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출국금지 요청 내려...성폭행 의심 장소 압수수색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여비서와 자신이 만든 연구소 여직원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기자회견을 취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지난 5일 저녁 공보비서를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잠적했고, 직접 나와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잠적 나흘째인 8일 오후 3시에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8일 낮 12시 57분께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이 기자들에게 취소한다는 휴대폰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도청에 온 100여명의 취재진들의 혼란과 항의가 이어졌고 일부 충남 시민들 또한 격양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안팎에서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규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충남시민단체는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파문과 관련 구속 수사와 도정 전반에 대한 사법적 검증을 요구하고 나서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폭력 파문에 엄중 처벌을 묻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안 전 지사는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문자메시지에서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주십시오”라는 언급을 하면서 법의 심판대에 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로 인해 여론은 피해자들과 국민 앞에 직접 사죄할 기회를 져 버린 셈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 팀

◆ 8일 낮 12시 50분 예정된 기자회견, 돌연 취소된 배경은

안희정 전 지사 쪽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에게 이날 낮 12시 50분께 기자단 등에 문자를 보내 “안희정 전 지사의 기자회견을 취소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안희정 전 지사가 보낸 입장발표 취소 안내에 따른 문자에 따르면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국민 여러분, 충남도민 여러분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자 하였습니다. 모든 분들이 신속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하여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국민 앞에 속죄드리는 우선적 의무라는 판단에 따라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로 하였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거듭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주십시오. 성실하게 임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보도기사에 따르면 기자회견 취소에 대해 남궁영 충남지사 권한대행은 “7일 밤 추가 성폭행 보도로 여론이 크게 악화한 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관측했다.

기자회견이 취소될 수 있다는 관측은 7일 밤에 나왔다.

안 전 지사의 여비서의 성폭행 폭로에 이어 안 전 지사의 연구소 여직원이 1년 여동안 지속적으로 여러 차례의 성폭력을 당했다는 추가 폭로에 나서자 성난 여론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은 기자회견을 두시간여 앞둔 8일 낮 12시 50분께 취재진에게 문자를 보내 기자회견을 취소한다고 알렸고, 이로써 안 전 지사는 피해자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직접 사죄를 하는 것이 아닌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될 예정이다.

◆ 검찰, 안희정 전 지사에 출국금지 요청 및 성폭행 의심 장소 압수수색

검찰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8일 법무부에 안 전 지사의 출국금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 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안 전 지사로부터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 등으로 고소했다.

더불어 안 전지사가 설립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 연구소’의 한 직원도 지난 7일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부지검은 성폭행이 일어난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어제 7일 저녁부터 8일 새벽 1시까지 안 전 지사의 비서 김지은 씨가 성폭행을 당한 장소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를 압수수색하고 CCTV 영상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영상을 통해 안 전 지사와 김씨의 출입기록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해당 아파트는 김 씨가 지난 2월 25일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범행 장소로 지목한 곳이다.

검찰은 당일 아파트 출입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건물 내 CCTV를 확보하고 안 전 지사가 머물렀던 6층 아파트 내부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 기자 회견 취소로 성난 여론 확산돼..충남 공무원 노조, 시민단체 등 규탄 시위

안희정 전 충남지사 기자회견 취소로 충남도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충남 도민들은 안 전 지사가 기자회견을 취소한 데 대해 “안 전 지사는 피해자는 물론 국민들에게 마지막까지 사죄할 수 있는 기회와 진정성을 져버린 것”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안 전지사로부터 추가적 성폭행 피해자가 나타난 가운데 검찰에서 수사망을 좁혀오자 이에 따른 압박과 위축으로 인해 카메라 앞에 서기 두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충청남도 공무원 노조는 ‘기자회견 취소는 국민 우롱하는 처사’라는 공식 성명을 통해 “안희정 당신이 권력을 사유화해 다수의 여성들을 성폭행한 범죄에 대해 분노한다”며 “첫 피해자 발생 당시 측근들과 연기처럼 사라졌는데 오늘 약속한 기자회견조차 파기하고 또 숨어버렸다. 참 비겁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안희정 전 도지사. 당신을 오늘부터 ‘안희정’으로 부르겠다. 당신을 도지사로 모신 것이 부끄럽다”며 “안희정의 비겁함과 비열함은 충남 도정(道政) 시계를 수십 년 후퇴시켰다”, “정의와 민주주의란 말도 오염시켰다”고 지적했다.

김태신 충청남도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안희정은 국민과 도민 앞에 먼저 사과하고, 즉시 자진 출두하여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라”면서 “충청남도는 남궁영 도지사 권한 대행을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충남 도정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며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단체연합은 “안 지사는 성폭력 범죄자인 만큼 정치활동 중단 수준으로 면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 역시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해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여성장애인연대를 비롯해 충남지역 14개 시민사회 단체,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8일 오후 천안역 일원에서 ‘110주년 3.8 세계여성의 날 충남여성행진’ 대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ME TOO 피켓을 들고 “사법기관은 최근 여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철저히 조사해 법대로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탄 여론은 정치권 밖에서도 들끓고 있는 시점으로 ‘미투 운동’에 목소리를 냈던 안 전 지사의 행보가 무색하게 도덕성의 허울이 벗겨졌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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