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아카데미 조직적 사건 은폐 정황 드러나..미투 운동 중심에서 2차 가해 또 발생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지난달 이현주 감독이 동료 감독을 성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속했던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는 정황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지난달 1일 SNS를 통해 ‘미투 #MeToo’ 게시글을 올려 이 감독에 당한 성폭행 사실을 고발하면서 아카데미 내부에서 2차 가해와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영화진흥위원회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 주장을 조사한 결과 사건을 인지한 책임교수가 피해자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피해자의 도움 요청에도 불구하고 방관에 임했고 사건에 대한 보고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사건이 장기간 은폐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이현주 감독은 지난달 미투 사건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SNS 계정에서 억울함 및 무죄를 주장하며 공식입장을 밝힌 가운데, 피해자 A 감독 역시 자신의 SNS글에서 정면으로 반박에 나서 치열한 진실공방을 빚었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책임져야 할 한국아카데미 측이 이현주 감독의 성폭행 사건을 은폐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 또한 가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 피해자의 외침이 사실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을지, 양측이 또 어떤 입장으로 첨예한 대립을 벌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성소수자임을 주장한 이현주 감독의 성폭력 사건이 은폐 정황이 주장됨으로 인해 다시 조명되고 있어 인식 너머에 있던 동성 간 성폭력 사태에 대한 여러 가지 실체를 마주하는 시점에 돌입한 가운데, 성소수자 사회와 성평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 사회적 충격 안긴 동성 간 성폭행 사건의 ‘미투’ 전말

 

지난달 이현주 감독으로부터 동성 성폭행 논란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대중들은 동성애 관계에 있어서 성폭행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이현주 감독은 퀴어 영화 전문 감독으로 여성인권의 아이콘처럼 비쳐지는 인물이었기에 사건은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동성 간 성폭력의 실체를 끄집어 올린 형태로 지적됐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달 사건 당시 성폭행 의혹에 대해 여성감독 A씨와의 관계는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라고 주장했고, 재판 과정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적용됐다며 거듭 억울함을 자신의 SNS를 통해 호소했다.

이 가운데 A씨는 같은 날 자신의 SNS에서 이현주 감독의 입장에 분노한 심경을 담은 글을 게재 하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A씨는 당시 상황을 상세히 묘사, 만취해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발생했다며 이현주 감독이 자신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남자친구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해당사건을 남자친구에게 공유, 남자친구의 연락을 받았던 이현주 감독은 A씨에게 협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고, “내가 남자가 아닌 걸 다행으로 알아라”라는 말을 했다고 밝혀 여성인권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던 이현주 감독의 성폭행 사건의 진상에 사회적 충격이 감돌았다.

◆ 법원 판결 확정됐음에도 팽팽한 대립 여전..인식 너머의 성소수자 성폭력도 조명돼

법원 판결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현주 감독과 A씨의 팽팽한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이현주 감독이 피해자 A씨가 자신에게 레즈비언임을 고백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A씨는 이현주 감독이 자신을 레즈비언으로 몰며 자신과 남자친구의 관계를 위장관계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된 상황이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달 6일 공식입장을 통해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면서 A의 동의에 의한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와 함께 성폭행 피의자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편견으로 인해 억울함이 있었다는 것을 호소했다.

이 감독은 공식 입장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싶다고 했고, 더불어 “제 의도나 당시 가졌던 생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큰 처벌을 받고 살아가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사실과 다른 얘기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세상에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저는 여성이며, 동성애자이고 그에 대한 영화를 찍었던 입장에서 저 스스로가 너무나도 괴롭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사건으로 인해 대중들은 대한민국의 인식 너머에 있던 성수수자들의 성폭력 실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공론화하고 있는 시점에 돌입했다.

레즈비언이자 성소수자인 이현주 감독의 사건은 가해자의 성적 정체성과 별개로 처벌받아야 마땅하나 진상을 오롯이 마주하지 않은 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담아 이현주 감독을 폭력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지적하는 의견도 숱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여성인권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퀴어 영화를 창출한 이현주 감독의 성폭력 사태가 자칫 또 다른 성소수자 여성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에 비판도 들끓는 상황이다.

◆ 이현주 감독 성폭행 사건 은폐 확인돼 또 다른 국면 접어들어

이현주 감독의 입장문과 피해자 A씨의 입장문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던 가운데, 20일 이현주 감독 성폭행 사건과 관련한 당사자들이 속했던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피해자에게 고소 취하를 종용하는 등 2차 가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과 관련해 영화진흥위원회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의 주장을 조사한 결과 사건을 최초 인지한 책임교수가 피해자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또한 영진위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고소 취하를 요구하고 부적절한 언사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재판이 시작되자 이 감독 측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증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직 직원들 역시 이 감독의 재판에 쓰일 사실확인서를 작성해주고 나서 보고하지 않는 등 보고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 또한 문제가 돼 사건은 장기간 은폐됐다.

이로 인해 영진위는 사건을 보고받지 못한 것은 물론 관련자들 역시 재판 경과에 관심을 두지 않아 판결 선고가 난 사실도 몰랐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현주 감독 성폭행 사건의 은폐 정황이 드러나자 피해자 A씨의 피해 주장에 조금 더 신빙성이 더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양측의 입장에 따라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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