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는 완전자본잠식 예상, 경쟁력 후퇴로 개선여지도 없어

[뉴스워커_창간특집]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구속수감 됐다. 뇌물수수 및 다스 횡령 의혹에 관한 증거인멸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에 뉴스워커는 창간 특별기획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표적 추진 사업이자 온갖 의혹을 만들고 있는 ‘자원외교’ 최전선 기관인 한국석유공사(1탄)와 한국가스공사(2탄) 그리고 한국광물자원공사(3탄)의 실태를 순차적으로 보도한다. <편집자 주>

▲ 23일 새벽 제 17대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수감됐다. 뇌물수수와 다스 횡령에 대한 책임이 무겁게 작용했던 것이며 아울러 증거인멸의 위험을 검찰은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6월 30일 무리한 해외 자원개발 기업 인수로 5천억 원 넘는 손실을 낸 혐의를 받고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는 모습(소스 뉴스1)이며, 윗쪽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은 동부구치소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모습이다. (소스, 뉴스1)_그래픽 <뉴스워커 그래픽 팀>

# “자원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생각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5년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자원외교에 대해 이 같이 서술했다. 자원외교가 국가 차원의 연속적 노력이 오랫동안 뒷받침돼야 성과가 나오는 분야인 만큼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연속적 노력과 성과를 내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있다. 사업타당성 조사가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상 MB정부 시절 진행된 자원외교는 경험과 역량도 부족했지만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MB정부 시절 자원외교는 정권의 입맛에 맞춘 무분별한 투자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결과 5년이 지난 현재도 ‘묻지마 투자’에 앞장섰던 공기업들은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 이에 이번에는 한국석유공사가 처해있는 상황을 진단한다.

2013년 10월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한국석유공사(사장직무대행 이재웅) 대형화의 상징이었던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Harvest Energy) 인수에 대해 날선 지적이 이어졌다. MB정부가 그렇게 선전하고 자랑했던 해당 사업이 사실은 거대한 부실덩어리였기 때문이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4조 5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였음에도 석유공사는 현장실사 한 번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순현재가치(NPV)가 마이너스인 기업은 인수하지 않는다는 내부 지침을 위반한 것은 물론, 이사회 승인도 거치지 않고 인수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졸속으로 인수된 하베스트 에너지는 지난해까지 약 2조 7000억 원의 손실을 냈다.

▲ 출처_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석유공사 투자 23개 광구 대부분 손실…MB 시절 ‘묻지마 투자’에 회수율 30%대로 낮아져

문제는 MB정부 시절 단행한 석유공사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대부분이 하베스트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손실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100% 지분으로 인수한 영국의 다나는 현재까지 손실금액이 4조원을 넘어섰고, 이라크 쿠르드와 카자흐스탄 잠빌 사업은 광구 시추 및 물리탐사에 2000억 원 넘게 투입했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2016년 철수했다. 이외 나이지리아 OPL 321, 나이지리아 OPL 323, 예멘4 탐사, 카작 KNOC Caspian, 우즈벡 West Fergana & Chinabad 등 석유공사가 투자한 23개 광구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석유공사의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가 시름하고 있는 것은 MB정부의 입맛에 맞춰 할당량 채우기에만 급급한 ‘묻지마 투자’였기 때문이다. 이는 석유공사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액과 누적투자회수율만 봐도 알 수 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석유공사가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180억 7200만 달러(한화 약 19조원)에 달한다. 이 중 89% 해당하는 160억 8500만 달러(한화 약 17조원)가 MB정부 시절(2008~2012년) 집행됐다. 이처럼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5년 간 해외자원개발에 이전 7개년보다 8배 이상 많이 투자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2007까지만 해도 석유공사의 누적투자회수율 평균 56.2%였지만 MB정부 시절은 39.9%로 16.3%포인트나 낮아졌다.

MB 정부 들어 회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이유는 해외자원개발 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하베스트 인수, 쿠르즈 유전 개발, 사비야 페루 인수 등에서 MB정부시절에만 2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또 지금도 누적투자회수율이 40%를 밑돌면서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 출처_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MB 측근 강영원 사장 부실초래, 10건 중 9건 투자 진두지휘

사실 석유공사의 이 같은 부실은 2008년 6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석유공사 대형화 방안’을 발표하고, 같은 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강영원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내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하베스트 에너지 등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투자 건 모두 강 전 사장이 진두지휘 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강 전 사장은 2012년 5월 석유공사를 떠나기 전까지 9건의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 했다. MB 정권 때 석유공사가 10건의 투자를 했던 만큼 사실상 강 전 사장이 부실을 초래했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또 애초부터 공기업 사장으로서 공적미션과 책임보다는 이 전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분별한 투자로 일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석유공사는 MB정부로부터 성과와 노고를 인정받으며 경영평가등급이 C에서 B로 개선됐다. 이 덕분에 성과급 지급률이 256%에서 400%로 급등했고, 석유공사 임직원들은 5년 간 강 전 사장이 받아간 3억 4000만 원을 포함해 총 520억 원을 성과급을 향유하며 말 그대로 ‘돈잔치’를 벌이는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

◆ 막대한 부채에 실적 개선 경쟁력도 전무…석탄공사도 2021년 완전자본잠식 예상

미래가치를 생각하지 않은 채 눈앞에 놓인 과실만 탐한 결과 석유공사는 현재 존폐의 갈림길에 서있을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자원개발 실패에 따른 석유공사의 유동성 부담이 매년 커지고 있는 만큼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4년 내 파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석유공사는 2007년까지만 해도 부채가 3조 6830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분기 17조 9771억 원으로 388.1% 증가했다. 반면 자본은 같은 기간 5조 7202억 원에서 3조 3956억 원으로 40.6% 감소했다. 이에 따른 부채비율도 64.4%에서 529.4%로 465%포인트 상승했다.

재무건전성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하베스트 에너지 등 해외 부실자산에 대한 투자와 지급보증이 이어지면서 차입금을 차입금으로 상환하는 악순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17년 2분기 석유공사의 장·단기차입금은 14조 2949억 원으로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차입금의존도)은 66.9%에 달한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차입금은 11조 3211억 원 증가했고, 차입금의존도는 35.3%포인트 상승했다.

차입금이 급증하면서 석유공사가 이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지출한 금액만 해도 3조원이 넘는다. 문제는 석유공사가 자가발전을 통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만 봐도 부실자산을 대거 사들인 2012년 10조 554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뒷걸음질하며 2017년 2조 4304억 원까지 줄었다. 수익성은 더 가관이다. 순이익은 2012년 이후 줄곧 마이너스(-) 행진 중이고, 영업이익 역시 2015년을 기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석유공사 역시 지난해 1월 정부의 출자가 없을 경우 2021년 대한석탄공사와 마찬가지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 당시 이사회에 제출에 자료에 따르면 유가가 50달러 수준이 이어질 경우 2021년 자본금이 –6438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한국석유공사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사업을 추진·변경하거나 자산의 매매 등을 함에 있어서 석유공사의 재무건전성, 국가경제 및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심사하도록 했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사업을 추진·변경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매매, 교환 등을 하려는 경우에는 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고, 평가위원회는 위원 중 과반수를 외부전문가로 구성하도록 명시해 객관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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