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식 투자에 완전자본잠식 빠져, 정부 지원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상태

[뉴스워커_창간 특집]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구속수감 됐다. 뇌물수수 및 다스 횡령 의혹에 관한 증거인멸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에 뉴스워커는 창간 특별기획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표적 추진 사업이자 온갖 의혹을 만들고 있는 ‘자원외교’ 최전선 기관인 한국석유공사(1탄)와 한국가스공사(2탄) 그리고 한국광물자원공사(3탄)의 실태를 순차적으로 보도한다. <편집자 주>

# “자원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생각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5년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자원외교에 대해 이 같이 서술했다. 자원외교가 국가 차원의 연속적 노력이 오랫동안 뒷받침돼야 성과가 나오는 분야인 만큼 틀린 말은 아니다.

▲ 독이 든 성배였던 MB정부의 자원외교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결과 공사 설립 50년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광물자원공사. 공기업이란 이유로 자원외교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를 감안해도 정부의 지원만 기대하며 ‘철밥통’의 전형을 보여 왔던 광물자원공사는 그 만큼 스스로 파산 위기를 자초했던 셈이 됐다.<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 팀 / 사진은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 출처_뉴스1>

다만 연속적 노력과 성과를 내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있다. 사업타당성 조사가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상 MB정부 시절 진행된 자원외교는 경험과 역량도 부족했지만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MB정부 시절 자원외교는 정권의 입맛에 맞춘 무분별한 투자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결과 5년이 지난 현재도 ‘묻지마 투자’에 앞장섰던 공기업들은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 이에 마지막으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처해있는 상황을 진단한다.

한국광물자원공사(사장 김영민, 광물공사)의 현 상황을 표현하기에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사자성어보다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독이 든 성배였던 MB정부의 자원외교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결과 공사 설립 50년 만에 문을 닫게 생겼으니 말이다. 물론 공기업이란 이유로 자원외교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이를 감안해도 정부의 지원만 기대하며 ‘철밥통’의 전형을 보여 왔던 만큼 스스로 파산 위기를 자초했던 셈이다.

▲ 자료_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사실상 부도난 기업에 2조 넘게 투자하는 등 방만경영 ‘끝판왕’

대표적 사례가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투자다. 해당 사업은 2008년 4월 광물공사가 캐나다 바하마이닝과 합작투자를 결정하고, 그해 7월 SK네트웍스와 현대하이스코, LS니꼬동제련, 일진머티리얼즈 등과 함께 KBC(Korean Boleo Corporation)를 설립해 볼레오 광산 운영회사였던 MMB 지분 30%를 취득하면서 시작됐다.

사업 초기만 해도 광물공사 역시 SK네트웍스 등 국내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지분투자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 4월 합작 파트너였던 바하마이닝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이 파탄 위기에 처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당시까지 투자금 8230만 달러(한화 884억 원)를 포함해 1억 6300만 달러(한화 1759억 원)을 투자했던 광물공사가 이 비용의 매몰을 막기 위해 ‘묻지마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광물공사는 2012년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5억 8110만 달러(한화 6271억 원)에 들여 바하마이닝이 보유하고 있던 MMB 지분 60%를 인수해 이곳의 대주주(지분 70%)가 됐다. 볼레오 사업이 그해 6월 이미 초단기 부도유예 계약으로 간신히 목숨을 연장하고 있었던 만큼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이사회의 의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광물공사 김신종 사장 등 경영진이 지분을 늘려 운영권을 확보하면 사업 정상화를 통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물공사가 애초 이 사업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뛰어들었던 탓에 지난해까지 추가로 투자된 금액만 해도 약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광물공사가 볼레오 사업에서 입은 고정자산 손상차손만 해도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광물공사가 볼레오 사업만 이런 식으로 투자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광산 사업 등 MB정부 시절 추진했던 대부분의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를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였다. 이는 광물공사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액과 회수율만 봐도 알 수 있다.

▲ 자료_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01년부터 2012년까지 광물공사가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총 25억 2090만 달러(한화 약 2조 7200억 원)다. 이중 89.5%에 해당하는 22억 5710만 달러(한화 약 2조 4353억 원)가 MB정부 시절(2008~2012년) 집행됐다. 이처럼 MB정부 시절 투자가 이전 7개년보다 9배나 늘었지만 2007년 13.8%였던 누적투자회수율이 2008년 8.9%로 낮아진데 이어 2009년 8.2%, 2010년 7.1%, 2011년 6.1%, 2012년 5.2% 순으로 하락했다. 또 부실자산을 졸속으로 인수했던 탓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투자회수율도 평균 7.6%에 그치고 있다.

◆ 완전자본잠식, 정부지원 없인 회생불가능…청산2호 공기업 될 수도

사실 광물공사의 위기는 어느 정도 예견돼 왔던 일이다. 2008년 이전만 해도 해외자원개발에 직접 투자하는 게 주력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본래 공사는 민간광산에 자금을 융자하고 탐사 등 기술지원을 하는 게 주력해 왔다. 하지만 2008년 7월 김신종 사장이 부임하면서 자원개발 투자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조직이 개편됐다.

전문성이 결여돼 있었지만 이는 중요치 않았다. MB정부의 자원외교에 발맞추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다 보니 기본적인 사업성 평가는 등한 시 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사업의 경우 마이너스(-) 578억 원이던 순현재가치(NPV)를 1915억 원으로 산출했고, 볼레오 사업은 현지 실사작업 없이 매도인이었던 바하마이닝이 건넨 매장량 자료에 기초해 인수금액을 결정하는 우를 범했다.

▲ 자료_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처럼 해외 부실자산에 ‘묻지마 투자’를 단행했지만 MB정부 시절 광물공사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못지않게 성과를 인정받았다. 김 전 사장이 받아간 4억 4000만 원을 포함해 230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사실만 봐도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매출보다 높은 매출원가에 2012년부터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 쌓아놓았던 이익잉여금은 물론 납입자본금까지 바닥이 나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편 광물공사는 올해만 하더라도 기존 금융부채 7403억 원을 상환해야 하고, 신규로 3129억 원을 차입해야 한다. 2016년 공사의 자산 매각 실적이 513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자산매각과 투자 삭감, 조직 및 인력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을 시행하더라도 감당하기 벅찬 상태다. 게다가 국제광물시세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광물공사가 흑자로 전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터라 사실상 정부의 지원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광물공사가 차입금 상환을 위해 외화채권 차환에 사활을 걸고 있긴 하지만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 모집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정부가 지원불가 방침을 밝히면 디폴트(Default) 선언을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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