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해지총회 개최시 조합원 직접참석율 ‘정관’에 따르는가 아니면 과반수를 채워야 하나

▲ 부동산경기 침체는 재건축 재개발사업에 커다란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사업성은 떨어지고, 분양수요가 줄면서 조합원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시공사들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고, 조합은 계약해지라는 강수를 들고 있다. 이 때 문제가 되는 것은 해지총회 시 조합원의 직접참석 비율을 얼마로 해야하는가이다. 이에 대해 판결, 서울시, 국토부의 의견을 들었다. 사진은 지난 해 시공사와의 계약이 해지된 왕십리뉴타운3구역 조감도.
#1. 용산사태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용산국제빌딩4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 이곳은 상가세입자와의 충돌로 인해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으며, 그로 인해 당시 시공사로 선정된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물가상승률 등을 적용,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지만 조합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자 지난 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2. 왕십리역 부근의 왕십리뉴타운3구역주택재개발사업, 철거까지 모두 마친 상태에서 공사가 오랫동안 진행되지 않았다. 이유로 꼽히는 것이 시공사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도급공사금액 인상요구로 조합은 갈등을 겪었고, 그 때문에 조합은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총회를 열었다.

#3. 서울 강서구 등촌1구역주택재건축정비사업, 지난 6월 2일 시공사로 선정된 대림산업과의 계약해지의 건으로 총회를 개최했다. 개최 결과 참석 조합원 80% 정도의 찬성으로 대림산업은 계약이 해지됐다.

#4. 서울 은평구 응암1구역주택재개발사업, 지난 6월 6일 응암교회에서 시공사인 현대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총회를 개최했지만, 조합원 50% 이상이 직접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로 해당 안건이 상정되지 못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시공사선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가능했다. 다만, 서울시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실시한 공공관리제도로 인해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사선정은 가능하다. 하지만 위의 사례는 대부분이 조합인가 이후에 시공사를 선정했고, 그 이후 부동산경기침체와 큰 면적 아파트의 인기가 낮아지면서 조합들은 대형아파트를 줄이고 소형 중심의 설계변경을 단행했다. 그 결과 사업기간은 1년 이상 늦어졌고, 시공사들은 사업이 연장됐다는 이유로 물가상승률 적용과 리스크 회피 등의 이유로 공사비 인상을 조합에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시행인가 이후 본 계약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는 파열음을 냈고, 급기야 조합은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총회를 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때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 총회를 개최할 때 조합이 조합원의 직접참석 비율을 얼마로 해야 하는가에 관심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서울시 중랑구에 소재한 면목1구역조합은 2008년에 선정한 K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총회를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K건설측은 조합원 직접참석이 50%를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북부지방법원에 소송을 냈고, 그 결과 법원은 K건설 측의 손을 들어줬다.

북부지방법원은 판결에서 ‘국토해양부 고시’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기준’을 인용했다. 시공자선정 기준 제14조(총회의 의결)에 따르면 ‘총회는 조합원 총수의 과반수 이상이 직접 참석하여 의결하여야 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또 제15조(계약의 체결)에서 ‘조합은 제14조의 규정에 의하여 선정된 시공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3월 이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총회의 의결을 거쳐 당해 선정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 내용을 들어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할 때도 과반수 이상의 직접참석이 있어야 총회 성원이 이뤄졌다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를 위한 총회는 조합원 총수의 과반이 넘게 직접 참석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앞서 든 사례에서 등촌1구역은 대림산업과의 계약 해지총회에서 조합원 직접참석 비율이 40% 안팎이었지만 총회는 진행됐고, 계약해지가 가결됐다. 이 때문에 대림산업 측은 총회결의무효확인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촌1구역 조합이 이렇게 50%의 직접참석을 채우지 않고도 총회를 진행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서울시의 질의회신이 배경이 됐다.

지난 4월 27일 이곳 조합원이 서울시에 질의한 내용에 따르면, “조합원 총회는 직접참석 비율이 20% 이상으로 되어 있으나, 시공사 선정에는 과반수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 그러면 선정을 무효로 하는 총회의 참석 비율은 얼마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서울시는 “선정을 무효로 하는 총회는 해당 조합의 인가된 정관에 따라 함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시공사선정은 ‘국토부 시공사선정 기준’에 따라야 하지만 해지는 정관에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토해양부는 사뭇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국토부 주거정비과 담당 사무관은 “시공자와의 계약 해지는 정관의 규정에 따라 하면 된다”는 입장이면서도 “이는 계약 체결을 한 이후의 규정이고 다만, 계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시공자선정 기준에 따라 조합원 총수의 과반수 이상의 참석이 있어야 해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면 조합의 정관에 따라 조합원 직접참석 비율을 정할 수 있지만,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면 정비사업 시공자선정 기준 제 14조에 따라 조합원 과반수 이상이 직접 참석해야 적법한 총회가 성원된다는 것이다.

총회에서 조합원의 직접참석 비율 과반수를 채우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조합원 총수가 1000명이 넘을 경우 최소 501명을 총회에 참석시켜야 한다. 시공사를 선정하는 총회에서는 시공사의 자금지원으로 차량을 준비하고, OS(아웃소싱)요원들을 동원해 참여시킬 수 있다. 반면 해지총회에서 시공사의 자금은 지원될 리 없다. 순수 조합의 힘으로 참여율을 높여야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시공사의 비리와 유착을 막기 위해 정부가 만들어 놓은 법이나 기준이 조합원의 재산권 행사에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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