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성상납 실태 고발 의지 담은 장자연 사건 재수사 요청.. 정치권에서도 재수사 요청 응답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연예계의 성상납 실태를 고발하고 세상을 등진 故 장자연 사건이 청와대 국민 청원 재수사 요청으로 인해 다시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오늘 26일 기준으로 동의자 수가 20만 명을 넘어섰기에 곧 청와대에서는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최근 JTBC 뉴스룸을 통해 밝혀진 장자연 사건 경찰 수사기록에서는 그녀가 폭행을 당한 정황도 공개된 바 있어 한때 증거 불충분으로 부실 수사에 그치고 말았던 장자연 사건의 증거와 정황이 계속해서 모아질 경우 불기소 처분을 했던 인사들에 대한 철저한 재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게 관측되고 있다.

한편 미투 운동의 바람이 거세지자 정치권 내에서도 장자연 사건 재수사에 응답하면서 진상 규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묻혀있던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데 가까워지는 시점에 돌입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고 장자연씨에 대한 재수사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제 청와대도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 여부에 대해 답을 해야 할 때가 왔다.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 진실 묻힌 채 종결됐던 故 장자연 사건

故 장자연 사건은 2009년 신인 배우 장자연이 유력인사들에게 성상납을 강요받아 오다 이를 폭로하는 내용의 유서 및 성 상납 대상자인 유력인사에 대한 리스트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다.

일명 ‘장자연 리스트’에서는 언론사와 기업체 대표, 방송사 PD 등 실명 등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故 장자연은 당시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31명에게 100여 번의 술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 내가 죽더라도, 죽어서라도 저승에서 꼭 복수하겠다”라고 전했다.

또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시켰다. 잠자리를 강요받았을 뿐 아니라 방안에 가둬놓고 때리고, 온갖 욕설을 들었다. 그렇게 지내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리스트 속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나, 장자연 소속사 전 대표와 전 매니저만 기소되고 나머지는 ‘증거불충분’으로 인해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모두 무혐의를 처분받았다.

이로 인해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까지 공개한 유서 속에서는 유력인사 명단에 얽힌 실체는 드러나지 않은 것이 된다.

오히려 검찰은 유서에 언급된 인사들에 대해 ‘강요 방조죄’ 무혐의 처분하며 수사를 마무리했고, 소속사 대표만이 고인에게 폭행, 협박을 한 사실로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게 된다.

반면 고인의 유서 및 사건을 세상에 알린 전 매니저는 소속사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되어 ‘모욕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 시간을 선고 받았다.

결국 장자연 사건의 전말과 진실은 한동안 규명되지 않은 채 묻히게 됐으나 최근 여론이 ‘#미투 운동’에 응답하면서 묻혀있던 장자연 사건의 진실 규명도 촉구됐다.

최근 JTBC ‘뉴스룸’에서는 경찰 수사기록 속에서 그녀가 폭행을 당한 정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뉴스룸에 따르면 문건에는 “방안에 가둬놓고 손과 페트병으로 머리를 수 없이 구타했고 온갖 욕설을 퍼 붓기도 했다” 등의 소속사 대표 김모 씨의 폭행 정황이 발견됐다.

고 장자연은 2008년 10월 모친의 기일에도 한 유흥주점에서의 술접대 자리에 불려나가야 했으며, 전 매니저 김모 씨 진술에 따르면 고 장자연은 제사에 참석 못하고 술접대 자리에 강압 하에 불려나간 것에 대해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정치권에서도 ‘장자연 사건 재수사’ 응답해

장자연 사건의 사회적 파장은 오늘날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처럼 컸지만 여론이 사그라들면서 진상조사 및 처벌은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오늘날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여론이 다시 수면 위로 장자연 사건을 이끌어내자 정치권 역시 국민적 관심에 응답하는 모양새다.

최근 정치권에서 장자연 사건을 가장 많이 응답한 이는 추미애 대표로, 지난 1월 10일 최고위원회에서 “(장자연씨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란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검찰은 부실 수사에 대한 반성과 함께 즉각 재수사를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검경의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장자연양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란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검찰은 장자연 양의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만 기소하고, 유서에 언급된 9명의 유력인사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지난날 부실 수사에 대한 반성과 함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재수사에 즉각 착수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추 대표는 이후 지난 9일 최고위원회에서도 한 번 더 장자연 사건을 언급하면서 “검찰은 미투 운동에 시발이 된 장자연 양 사건에 대해서 여지를 두지 말고 과감하게 수사해주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라고 만하며 재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 진실의 문 열리나..‘장자연 사건 재수사 요청’ 국민 청원 20만여 명 돌파해

오늘 26일 기준 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한 가운데 사건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라는 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고(故)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 대한 동의자 수가 20만여명을 넘어섰다.

청원자는 게시글에서 “힘 없고 백 없는 사람이 사회적 영향력 금권 기득권으로 꽃다운 나이에 한 많은 생을 마감하게 만들고 버젓이 살아가는 이런 사회가 문명국가라 할 수 있는가”라며 청원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어디에선가 또 다른 장자연이 느꼈던 고통을 받지 않는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라면서 “우리의 일상에 잔존하는 모든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 역시 장자연 사건의 재수사 요청을 강력하게 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누리꾼들은 “미투 운동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장자연 사건 재수사 강력하게 요청한다”, “주요 인사 가해자들은 얼굴부터 신상까지 공개되서 죗값을 치러야 한다”, “또 재수사 들어가면 기가 막힌 일들이 나타날 것 같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장자연 사건은 비대칭적 권력 구조를 이용한 심각한 성범죄라는 목소리가 컸기에 최근 미투 운동이 퍼지자 도화선을 타고 사건은 진실 규명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론은 장자연 사건을 두고 “반드시 끝내야 할 적폐”라며 사건에 새로운 변화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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