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와 통상문제 풀어갈 기회될 수도 있어...

[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펑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23일부터 26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통상압박과 북핵 문제 등 미국과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이방카의 방한은 향후 한미 관계 향방을 결정할 수 있기에 주목되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들고 올까

미국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하는 이방카 고문은 우선 올림픽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 동안 강경한 대북 압박 행보로 논란이 있었기에 정치적 일정은 피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도 21일(현지시간), 대표단의 핵심 메시지는 한국의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축하하고 미 선수단을 격려하며, 굳건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하지만 이방카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복심으로 알려져 있기에 남북정상회담, 북·미대화, 한미 간의 통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다. 따라서 청와대는 이방카 고문에 대해 ‘정상급 예우’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앞서 먼저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총리와 만찬을 가지면서 우호적인 미일 관계를 형성하는 게 크게 기여한 바 있기 때문이다.

◆ 북미 접촉 가능성은?

이방카 고문이 정치적 행보는 자제할 것이라고는 했지만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을 계기로 남한을 찾을 예정이어서 과연 북미간 접촉도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당시에도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회동이 있을 것인가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바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올림픽 개회차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만날 계획이었지만 회담 두 시간 전에 북한이 이를 취소했다고 20일 보도하면서 김여정 제1부부장과 펜스 부통령의 만남 계획이 있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워싱턴포스트지와 우리 정부에 의하면 우리 정부가 미국과 북한의 만남을 중재해, 북미간 접촉이 있을 예정이었지만 펜스 부통령의 잇따른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회동 2시간 전에 북측에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번 폐회식에 참가하는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어떨까. 시간상으로는 이방카 고문이 23일부터 26일까지 체류하고, 김영철 부위원장은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방남한다. 따라서 올림픽 폐회식에서 북미가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방카 고문으로서는 올림픽 폐회식이 북한 측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 양측의 계획되거나 또는 계획되지 않은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도 ‘이방카-김영철 접촉’에 거리는 두고 있지만 펜스 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북미간 비밀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 근거로는 새라 샌더슨 백악관 대변인, 차기 상원외교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제임스 라시 의원이 대표단에 포함됨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정통하지 않은 이방카를 보좌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과의 통상마찰 실타래도 풀릴까

이방카 고문은 23일 오후 한국에 도착한 후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만찬을 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이방카 고문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학원) 동문이라는 인연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통상 문제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한국산 철강 수입 규제나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등 일련의 통상압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 우리의 대책 마련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방카 고문이 밝힌 것처럼 정치적 행보보다는 “평창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고 “한-미 관계의 우의 부각”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 하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이방카가 공식 석상에서는 주로 여성과 인권, 일자리 등에 한정된 부분에서 발언을 해왔기 때문에 북핵 문제나 한-미 현안인 통상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미국 내 시각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이방카 본인이 북한이나 통상 관련 얘기를 공개적으로 발언할 때 어떻게 비칠지 고민할 것”이라며 “다만 그가 대통령 대표단장이라는 공식 역할을 가지고 오며 직책과 관계없이 영향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니 메시지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방카 고문이 직접 북핵문제가 통상문제 해법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최측근 인사이며 트럼프를 움직이는 인사라는 점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반도문제, 통상문제를 풀어갈 통로가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방카가 가진 실질적 영향력 때문에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4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여성경제정상회의(W20)에 이방카를 초대했고, 지난해 11월 이방카가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나칠 정도로 환대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미국의 통상압박 쓰나미에서 제외되는 행운을 얻게 됐다.

따라서 이번 이방카 방한은 우리에겐 결코 가볍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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