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여성이 주소비자층인 뷰티업계에서도 미투 운동이 상륙하자 ‘권력형 갑질’ 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에이블씨엔씨에의 로드숍 브랜드 ‘어퓨’ 간부가 직원에게 성추행 및 성희롱을 한 사건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여성 소비자들이 주소비자층인 인기 로드숍 브랜드에서 성추행, 성희롱 의혹이 일자 여성들을 위하면서도, 여성들이 직접 소비하는 주력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일관되지 않은 정체성에 분노한 소비자들의 원성은 높아져 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퓨 뿐만 아닌 에이블씨엔씨의 주력 브랜드인 ‘미샤’ 불매운동까지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 연매출 400억원 규모의 어퓨를 차세대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에이블씨엔씨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는 분석도 나온다.

▲ 검찰, 연극, 연예계에 이어 뷰티업계에도 미투바람이 불고 있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 팀>

해당 사건은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 최근 어퓨의 한 사업본부장이 여성 직원을 성희롱했다는 폭로 글이 올라와 알려지게 됐다.

“툭 하면 껴안고 나이트에서 여직원이랑 부르스 추고 여직원 집 앞에 찾아가서 술 먹자고 하고, 큰소리로 ‘얘 몸매가 이렇게 좋았는지 몰랐네’”라고 하는 등 성예방 교육시에도 성추행을 일삼아 왔다는 고발 글에 소비자들의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된 해당 본부장은 2차에 걸쳐 자신의 SNS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고, 어퓨 측도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소비자들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해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뷰티업계에서의 ‘성희롱 실태’는 여성 소비자들에게 ‘뒤통수를 때린 격’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여성을 위한 제품을 창출한다는 지향점을 갖추고 있는 기업의 정체성에 어긋난 성희롱 실태는 아직까지 여성 소비자층이 기업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여성들을 위한 제품을 위해 주도적 위치에 서 있었고, 여성 직원이 많은 기업에서조차 ‘미투 운동’이 번지고 있는 것은 기업에서 여자 직원을 자연스레 ‘을’의 위치로 설정하고 있는 그릇된 성관념에 대한 실태를 나타낸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조치는 갈수록 엄격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반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성추행 논란에 어퓨 브랜드 이미지에는 타격이 불가피해질 상황에 놓여 있다.

여성들을 위한 제품을 창출하고, 이를 유지하고자 여성들을 위해 일관된 정체성을 유지해야 하는 뷰티업계에서는 더욱 미투 운동이 바르게 흘러갈 수 있도록 실속 있는 길을 설계해야 할 때다.

단순히 기업 성장과 매출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표면적으로 ‘미투 운동’을 지지할 경우에는 여성 소비자들의 촘촘한 민심마저 잃는 형국을 빚을 수 있다.

따라서 미투 운동이 단순히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단호하고 노골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매일같이 성폭력 근절에 대해 힘 쓰겠다는 정부 정책 역시 공염불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 내 그릇된 성관념에 대한 정화작용을 통해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성관념에 대한 매뉴얼과 사내 정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피해자들은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며 징계 및 해고처리, 직장 내 따돌림 등의 2차 가해를 견뎌내면서 고통스러운 기억을 고백하고 있다.

따라서 어렵게 입을 뗀 피해자들의 고백에 ‘펜스룰’로 대응해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는 것은 현명한 대응이 아닐 것이다.

기업 각계에서도 ‘미투 운동’을 단지 피해자들의 개인적 사건으로 일관할 것이 아닌, 미투 운동의 본질에 맞는 그릇된 성관념에 대한 변혁의 외침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사각지대 안에서 여전히 행해지고 있을 직장 내 성범죄에 대해서 기업은 자정 작용을 내비쳐 철저한 무관용 원칙과 이에 따른 제도적 뒷받침을 더욱 강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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