 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협동으로 마련한 ‘스토킹, 데이트 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경범죄 수준으로 처벌되던 스토킹 행위자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이 가해지는 등 처벌이 한층 가해지는 내용이다.

스토킹 신고건수는 2014년 297건, 2016년 555건으로 3년 새 2배 이상 늘었고 데이트폭력도 2014년 6675건에서 2016년 8367건으로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괴롭혀온 스토킹을 경범죄처벌법에 따른 범칙금 수준이 아닌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기로 했다.

또 ‘스토킹․데이트폭력 없는 국민 안심사회 실현’을 골자로 ▲가해자 엄정처벌로 범죄동기 근절(처벌) ▲사건 대응력 제고로 피해자 신변보호(현장) ▲실질적·체계적인 피해자 지원(지원) ▲사회적 민감성 제고 및 인식개선(인식) 등 4대 추진 전략에 대해 법무부, 경찰청, 여가부가 14개 세부과제를 부처별로 추진하게 된다.

여가부는 ‘여성긴급전화 1366’, 통합 상담소 등을 활용해 상담, 일시보호, 법률상담, 치료회복프로그램, 심리치료 등을 지원할 방침으로 특히 통화상담소를 거점으로 집중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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